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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병과 정치의 상관관계] 中·日 정권 뒤흔드는 코로나19 

 

중국 국가 이미지, 시 주석 리더십 실추… ‘전쟁 개헌’ 노리는 아베도 발목 잡혀

▎의료진이 경기도 수원 성빈센트병원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를 확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중국 후베이(湖南)성 우한(武漢)을 중심으로 발생·확산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을 뒤흔들고 있다. 중국은 정점에서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1일 성립(成立·중국에서 ‘건국’ 대신 쓰는 공식 용어) 70주년을 맞은 중국은 누가 봐도 ‘욱일승천하는 용’이었다. 1978년 개혁·개방 후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뤘고 이제 미국과 무역 분쟁을 벌일 정도로 글로벌 경제대국이 됐다. 지난해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의 문도 활짝 열었다. 중국은 국제통화기금(IMF) 2019년 통계를 기준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명목금액으로 1만98달러가 됐다. 세계 65위다. 구매력 등을 감안한 구매력지수(PPP)로는 1만8110달러로 세계 73위다. (참고로 한국은 명목금액으로 3만1430달러, PPP로 4만1351달러) 지난해 성립 70주년과 동시에 1인당 GDP 1만 달러 시대 입성이라는 겹경사를 맞은 중국은 올해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혔다.

중국의 입막음 대응이 코로나19 방역 골든타임 놓쳐


▎코로나19 발병 이후 처음 현장 방문에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사진:중국 신화망
코로나19에 대한 미숙한 대응으로 중국의 국가 이미지가 실추한 것은 물론 국제사회에서의 위상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리더십까지 흔들리고 있다. 2월 13일 기준 전 세계 확진자가 6만 명을 초과하고 사망자가 1300명을 넘으면서 이런 현상은 중국 내외에서 가속화하고 있다. 확진자와 사망자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나왔다. 중국이 바이러스 전염병 관리의 골든타임을 놓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으면서 중국 권력을 쥔 공산당과 행정 실무를 맡은 정부의 관리 능력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하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도 중국 리스크가 확산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에 따라 중국에 부품·상품·거래처·관광객을 의존했던 여러 나라들이 이런 시스템의 위험성을 깨닫고 근본적인 ‘수리’에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와 시 주석은 그동안 일대일로 정책으로 전 세계를 들었다 놨다 했지만 정작 전염병이라는 대형 사고로 오히려 발목이 잡히고 있다.

중국에 전투기 등 무기를 의존하면서 사실상의 동맹국인 파키스탄은 누구보다 빨리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취했다가 중국의 항의를 받았는지 곧 취소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두 나라는 파미르 고원에서 서로 국경을 맞대고 있다. 중동국가 이라크도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중국과 국경을 길게 맞대고 국제정치에서도 함께 반미 축을 형성하는 러시아도 전염병 앞에선 누구보다 먼저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취하며 등을 돌렸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의 중국 두둔 발언도 국제사회가 중국에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1월 28일 베이징을 방문해 시 주석을 만나 “전염병 대처를 위해 중국 정부가 보여준 확고한 해결 의지와 시의적절하면서 효과적인 대처가 감탄스럽다”며 “중국은 자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을 보호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WHO는 1월 30일 전 세계 확진자가 9000명을 넘자 국제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중국인 여행 금지 조치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미국은 보란 듯이 중국인 입국을 금지했다. 러시아도 마찬가지였다.

이 때문에 중국이 WHO 사무총장을 압박해 사태를 호도하려고 시도하는 바람에 방역 골든타임을 놓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게브레예수스 총장은 중국의 대대적 투자로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전철이 놓이고 경공업 공장이 줄줄이 들어선 에티오피아의 보건장관과 외교장관을 지낸 인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혹이 일고 있다. 실제로 게브레예수스는 2017년 사무총장에 선출되면서 중국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는 선출 다음날 유엔 보건기구의 수장답지 않게 중국의 정치 구호이자 원칙인 ‘하나의 중국’을 거론했다. 하지만 중국 관광객이 몰렸던 태국·일본·한국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고 필리핀과 일본에서 사망자까지 나오면서 중국의 이미지가 손상되고 있다. 중국과 일국양제 관계인 홍콩·마카오도 확진자가 발생하며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은 2016년 일국양제를 거부하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취임하자 단체 관광객의 대만 송출을 금지했으며, 지난해에는 개별 관광객의 대만 방문도 막았다. 하지만 대만은 코로나 사태를 맞으면서 오히려 중국 관광객이 없어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공산체제의 통제·감시 사회가 문제 악화시켜


