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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 이베이코리아의 향방] 한국 진출 20년만에 출구 찾는 이베이코리아 

 

거래액 선두지만 인프라 투자 뒤처져… 유통업계 판도 변화 상징

설립 10년을 맞은 쿠팡이 진퇴양난에 빠진 사이 국내 진출 20주년을 맞은 이베이코리아는 매각설이 부상했다. 이베이코리아는 1998년 시작한 국내 최초의 인터넷 경매 사이트이자 오픈마켓 사업자 옥션, 2000년 설립한 G마켓 등 2000년대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역사를 썼던 곳이다. 미국 이베이 본사에서는 2001년 옥션을 인수하면서 한국 시장에 발을 들였고, 2009년 G마켓을 인수하면서 국내 오픈마켓 시장 절반 이상을 장악했다. 따라서 매각이 성사된다면 국내 전자상거래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사건으로 기록 될 전망이다.

이베이코리아 매각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지난 수년간 이베이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것이란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시장에 나왔다. 그리고 매각설이 떠오를 때마다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은 물론 유통업계 전반의 판도를 바꿀 것이란 기대를 받았다. 이번에는 어느 때보다 한국 시장 철수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미국 이베이 본사는 보유 중인 지분 100%를 매각하기 위해 글로벌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매각과 관련해 본사 측으로부터 전달 받지 못했고 특별히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 재편에 요동치는 유통업계


이베이코리아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 선두권 업체다. 리테일 현황 분석 업체 와이즈리테일에 따르면 2019년 11월까지 옥션과 G마켓에서 진행된 거래 금액은 15조6000억원이다. 통계청에서 집계한 2019년 한국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135조원으로, 이를 기준으로 추산한 시장점유율은 12% 수준이다. 이베이코리아의 매출액은 2018년에 9811억원을 기록했으며 2019년에는 1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이베이코리아를 가져갈 경우 단숨에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선두로 치고 나갈 수 있다. 거래액 기준 2위 쿠팡의 거래액은 15조3000억원 수준으로 이베이코리아와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베이코리아의 거래액은 G마켓과 옥션의 거래액을 합친 금액이기 때문에, 단일 브랜드로는 쿠팡이 선두에 위치한다.

미국 이베이 측이 이베이코리아의 매각가로 5조원 가량을 염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가격을 감당할 수 있을 만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 공룡들은 물론 네이버와 카카오, SK텔레콤 등 ICT업체, 쿠팡과 티몬,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업체, 지난 수년간 유통업체 인수로 성과를 냈던 사모펀드(PEF) 등이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베이코리아 매각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현재 거론되고 있는 가격보다는 낮추거나, G마켓과 옥션 등을 따로 매각해야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베이코리아 매각 이슈보다 현재 업계 상황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는 업체도 매각 결정을 내릴 만큼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서다. 이베이코리아는 2018년 영업이익으로 485억원 흑자를 냈다. 이커머스 시장 대형 사업자 가운데 유일한 흑자업체다. 다만 이익 폭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2015년 801억원을 거둬들였으나 2016년에는 670억원, 2017년에는 623억원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베이코리아가 급변하는 전자상거래 시장 판도에서 중간에 낀 신세로 보고 있다. 인수합병 업계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가 흑자를 내고 있다고는 하지만 유통업계 전반의 경쟁이 치열해 언제 상황이 바뀔지 모른다”며 “로켓배송이나 새벽배송, 간편결제 같은 상징적인 서비스로 소비자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켜야 하는데 여기에는 추가 투자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베이코리아 매각은 국내 유통업계 판도 변화를 상징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신선식품 특화 서비스나 새벽배송 등 새로운 서비스로 무장한 스타트업과 오프라인 유통 인프라를 활용하는 신세계와 롯데 등 유통 대기업, 대규모 투자를 벌이고 있는 쿠팡 등의 최근 행보에서 유형자산의 증가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점이 바뀐 판도를 상징하는 대목이다. 쿠팡만 하더라도 지난 2014년 유형자산은 590억원에 불과했지만 2018년 말에는 4000억원으로 7배 가량 늘었다. 물류센터와 풀필먼트 서비스, 신선식품 처리 시스템 등에 투자하다 보니 유형자산 역시 급격히 늘었다. 최근 온라인 거래 중심에 식품군이 떠오르면서 인프라 투자 경쟁은 필수가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전자 상거래 상품군별 거래액 가운데 식품 거래액은 16조9631억원으로 전년 대비 26%나 늘었다. 서비스 거래를 제외하면 가장 큰 성장세다.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들 역시 온라인 시장 강화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2019년 3월 1일 신세계 그룹의 온라인 쇼핑 통합법인으로 출범한 에스에스지닷컴의 유형자산은 2018년말 기준 2693억원이나 된다. 9개월 뒤인 2019년 9월 말에는 3300억원으로 600억원 이상 늘었다. 반면 이베이코리아의 유형자산 총액은 2014년 595억원에서 2018년말 632억원으로 40억원 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소비자와 판매자를 연결해주는 설립 초기 사업 모델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생존 위한 유형자산 경쟁 ‘분수령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과거에는 G마켓이나 옥션 등 오픈마켓 사업자들과 롯데, 신세계 등 대기업 유통계열사들의 온라인 쇼핑몰 등으로 구분됐다. 오픈마켓 사업자는 통신판매중개업자, 온라인 종합유통업체들은 통신판매자로 분류되는 식이다. ‘중개업’이라는 단어가 포함됐는지 아닌지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오픈마켓은 통신판매중개업자로, 상품 거래시 거래자를 연결해주는 역할에 충실하면 됐다. 반면 통신판매자는 직접 판매를 담당하기에 배송을 위한 물류시스템을 갖춰야 했다.

그러나 쿠팡과 위메프, 티몬 등이 오픈마켓을 병행하고 있고, 중개업자인 이베이코리아도 물류센터에 투자하는 등 양측의 구분이 무의미해졌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2019년부터 일부 업체들이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는 시장으로 전환됐고 그 중에서도 SSG.COM, 네이버쇼핑, 쿠팡 등이 돋보이고 있다”며 “이베이코리아는 소비자 변화 속에 관련 인프라 투자가 필요했지만 실행하지 못하면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1526호 (202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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