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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오르는 배터리 양극재] ‘장기계약에 합작법인까지’ 선점 경쟁 불붙었다 

 

생산기업 많지 않아 공급 부족 발발… 2025년 시장 규모 6배로 늘 전망

▎사진:© gettyimagesbank
유럽의 전기차 시장 급팽창으로 배터리 업계가 양극재 확보 전쟁을 치르고 있다. 특히 ‘배터리 코리아’를 이끄는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는 양극재 업체들과 장기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합종연횡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양극재는 니켈·코발트·망간 등으로 이뤄진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재료다. 앞서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들 간 이뤄졌던 전략적 동맹관계가 이제 배터리 양극재 업체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양극재를 확보하기 위한 배터리 업체들의 러브콜이 이어지면서 양극재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국내 기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전기차 배터리사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부터 양극재 업체들과 양극재 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9월 글로벌 1위 양극재 생산업체인 벨기에 유미코아와 12만5000t 규모의 양극재 공급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LG화학은 양극재 12만5000t으로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가 약 400㎞인 고성능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약 100만대 분을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에는 국내 양극재 생산업체인 포스코케미칼과 2022년까지 3년간 1조8533억원가량의 양극재를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배터리 업체 러브콜에 양극재 시장 급성장

SK이노베이션 역시 지난 2월 국내 최대 배터리 양극재 생산업체인 에코프로비엠과 약 2조7000억원 규모의 양극재 중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충북 청주에 생산거점을 두고 있던 에코프로비엠은 SK이노베이션에 물량 납품을 맞추기 위해 이르면 1분기 중 경북 포항에 SK이노베이션 전용 양극재 공장을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삼성SDI는 아예 지난 2월 에코프로비엠과 합작법인 ‘에코프로이엠’을 설립하기로 정했다. 삼성SDI와 에코프로비엠이 각각 480억원, 720억원을 투자하고, 삼성SDI 전용라인에서 양극재를 생산해 전량 삼성SDI가 가져가는 구조다.

배터리 업체가 전기차 시장 확대에 발맞춰 배터리 생산 능력 향상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양극재는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 등과 함께 배터리 4대 소재로 꼽힌다. 핵심은 양극재다. 전체 배터리 생산원가에서 양극재가 차지하는 비중만 30~40%다. 양극재가 없으면 배터리를 만들지 못하는 셈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유럽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배터리 업체들이 앞다퉈 배터리 생산 규모를 키웠지만, 정작 핵심 소재인 양극재 수급에는 소홀했다”면서 “양극재를 직접 생산하는 LG화학마저 외부 조달을 받아야만 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유럽에선 이미 양극재 부족에 따른 전기차 배터리 공급 지연이 현실화했다. 지난 2월 영국 재규어와 독일 아우디 등이 양극재 부족으로 배터리 공급을 못 받으면서 전기차 생산을 일시 중단한 게 대표적이다. 올해 유럽연합(EU)의 이산화탄소 배출 허용량 강화(130g/㎞→95g/㎞)로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을 늘린 것과 달리,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양극재 생산량은 제자리걸음하고 있어서다. 실제 전 세계 양극재 생산 기업은 국내의 포스코케미칼·에코프로비엠·엘엔에프, 벨기에 유미코아, 일본 스미토모·니치아, 중국 샨샨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극재가 배터리 성능을 결정하는 것도 배터리 업체들의 양극재 확보 러시를 이끌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에는 주로 니켈 함량이 높은 양극재가 쓰인다. 양극재 내에 니켈 함량이 높을수록 배터리 용량증대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다만 니켈 함량이 높으면 안전성이 떨어진다. 이에 니켈 함량을 높이면서 안정성을 얻는 게 양극재 기술의 핵심으로 꼽힌다. 양극재 업체 관계자는 “양극재 시장은 기술력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고 제조 공장을 건설하는데도 수년이 걸린다”며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배터리 업체들이 그동안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양극재 업체와의 장기공급 계약을 맺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업체가 양극재 업체와 손을 잡으면서 양극재 시장 역시 급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리튬이차전지 양극재 시장전망’ 보고서에서 2025년 리튬이온이차전지용 양극재 사용량이 274만9000t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45만6000t보다 6배 수준으로 늘어나는 규모로 연평균 성장률은 33.3%다. 전기차 배터리용 양극재 사용량은 지난해 상반기 이미 11만2000t을 기록, 전년 같은 기간보다 80.9% 증가했다. 특히 니켈 비율이 높아 전기차 배터리 용량 증대에 유리한 NCM622, NCM811 등 사용량은 100% 이상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자 지속했던 배터리 업체 올해 흑자 전망

상황 이렇다 보니 전기차용 배터리 양극재 시장으로 국내 대기업의 관심도 늘고 있다. 한 예로 포스코그룹의 포스코케미칼은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지난해 7월 전남 광양에 있는 연간 6000t 규모 양극재 생산 공장의 1단계 생산 설비를 준공했다. 가동 중인 구미공장을 포함하면 연간 1만5000t의 양극재를 생산할 수 있다. 포스코는 미래 신성장 사업을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음극재로 잡고 2030년까지 관련 매출 17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GS건설도 배터리 사업을 신성장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배터리 양극재 관련 사업에 새로 진출한 기업도 있다. 롯데그룹이 대표적이다. 롯데그룹은 계열사인 롯데알미늄을 통해 지난 2월 배터리 양극박 시장에 진출했다. 헝가리 터터바녀 산업단지 6만㎡ 부지에 11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양극박 공장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롯데그룹이 배터리 양극재 사업에 눈독을 들여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는 지난해 일본 히타치케미칼 인수전 때부터 배터리 소재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면서 “롯데는 양극박을 시작으로 양극재·음극재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힐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한편 전기차 시장 성장에도 설비 확장 등에 비용을 쏟느라 적자를 면치 못했던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올해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지난해 배터리 사업 부문에서 LG화학은 454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SK이노베이션도 3091억원의 적자를 봤다. 삼성SDI 역시 전기차 배터리가 있는 중대형 배터리 사업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매출 확대와 흑자가 예상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유럽을 중심으로 전기자동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배터리 수요가 공급을 넘게 될 것”이라며 “매출이 늘면서 적자였던 수익성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1525호 (2020.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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