▎코로나19를 세상에 알리고 숨진 리원량 의사가 투병 중 자신의 모습을 SNS에 올렸던 모습. / 사진:연합뉴스
이번 사태로 중국의 최고 권력자인 시 주석의 책임론도 거론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시 주석은 공산당 총서기와 국가주석,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맡아 당정군을 한 손에 통솔하고 있다. 시 주석은 공산당을 이끌고 외교·국방을 총괄하며, 경제·보건 등 행정은 리커창(李克强) 총리에 일임하는 체제를 유지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은 1월 31일 우한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이 발생한 뒤로 전염병 관리를 리 총리에게 맡기고 뒷짐을 쥔 모습을 보였다. 중국 공산당 중앙의 코로나19 업무 영도소조는 리 총리가 조장(팀장)을 맡고 있다. 신종 코로나 사태 같은 국가적·전지구적 사태를 맞아 시 주석은 손을 놓고 리 총리에게 조장을 맡겨놓고 등을 떠미는 모양새다. 문제는 중국의 권력은 행정 실무자가 아니라 공산당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각 성도 성장은 행정만, 권력과 최고 지시 권한은 각 성의 공산당 서기가 쥐고 있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뒤 후난성과 우한시도 성장이나 시장이 아닌 성과 시의 당서기가 최고 권력을 움켜쥐고 있다. 지역 당서기도 중앙당에 우선 보고하고 지시를 받아야 움직이는 초중앙집권 체제다. 결국 중앙정부와 성·시까지 모든 권한은 공산당이 쥐고 있으면서 책임은 행정 담당자가 쥐는 상황이다. 시 주석이나 공산당의 존재가 기민한 의사결정, 전문가를 앞세운 대책 시행이 절실하게 필요한 전염병 방역에서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상황이다. 시 주석의 역할에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공산체제 특유의 통제사회·감시사회도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2월 7일에는 우한의 34세 안과의사 리원량(李文亮)이 사망하면서 중국의 고질적인 통제와 언론 차단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리원량은 지난해 12월 30일 의사들의 채팅방에서 정체불명 폐렴의 위험성을 처음으로 알렸지만 공익 제보자로서 대우는커녕 유언비어를 퍼뜨렸다고 경찰에 불려가 반성문을 써야 했다. 그는 백내장 환자를 진료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돼 투병하다 숨졌다. 그가 목숨을 잃자 중국에선 “우리는 박쥐 때문에 죽는 게 아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언론과 비판의 자유가 없는 중국의 현실이 전염병의 초기 대응을 막았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이를 계기로 중국 당국의 주민 감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내몽골에서 띄운 감시 드론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길거리에 나온 노파를 따라다니며 “마스크를 써라”는 방송하는 모습이 유튜브에 올랐다. 이는 결코 해프닝도, 방역 미담 사례도 아니다. 드론으로 주민의 사생활을 살피는 감시사회 중국의 민낯이다.

中, 안면인식·드론 기술로 국민 감시하며 상·벌 부여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한 병원 격리 병동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그 배경은 이렇다. 중국 정부는 2014년부터 일부 지역에서 시범 도입해온 사회신용제도를 올해 전면 도입할 예정이었다. 신상 안정성, 금융기록, 지불이행능력, 소비행위, 친구 관계 등 5가지 항목에서 개인의 사생활 정보를 촘촘하게 수집해 좋은 행동에는 상점을, 나쁜 행동에는 벌점을 부가해 개개인에게 신용 점수를 매기는 제도다. 예로 자원봉사·헌혈·기부·중국산애용 등에는 상점을 주고 무단횡단, 대중교통요금 연체, 금연구역 흡연, 수입제품 구매, 술 다량 구입, SNS에 정부비판 글 올리기 등에는 벌점을 준다. 이를 위해 거리의 CCTV와 안면인식기술 등을 철저하게 활용한다. 차로 과속하거나 신호를 위반하면 거리에 경찰이나 단속요원이 없어도 감시카메라가 운전자 얼굴을 찍고 경찰 컴퓨터와 연결해 누구인지 안면을 인식해 해당자에 대한 사회신용 점수를 매긴다. 사회신용점수는 개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중국 당국은 상점이 높은 사람에겐 공무원 임용과 승진 특혜, 창업 시 정부 지원, 저리 대출, 병원 수납 시 줄서기 면제 등 혜택을 부여한다. 벌점이 많은 사람은 공직 임용 제한, 대출과 구직 제한, 자녀의 인기 사립학교 입학 금지, 항공기·열차 이용 시 1등석 구매 금지, 해외 여행 불허 등의 불이익을 주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 제도의 목적이 신용이 높은 사람을 격려하고 신용불량자를 압박하면서 지하경제를 통제하고 사회 수준을 높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누가 봐도 주민에 대한 감시와 행동 통제다. 민주주의와 인권이 없는 중국 사회에서나 가능한 감시와 처벌이다. 중국 전체를 감시와 처벌의 파놉티콘으로 만들겠다는 무시무시한 의도가 아닐 수 없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의 영어신문인 글로벌 타임스에 따르면 인구 13억8600만 명의 중국에는 감시 카메라가 2016년 기준 1억7600만 대가 있다. 2022년에는 인구보다 많은 27억6000만 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1월 미국 정보통신(IT) 시장조사·컨설팅 업체인 인터내셔널 데이터 코퍼레이션(IDC)이 조사한 결과를 이 신문이 보도한 내용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본토에 2억 대가 넘는 감시 카메라가 작동 중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감시 카메라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안면 인식 시스템’을 탑재해 개개인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고성능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해 4월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深)에서 중국의 AI 안면 인식 기술로 운전자의 얼굴을 감시 카메라로 찍어 무면허자를 적발하는 시스템을 가동 중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전체 운전면허자의 사진을 중앙전산시스템 데이터베이스에 보관하면서 무면허자를 가려내고 있다.

