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세계 여성의 날] 1700년대 벨기에 양조장에는 여성 CEO가 있었다 

 

벨기에 맥주브랜드 스텔라 아르투아… 한국 및 세계 여성 응원 활동 지속

▎지난 2019년 5월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스텔라 아르투아가 진행한 '비컴 언 아이콘' 캠페인 토크쇼. 이날 행사에는 배우 김서형, 가수 김윤아, 개그우먼 송은이를 비롯해 여성 250여 명이 참석했다. / 사진 : 스텔라 아르투아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성역을 뛰어넘어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기회를 얻는데 힘쓴 것을 서로 축하하고 기억하기 위해 UN이 1975년 공식 지정했다. 이로부터 45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어떨까.

한국 여성들의 경제활동 상황은 여전히 암울하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9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중 경력단절 여성 현황’에 따르면 결혼, 임신과 출산, 육아 등의 이유로 일을 쉬게 된 경력단절 여성이 169만9000명에 달한다.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말하는 신조어 ‘경단녀’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쓰일 만큼 여전히 환경적 요인으로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이 많다.

국내 상장기업의 67.9%가 여성 임원 없어


▎여성 CEO였던 이자벨라 아르투아는 1726년부터 양조장을 운영했다. 사진은 이자벨라 아르투아를 기리는 영상 화면. / 사진 : 스텔라 아르투아
여성 임원 수치도 낮다. 헤드헌팅 전문업체 유니코써치가 지난해 매출 기준 국내 100대 기업의 임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여성 임원은 모두 244명으로 전체 임원 6932명의 3.6%에 그쳤다. 조사가 처음 이뤄진 2004년(13명)보다 여성 임원이 18배 이상 늘어났지만, 세계 평균 여성임원 비율인 20.6%보다는 매우 낮은 수치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내용에서도 국내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상장기업 2072곳의 임원 2만9794명 가운데 여성 비율은 4%(1199명)에 불과했다. 특히 상장기업 67.9%에 해당하는 1407곳은 여성 임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

해외 사정은 다르다. 선진국에서는 ‘여성임원할당제’ 등을 도입해 남녀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49개국 중 30개국에서 할당제나 자발적인 목표를 설정해 여성 임원의 비율을 높이고 있다. 여성임원할당제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여성임원이 일정비율 이상을 총족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로 정부가 정한 비율을 충족하지 않는 기업에게 벌금을 부과하고 정부보조금 지원 등을 제한한다. 여성임원할당제를 실시하는 국가로는 덴마크·프랑스·아이슬란드·노르웨이·스페인·벨기에·독일·이탈리아·포르투갈 등이 있다.

벨기에는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맥주 제조에 뛰어들어 CEO까지 오른 여성이 있다. 세계적인 맥주 브랜드 ‘스텔라 아르투아’를 만든 이자벨라 아르투아다. 브랜드 스텔라 아르투아의 역사는 1717년 세바스찬 아르투아가 기존 양조장을 인수하면서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양조장 화재로 인한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그의 아내였던 이자벨라 아르투아가 양조장 경영을 이끌었다. 현대에도 흔치 않은 양조업계 여성 CEO다. 그는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론칭하면서 지금까지 용감하고 선구적인 여성으로 꼽힌다. 브랜드 스텔라 아르투아는 이자벨라 아르투아 CEO를 기리며 현대까지 여성의 꿈을 지원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여성을 대상으로 ‘비컴 언 아이콘’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의 슬로건은 ‘꿈은 단절되지 않는다’이다.

지난해 캠페인에는 당당하고 능동적인 여성상으로 주목받은 배우 김서형, 싱어송라이터 김윤아, 개그우먼 겸 컨텐트 크리에이터 송은이가 참여해 자신들이 겪었던 어려움, 성공을 향한 노력 등을 대중에게 전했다. 사회공헌 활동도 함께 진행했다. 소비자가 여성의 꿈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관련 SNS에 포스팅하면 스텔라 아르투아가 포스팅 한 건당 만원씩 적립했고, 이렇게 모은 적립금 전액을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에 기부했다. 이 같은 사회공헌활동으로 스텔라 아르투아는 ‘트위터 브랜드 어워드 2019’ 사회공헌 캠페인 부문에서 퍼포즈상을 받았다.

이 캠페인은 올해도 계속된다. 스텔라 아르투아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남성들이 주로 일했던 직업군에서도 당당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여성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챌리스’ 스텔라 아르투아 맥주 전용잔을 한정품으로 제작·판매한다. 한정품 판매 수익금은 역시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에 기부한다.

물 긷는 노동자 여성에게 시간을 돌려주자


▎스텔라 아르투아가 물 부족 국가 여성을 응원하기 위해 제작한 맥주잔 챌리스. 맥주잔 판매 수익금 전부는 수도시설 설치 사업에 사용된다. / 사진 : 스텔라 아르투아
물 부족으로 고통을 겪는 여성들을 돕기 위해 2015년부터 진행 중인 ‘멋진 한 잔’ 캠페인도 돋보이는 사회공헌활동이다. 스텔라 아르투아는 비영리기관 ‘Water.org’의 설립자이자 미국 배우인 맷 데이먼과 함께 이 캠페인을 진행한다. 비영리기관 Water.org는 할리우드 배우 맷 데이먼과 개리 화이트가 공동 설립했는데, 세계 각국 물 부족 빈곤층을 위한 수도시설 설치 사업을 펼치고 있다.

개발도상국에서 물을 긷는 역할은 대부분 여성과 아이들의 몫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가 2017년 내놓은 보고에 따르면, 물이 부족한 국가에서는 10가구 중 8가구가 여성(성인·아동)이 매일 6시간씩 물을 구하기 위해 걷고 있다. 일과의 대부분을 물을 얻기 위해 소비함으로써 여성들은 적절한 교육을 받을 기회를 박탈당하고,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기 어려운 환경에 놓이게 된다.

스텔라 아르투아는 물 부족 국가의 여성들을 돕기 위해 스텔라 아르투아 맥주 전용잔인 챌리스를 제작하고, 판매해 수익금 전액을 Water.org에 기부한다. 이 금액은 식수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개발도상국에 지원한다. 챌리스 디자인 작업에는 캄보디아, 우간다, 브라질의 아티스트가 참여했다. 맷 데이먼은 캠페인 ‘멋진 한 잔’을 홍보하는 영상을 통해 “챌리스 1잔 가격이면, 물 부족 국가의 한 가정에 5년간 깨끗한 물을 제공할 수 있다. 더 많은 사람이 동참해 물을 구하려 매일 6시간씩 걷는 사람들의 소중한 시간을 찾아주자”고 호소했다.

스텔라 아르투아는 2018년까지 이 캠페인을 통해 챌리스 판매수익 2100만 달러(약 236억원)을 기부했고, 약 160만 명에 이르는 인구가 수익금을 지원받아 수도 시설을 이용하게 됐다. 스텔라 아르투아 브랜드 매니저는 “개발도상국의 여성들은 현재까지도 식수 마련을 위해 하루 중 많은 시간을 길 위에서 보내고 있다”며 “이 캠페인을 통해 개발도상국 여성들이 깨끗한 물을 구하러 오가며 낭비했던 시간을 줄여서 자기계발, 학업, 경제활동에 시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지원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1524호 (2020.03.09)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