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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많이 받으면 행복할까요] 타인 행복 과대평가, 자기 현실 과소평가 

 

소셜미디어는 ‘가짜뉴스’ 최적 환경… 페이스북 ‘좋아요’ 숫자 숨기기 실험중

▎사진:© gettyimagesbank
친구들 모임에 갔는데 내 얘기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이 없으면 서운하다. 잘 생기고 잘 나가는 ‘인싸’ 친구의 농담에는 사람들이 빵빵 터지고, 내 농담에 대한 반응은 썰렁하다면 더욱 그렇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온라인 공간에 옮겨놓은 소셜미디어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다. 오히려 반응에 더 민감해진다.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에서는 나의 글이나 사진, 생각에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더 쉽게 알 수 있다. 포스트마다 표시되는 ‘좋아요’ 개수는 곧 인기의 척도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렀는지를 누구나 볼 수 있다.

‘좋아요’가 많이 붙으면 왠지 기분이 좋고, 페이스북 앱을 수시로 열어 그새 ‘좋아요’가 얼마나 더 붙었는지 확인하게 된다. 작심하고 올린 인생 사진에 ‘좋아요’가 기대만큼 안 붙으면 내 친구 아무개가 왜 ‘좋아요’를 안 눌러주는지 궁금해진다. 나는 자기가 그저 그런 인스타 맛집에서 올린 뻔한 먹방 사진에도 ‘좋아요’ 눌러줬는데! 페이스북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인스타그램에선 ‘하트’를 얼마나 받는지, 트위터에선 트윗이 얼마나 ‘RT’(리트윗, 게시물을 퍼가는 행위) 되는지에 따라 영향력이 달라진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은 간절하게 ‘좋아요, 구독, 알림설정 부탁합니다’를 외친다.

수동적 소셜미디어 소비는 당신을 불행하게 한다

도파민을 갈망하는 인간의 뇌는 ‘좋아요’ 같은 한 조각 비트에 불과한 보상이라도 자기 존재에 대한 인정으로 받아들인다. 사람들은 더 많이 ‘좋아요’를 받으려 절벽 끝에 서서 셀카를 찍고, 25가지의 사진 보정 앱을 깔며, 혀에 불이 날듯 매운 음식을 꾸역꾸역 먹는 모습을 중계한다.

그래서 ‘좋아요’ 많이 받으면 행복할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는 연구들이 많이 나와 있다. 페이스북에서 시간을 보내며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더 우울해지고 자존감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주로 좋은 순간, 잘 포장된 순간만 소셜미디어에 올린다. 우리는 그 순간이 친구 일상의 단지 한 부분임은 생각하지 못한 채, 다른 사람의 행복은 과대평가하고 자신의 현실은 과소평가한다.

이런 현상은 어느 정도 페이스북의 근본적 구조와 연관이 있다. 페이스북의 최대 발명품은 ‘좋아요’와 ‘뉴스피드’다. ‘좋아요’는 간단하게, 클릭 한번만으로 친구에게 공감을 표현하게 해 준다. 친구에게 댓글을 달면 좋겠으나, 사실 댓글 한번 달려면 내용이며 말투며 신경 쓸 게 많다. 대충 달면 안 하니만 못하다. 싸이월드 사진에 달린 ‘♡ 퍼가요~’ 댓글이 얼마나 무성의해 보였나. 하지만 이제 우리는 그저 스마트폰 화면을 스크롤하며 엄지 아이콘에 손가락을 갖다 대기만하면 된다. 페이스북은 내가 좋아한 것과 비슷한 것들을 찾아 우리 앞에 계속 대령한다. 뉴스피드는 친구와 내가 구독하는 페이지의 여러 콘텐트가 모여 섞이는 곳이다. 싸이월드에서 친구의 소식을 보기 위해 일촌 미니홈피를 일일이 방문하는 ‘파도타기’를 해야 했다. 하지만 뉴스피드에선 친구들의 소식이 나를 찾아온다.

