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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식는 서울 주택시장 4대 변수] 1. 정부 규제 2. 공시가격·보유세 3. 민간택지 상한제 4. 전·월세시장 

 

움켜쥐려는 정부, 물처럼 빠져나가려는 시장…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 받으려면 6월 1일 전에 팔아야
과거 노무현 정부와 현 문재인 정부의 주택정책 설계자인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2011년 여름 [부동산은 끝났다]라는 책을 내놨다. 서울 아파트값이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9월 고점을 찍고 2.3% 내린 시점이다. 당시 주택시장 먹구름이 더욱 짙어져 서울 아파트값은 3년 더 내리막길을 걸었다.


서울 주택시장에 이런 지각 변동이 다시 올까.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서울 주택시장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지난해 12·16부동산 대책 직후만 해도 2020년 서울 집값이 소폭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했지만 지난 1월 21일 한국감정원은 하락세로 반전할 수도 있는 보합세로 예상했다. 서울 아파트 주간 변동률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12·16대책 5주 만에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준용 한국감정원 시장 분석연구부장은 “정부 대책의 타깃인 9억원 초과 고가 주택은 조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하고 9억원 이하 주택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상승과 하락이 갈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설연휴가 지나면서 12·16부동산 대책 이후 주택시장의 모습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3~6월이 분수령이다. 2017년 8·2대책 후에는 시장이 크게 출렁이지 않았고 2018년 9·13대책 뒤에는 6개월가량 약세를 이어갔다. 서울 주택시장을 움직일 4대 변수를 짚어보았다.

상수가 된 정부 규제, 4월 공시가 확정

정부 정책은 주택시장의 주요 변수다. 이제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투기와의 전쟁’을 언급하며 집값 과열에 선전포고했다. 역대 최고 강도로 꼽히는 12·16대책은 개전 포문이었다. 그 이전 8·2대책과 9·13대책에서 실전훈련을 했다. 정부는 ‘집값 안정’에서 나아가 ‘원상 회복’을 목표로 설정하며 방어에서 공세로 돌아섰다.

3월에 올해 보유세 ‘폭탄’ 심지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1400만가구 가량의 올해 공동주택(아파트 등) 공시가격 열람이 시작한다. 확정은 4월 말이다. 시세와 차이를 좁히는 공시가격 현실화가 지난해 고가 토지와 단독주택을 대상으로 일부 이뤄진데 이어 올해는 9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가 타깃이다. 올해 공동주택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반영률)이 지난해보다 1%포인트 올라갈 예정인데 고가 아파트는 최대 12%포인트(시세 30억원 초과) 뛴다. 지난해 고가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오른데다 현실화율까지 높아져 공시가격 급등이 예상된다.

여기다 정부가 12·16대책에서 종부세를 강화하기로 해 재산세를 합친 보유세 상승률이 공시가격 상승률을 훨씬 능가해 세금 증가 한도(50~200%)까지 늘어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보유세 ‘폭탄’을 피할 수 있는 출구로 6월 말까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적 배제를 시행키로 했다. 최근 몇 년새 집값이 뛰면서 양도세 중과와 중과 배제 간 세금 차이가 커졌다. 김종필 세무사는 “올들어 향후 예상되는 보유세와 양도세를 비교하는 문의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다주택자가 양도세 중과 배제 출구를 찾아 매물을 내놓기 시작하면 집값에 상당한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정부는 서울에서 중과 배제 요건에 해당하는 다주택자 주택을 13만가구로 보고 있다.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받고 올해 보유세를 내지 않으려면 보유세 부과 기준 시점인 6월 1일 이전에 팔아야 한다.

5월 상한제 단지 분양, 전·월세시장 양극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5월 이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단지가 본격적으로 분양될 전망이다. 상한제는 분양시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기존 주택시장에도 파급효과를 낳는다.

2007년 상한제가 도입됐을 땐 실제 상한제 분양이 3년 정도 지나 이뤄졌지만 이번엔 시차가 별로 나지 않는다. 착공 전 마지막 사업단계인 관리처분계획(분양계획) 인가를 받은 사업장이 사업을 미루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 단지에서 분양가 인상과 규제 완화를 기대하고 후분양을 검토하고 있다.

상한제의 분양가 인하 효과도 과거보다 크다. 정부가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땅값 계산을 시세보다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낮게 매기게 했기 때문이다. 주변 시세보다 20~30% 저렴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가보다 더 내려가 강남에선 시세의 반값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 강남에선 전용 84㎡ 기준으로 시세차익이 10억원 이상 나올 수 있다. 미드미디앤씨 이월무 대표는 “최장 각각 10년과 5년의 전매제한, 거주의무 조건에도 시세와 분양가 격차가 워낙 커 청약가점 고점자를 중심으로 청약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몇 년간 주택 입주 물량이 크게 늘어 전·월세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였다. 서울도 2018~19년 2년 연속 전셋값 하락세를 기록했다. 12·16대책으로 집값이 흔들리는 사이 전셋값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연초 3주간의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이 0.37%로 2014년 이후 최고치다. 지난해 말 입시제도 개편 파장에 이어 집값 규제 후폭풍까지 겹쳐 올해 전·월세시장에 불안 요인이 두드러진다. 대출 규제와 집값 전망 불확실, 로또 분양 대기 등으로 임대 수요가 늘어난다. 여기다 양도세 감면, 상한제 단지 계약 등이 요구하는 거주의무로 인해 전·월세 매물이 줄어든다. 정부와 여당이 전·월세 안정을 위해 추진하는 계약갱신청구권이나 전·월세 상한제가 되레 임대료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비인기지역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 인기 지역에선 전셋집을 찾지 못하는 전세난으로 양극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전셋값 상승은 집값 상승의 디딤돌이었다. 하지만 당분간은 전셋값이 집값을 밀어 올리기 어렵다.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58.4%(서울 아파트)로 격차가 아직 크다. 전셋값이 매매가격을 밀어 올리는 것은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 힘인데 정부의 규제 강화로 갭투자가 어려워지기도 했다.

주택시장은 굵직한 요인 외에 예상치 못한 일로 예상 밖 진로로 갈 수 있다. 정부의 엇박자 대책, 고위 정책 결정권자의 한마디, 박탈감·불안감 같은 심리 등이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장은 “정부는 주택시장을 꽉 움켜쥐려고 하지만 시장은 물과 같아서 손안에 완전히 가둘 수 없다”고 말했다.

-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 ahnjw@joongang.co.kr

1520호 (2020.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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