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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 인하 전 사들인 재고 털어야 소비자가에 반영세제 개편으로 국산맥주는 가격경쟁력을 얻게 됐다. 종량세 시행으로 마케팅 비용에 대한 세금 부과도 사라졌다. 그동안 국산맥주에는 생산 비용과 마케팅 비용 등이 포함된 출고가 전체에 세금이 부과됐다. 특히 용기 제조비가 높아 세금이 많았던 캔맥주의 출고가 인하가 힘을 얻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산 캔맥주는 지난해까지 1ℓ당 1121원의 주세를 냈지만 올해부터는 1ℓ당 830원의 주세를 내면 된다. 주세에 교육세, 부가가치세를 더한 총 세부담 역시 종량세 전환으로 1ℓ당 1758원에서 1343원으로 23.6%(415원) 낮아진다는 게 관세청의 분석이다.그러나 시중 가격, 그러니까 소비자가 체감하는 소비자 가격은 낮아지지 않고 있다. 일부 맥주업체가 종량세 적용으로 맥주 출고가를 내렸지만, 최종판매처나 편의점에서는 내려간 만큼 가격 인하가 반영되지 않았다. 실제 롯데주류는 지난 1월 2일 500㎖짜리 클라우드 캔맥주 출고가격을 1880원에서 1565원으로 내렸지만,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 소매점의 소비자 판매가는 여전히 2950원에 책정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690원에서 1467원으로 223원(13%) 출고가가 내려간 피츠의 판매가도 제자리다. 서울시 중구 한 편의점 점주는 “일부 제품 출고가가 내렸지만 아직 판매가에 적용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마트나 편의점은 재고를 다 소진한 후 출고가 인하에 따른 영향을 검토하고 가격을 결정한다. 판매처의 재고 보유 상황에 따라 변동이 이뤄져 소비자 가격이 낮아지기까지는 최대 한 달 정도 소요될 수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출고가 인하 전에 들여온 재고를 다 판매한 후 인하 가격을 고려해야한다. 빨라도 2주 이상 현재 가격이 유지될 것”이라며 “롯데주류가 출고가를 인하한 클라우드와 피츠 캔은 3~4%정도 저렴하게 판매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종량세 도입 선제조처’를 들며 출고가 4.7%를 인하한 오비맥주 카스는 GS25 등 편의점 판매가 기준으로 500㎖ 캔이 2850원에서 2700원으로 150원 내렸다.다만 유통·소매점이 판매가를 인하해도 소비자의 가격 인하 체감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맥주업체의 출고가 인하가 1년 전 가격으로 돌아가는 것에 그치기 때문이다. 롯데주류는 지난해 5월 클라우드 등 주요 제품 출고가를 5.3% 올렸다. 올해 종량세 시행으로 클라우드 캔맥주 출고가를 1308원으로 낮추었지만, 지난해 인상 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오비맥주는 주세법 개정안을 선반영하겠다며 지난해 10월 대표 브랜드 카스의 전 제품 출고가를 평균 4.7% 낮췄다. 그러나 6개월 전인 4월 카스 출고가를 평균 5.3% 인상했던 것을 고려하면 원상복귀다. 결국 이번 종량세 시행으로 출고가가 낮아지고, 추후 판매가가 떨어진다 해도 지난해 가격으로 돌아가는 것에 그치는 셈이다.이처럼 국내 맥주업체들이 주세법 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출고가를 인상한 터라 최근의 출고가 인하가 눈속임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종량세 시행 후 주세가 내려가면 여론을 고려해 가격을 인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리 선제적인 조치를 취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비맥주, 롯데주류와 함께 국내 3대 맥주업체인 하이트진로는 현재 출고가 인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 오비맥주와 롯데주류가 지난해 4월과 5월 각각 맥주 출고가 인상 선제적 조치에 나설 동안 인상 대열에 동참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제맥주 가격 인하가 그나마 위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