‘좋아요’와 뉴스피드, 그리고 20억명이 넘는 사용자가 합쳐져 페이스북은 가만히 폰을 들여다보며 손가락만 움직여도 끝없이 새로운 소식과 볼거리를 떠먹여주는 맞춤형 콘텐트 파이프라인이 되었다. 그리고 빠르게 흘러가는 강물에 던져진 자신의 포스트도 사람들의 관심을 얻어 많은 ‘좋아요’를 얻기를 소망한다. 이러한 수동성은 사용자의 체류시간이 늘어날수록 더 많은 광고를 팔아 돈을 버는 페이스북의 이해관계와 일치한다. 사실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등 대부분 소셜 미디어는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

최근 페이스북에 시간을 지나치게 쓰면서 정신 건강을 해치는 문제나 사용자 사이의 사이버 괴롭힘 등이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 미국 대선을 거치며 페이스북은 가짜뉴스와 잘못된 정보의 온상으로도 지목됐다. 러시아 정보기관이 페이스북 그룹을 운영하며 트럼프에 유리한 거짓 정보를 뿌렸고, 마케도니아의 10대들이 만든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가짜뉴스도 페이스북을 통해 퍼졌다. 프라이버시 논란도 이어졌다. 페이스북 가짜뉴스 때문에 대선에 패했다고 생각하는 민주당 정치인들은 페이스북을 맹비난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좋아요’를 빼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좋아요’를 누른 항목을 바탕으로 페이스북이 만들어주는 맞춤형 세상은 내 입맛에 꼭 맞는 가짜뉴스가 퍼질 최적의 환경이 되었다.

국내외 정치권과 정부의 표적이 된 페이스북은 기술과 비즈니스에 대한 책임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이려 애쓰고 있다. 문제 해결 노력의 하나로 한가지 실험을 진행 중이다. 게시물이 얼마나 많은 ‘좋아요’를 받았는지 숨기는 것이다. 페이스북이 인수한 인스타그램은 지난해 중반부터 캐나다, 브라질, 일본 등 7개 국가에서 포스트에 달린 ‘좋아요’ 숫자를 숨겼다. 지난해 11월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인도네시아 등 5개 국가 일부 사용자에 추가 적용했다.

신경 쓰인다면, ‘좋아요’ 숫자 숨겨드릴게요

인스타그램 포스트에 ‘좋아요’ 숫자 대신 ‘OO님 외 여러 명이 이 포스트를 좋아합니다’라는 식으로 표시된다. 정확한 수치는 계정 주인만 볼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은 ‘좋아요’를 누른 사용자의 아이디만 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 책임자 아담 모세리의 주도 하에 ‘프로젝트 데이지’라는 이름으로 진행 중이다. 얼마전 페이스북 앱에도 관련 코드가 숨겨져 있음이 발견돼, 페이스북에도 같은 기능을 적용하리란 관측이 나온다.

‘좋아요’ 숫자를 숨기면 잘못된 정보의 확산도 막을 수 있을까? 힌트가 되는 연구가 있다. 2006년 미국 학자들이 실시한 ‘뮤직랩’ 실험이다. 연구진은 무명 밴드의 노래를 골라 사람들에게 온라인으로 듣고 다운로드 받게 했다. 한 그룹에는 별도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고, 다른 그룹에는 각 노래가 다운로드된 횟수를 함께 보여주었다. 그 결과 다운로드 횟수가 표시된 그룹에선 특정 노래에 쏠림 현상이 심하게 일어났다. 실험이 반복되면서 인기를 얻는 노래는 매번 달라 어떤 노래가 좋은 반응을 얻을지 예측하기도 어려웠다. 반면 다운로드 횟수 정보를 알지 못한 그룹에서는 쏠림도 덜 하고, 작품성 있는 노래가 장기적으로 인기를 얻었다.

노래를 포스트로, 다운로드 횟수를 ‘좋아요’라고 본다면 ‘좋아요’를 숨김으로써 페이스북에서 더 다양하고 질 좋은 콘텐트가 확산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로 페이스북이 ‘좋아요’ 숫자를 숨기는 실험을 하는 것은 그 편이 포스트 갯수를 더 늘린다는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는 시선도 있다.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서 얻는 친밀감이나 유대 관계, 정보 등은 물론 유익한 것이다. 다만 소셜미디어는 이러한 장점을 미끼로 우리가 되도록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고안되어 있다. 편안한 수동성을 깨고 오랜 친구에게 인사를 전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소셜미디어를 쓰면 디지털 웰빙에 조금 더 가까와질 수 있을 것이다.

- 한세희 IT칼럼니스트

1520호 (2020.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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