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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폐지 앞둔 두산건설] 두산중공업 아래서 시너지 ‘글쎄…’ 

 

일산두산위브더제니스 손실에 10년간 부진… 명예 회복엔 시간 걸릴 듯

▎두산건설이 두산중공업의 100% 자회사로 전환하며 상장 44년 만에 국내 증시에서 사라진다. 두산그룹 측은 동종사업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두산중공업이 시공한 ‘상도두산위브트레지움’ 전경
두산건설의 상장 폐지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해관계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일단 두산건설 주주들은 불안감 속에서도 일부 환영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최근 수년간 두산건설의 실적이 부진의 늪에 빠져 있었던 만큼 이번 상장 폐지로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또 두산건설 주식은 두산중공업 주식으로 교환이 발표될 예정이기 때문에 최소한 손해는 안 볼 것이란 기대도 섞여 있다. 반면 두산건설을 100% 자회사로 가져갈 예정인 두산중공업은 본업의 실적 부담뿐만 아니라 자회사 부진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두산중공업은 자회사 두산건설 지분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진행해 지분율을 100%로 끌어올린 뒤 완전자회사로 전환할 예정이다. 현재 두산중공업의 두산건설 지분율은 약 89%다. 코스피 상장사인 두산건설의 주식은 3월 6일부터 거래가 정지되며 3월 10일 두산중공업 주식으로 교환된 후, 3월 24일에는 상장 폐지된다. 두산건설 주주들은 주식 1주당 두산중공업 주식 0.248주로 교환받는다. 해당 절차가 마무리되면 두산건설은 1975년 12월 9일 상장된 이후 44년 만에 국내 증시에서 사라지게 된다.

그룹 계열사 지원에도 ‘밑 빠진 항아리’


두산 그룹이 두산건설 상장 폐지라는 강수를 꺼내든 이유로는 실적 부진이 꼽힌다. 두산건설은 지난 2011년부터 실적 부진에 신음하고 있다.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두산건설이 흑자를 낸 시기는 2010년이 마지막이다. 이후 2011년부터 2018년까지 8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2019년 실적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3분기까지 누적 순손실 233억원을 기록하고 있어 9년 연속 순손실이 유력하다.

계속되는 실적 부진에 두산건설은 그룹 내에서 ‘밑 빠진 항아리’가 됐다. 두산건설이 적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동안 두산그룹 계열사들이 두산건설에 투입한 자금 규모는 1조5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반면 두산건설의 자본총액은 2019년 3분기말 6000억원대에 불과하다. 그룹 계열사들이 투입한 자금 대부분이 손실을 메우다 증발해버린 셈이다. 이 때문에 두산건설의 상장 폐지 결정은 두산그룹이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카드였다.

두산건설이 실적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원인으로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 탄현동에 위치한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일산두산위브더제니스’의 흥행 실패가 꼽힌다. 2009년 분양에 나선 이 아파트는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경기 침체 속에 어려움을 겪었다. 초기 계약 세대 가운데 실제 입주자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또 당시 시행사가 부도처리 되면서 시공사인 두산건설은 공사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곤란한 상황이 이어졌다. 일산두산위브더제니스는 우여곡절 끝에 2013년 4월 입주에 들어갔지만 두산건설의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두산건설은 입주 개시 후 6년이 지난 시점인 2018년에 해당 아파트의 미분양 물량을 할인분양하면서 1600억원 가량을 손실 처리했다.

일산두산위브더제니스는 두산건설에 수치로 표현할 수 없는 부분에서도 영향을 미쳤다. 사업장 별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시공에 나서는 건설업계 특성상 대규모 미분양은 두고두고 금융 비용에 부담을 준다. 미분양으로 부담이 커진 건설사는 향후 사업 수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워지는데 두산건설 역시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미분양 이후 두산건설은 주택사업에서 상당히 보수적으로 접근했다”며 “때문에 충분한 수주물량을 확보하지 못했고 장기간 두산건설의 실적 부진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건설이 장기간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 품질 문제도 부각됐다. 손실이 누적되자 두산건설은 허리띠를 졸라맸고, 건자재 업계에서는 원가절감이 과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두산건설의 원가율은 2015년 96%에 달했으나 2019년 초에는 87%까지 낮아졌다.

두산그룹의 아파트 브랜드 ‘위브’ 거주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커졌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입주가 시작된 해운대동백두산위브더제니스는 누수와 곰팡이 문제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한 거주자는 “시공사에서 방수보드를 다시 시공해주는 등 곰팡이와 누수 하자 보수를 진행해줬지만 이미 실망이 크다”며 “근처 H건설사나 D건설사가 시공한 아파트에 비해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까봐 입주자들도 입단속 중”이라고 말했다.

건설 거두는 중공업도 실적부진은 매한가지

두산그룹은 두산건설을 두산중공업의 자회사로 편입한 뒤 두 회사 사이의 시너지를 염두해 둔 것으로 알려졌으나 건설업계에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국내 아파트 분양 시장이 활성화되기는 쉽지 않아서다. 사업 수주가 활성화되고 실적이 나와야 부실을 털어낼 텐데 당분간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두산건설을 완전자회사로 거느릴 두산중공업 역시 상황은 여의치 않다. 두산중공업은 연결 실적 기준으로 2013년 이후 순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2019년 실적에서 2000억원 가량 순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장기간 실적 부진에 비하면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연결 자회사들의 실적을 제외한 두산중공업의 개별 실적 역시 고전하고 있다. 2017년 157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3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탈원전 정책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면서 2018년 7250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1522호 (2020.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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