중국은 IT와 AI 기술의 연구·개발에 대거 투자하면서 안면 인식 기술을 포함한 보안 감시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중국은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다는 평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홍콩 중문(中文門)대 교수가 창업해 홍콩에 본사를 둔 센스 타임(商湯科技)이다. 이 기업은 인공지능과 안면 인식 기술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2014년 6월엔 인간의 시각 인지 능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 화상 인식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그 해 9월 열린 이미지 네트(ImageNet) 세계대회에 출전해 구글에 이어 2위를 차지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AI를 중심으로 한 테크 기업에 보조금을 주고 감세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온 중국 정부는 이런 기술을 보안과 감시 분야에서 이미 활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검색엔진 업체(미국의 구글 격)인 바이두는 음성 인식과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해 가정용 로봇을 비롯한 스마트 홈 제품들을 만들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 서비스 플랫폼 업체인 텐센트(미국의 페이스북 격)가 운영하는 유튜 연구소(YouTu Lab)는 안면과 사물 인식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이런 디지털 감시 기술을 현재 홍콩 사태에 적극 활용하고 있을 것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日, 크루즈 확진자 대처 미흡해 비난

특히 주목할 점은 중국이 드론과 감시 카메라, AI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해 ‘비둘기’라는 암호명의 지역 공중 감시 시스템을 운영한다는 점이다. 하늘을 비행하면서 지상을 감시하는 보안 드론 로봇이다. 일반 드론과 다른 것은 마치 새처럼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다녀 인간의 탐지를 피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비둘기’는 동화상을 촬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탑재한 AI 시스템이 동화상에서 특정 패턴을 찾거나 사람의 안면을 인식해 신원을 확인한다. 수배자처럼 특정 인물을 찾기 위한 기술이지만 이를 응용하면 시위나 항의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어디에 사는지도 밝힐 수 있다. 중국 당국은 이미 30개 이상의 군부대와 정부 기관에서 이를 사용하고 있다고 일본 아사히(朝日) 신문이 보도했다. 조지 오웰의 SF소설 『1984년』처럼 첨단기술을 활용해 인간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보는 비인간적 감시 장치가 중국에선 이미 현실이다. 결국 중국 공산당은 안면인식 등 AI 기술을 활용해 전 국민을 감시하는 ‘AI 공정’을 벌여온 셈이다.

2001년 ‘아랍의 봄’ 당시 젊은이들이 휴대전화와 소셜 네트워크 시스템(SNS)을 활용하면서 디지털 기기는 민주주의를 불러오는 ‘디지털 유토피아(이상국가)’ 도구가 됐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디지털 기술을 국민 감시에 활용하면서 중국은 ‘디지털 포비아(디지털 공포)’ ‘디지털 디스토피아(암울한 세상)’가 되고 있다. 이에 중국 지식인들도 언론자유를 요구하고 있다. 리원량이 숨진 2월 7일을 언론자유의 날로 하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SNS를 뒤져 이런 글을 차단 삭제하면서 전파를 막고 있다. 홍콩사태·신장위구르·티베트에 대한 국제적 비난에다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중국은 이미지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직격탄을 맞았다. 가나가와현 요코하마(橫浜)에 정박한 미국·영국 선적의 크루즈선 ‘프린세스 다이아몬드’호에서 대량 확진자가 나오면서다. 그럼에도 일본은 WHO를 압박해 확진자 통계에서 일본과 일본-크루즈를 분리해서 발표하게 하고 있다. 확진자는 무조건 배에서 하선해 항구에서 대기 중인 앰뷸런스를 타고 일본의 병원으로 향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게다가 확진자가 아닌 크루즈 탑승자들을 하선하지 못하게 막아 각국의 불만을 불렀다. 결국 13일 노인을 중심으로 일부 탑승객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일본의 부적절한 전염병 대처는 7월 24~8월 9일에 열리는 도쿄 여름 올림픽이 무사히 열릴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론을 부르고 있다. 일본은 인류의 제전인 올림픽을 평화롭고 효율적으로 열어야 하는 책임이 있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도쿄 올림픽을 치른 뒤 개헌을 추진해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을 만들겠다는 아베의 정치 일정표에도 어떻게든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 기자 ciimccp@joongang.co.kr

※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1522호 (2020.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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