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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 된다던 튜닝산업 현실은] “‘네거티브’ 규제로 바꿔야 산업화 가능” 

 

‘출고 후 옵션 튜닝(Retrofit)’으로 차별화… 자동차정비업 인식 벗어나야

▎사진:김현동 기자
국내에서 자동차 튜닝의 산업화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14년이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일환으로 수면 위에 올랐고, 금방이라도 폭발적인 성장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당시 정부는 이 산업이 2020년에는 4조원 규모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현재 튜닝산업은 변화의 움직임조차 찾기 힘들 정도다. 2014년 5000억원으로 추정되던 시장규모는 아직 그대로다.

튜닝업계는 튜닝산업 활성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으로 ‘규제’를 꼽는다. 개별 부품에 대해 모두 인증 절차를 받아야 하는데, 영세한 업체들은 이 과정을 감당하기 힘들다. 튜닝업계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 등을 중심으로 이같은 규제를 없애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 그 결과 지난해 튜닝산업 제도 개선이 일부 이뤄지기도 했다.

하지만 현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튜닝산업 활성화를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국내 최대 튜닝숍 프랜차이즈 덱스크루의 이홍준 대표는 케이블 방송 ‘더 벙커’를 통해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네거티브 규제로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자동차 튜닝이 산업으로 영글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협회에서 오랜기간 제도개선위원을 맡아왔다.

2014년 5000억 시장 규모 그대로

지난해 8월 국토교통부는 “자동차 튜닝규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며 ‘자동차 튜닝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27개 항목에 대해 승인검사를 면제한 게 골자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 같은 조치가 국내 튜닝산업 발전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그는 “소비자마다 원하는 니즈와 개성이 다른 튜닝시장에서 이 정도 수준의 규제 완화는 효과가 없다”고 단언했다.

자동차 튜닝 활성화 대책을 보면 국토부가 승인검사를 면제한 27개 항목 중 12개는 이미 경미한 튜닝 항목으로 승인검사가 면제되고 있으며, 4가지는 이미 자기인증(법령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제작·수입자가 제품이 안전기준에 적합함을 스스로 인증하는 것) 품목이다. 나머지 11개 항목은 환기장치 등으로 튜닝작업이 많지 않다. 이를 제외한 튜닝 품목은 여전히 튜닝 이전 구조변경 승인, 구조변경 후 최종허가 취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승인검사가 면제된 품목이라 하더라도 현실적으로는 제조사의 ‘순정 부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튜닝부품으로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차종별로 따로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영세한 업체들이 이같은 과정을 수행하기는 어려워서다. 현재 튜닝인증부품은 5개에 불과하다. 이 대표는 “영세업체가 부품의 인증을 받는 과정을 보면 보통 2년 넘게 걸리고, 기존 20만원 정도이던 가격이 인증 비용 탓에 35만원까지 올랐다”며 “사실상 가격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할 수 있는 것을 나열하는 현재의 ‘포지티브’ 규제 방식을 떠나, 해서는 안되는 것을 정하고 이를 금지하는 방식의 ‘내거티브’ 규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해 3월 ‘자동차튜닝산업법안’과 ‘자동차관리법 일부 개정법률안’으로 법안 발의되기도 했다.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과 윤영일 당시 민주평화당 의원이 공동발의 했다. 이 법안에는 구조변경 승인 등의 과도한 규제 절차를 모두 없애고, 인·허가를 받은 전문적인 튜닝사업자만 합법적인 튜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안전이나 소음, 배기가스 환경 기준을 위반하는 튜닝에 대해서는 사업자에게 벌칙 등 제재를 하는 내용도 포함돼 불법 튜닝에 대한 우려를 차단했다.

하지만 이 법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국토부의 섣부른 규제 개선이 이뤄졌고 해당 법안에 대한 논의는 기약이 없어졌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대표는 “한국 튜닝시장은 현재도 안전이라는 명분 아래 자동차관리법에 묶여 필요 이상의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튜닝을 자동차 정비업의 한 분야로 볼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기준을 마련해 권한과 책임을 주어야 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금과 같이 규제가 지속되는 상황이라면 국내 튜닝 산업 발전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았다. 그렇다고 마냥 규제의 탓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는 ‘틈새’를 노려 사업을 안착시켰다. 덱스크루는 자동차 동호회 사이에선 ‘출고 후 옵션 튜닝(Retrofit)’으로 유명하다. 대개 자동차 회사는 자동차 모델에 등급(트림)마다 옵션 사양을 묶어 판매한다. 때문에 낮은 등급에서는 운전자지원시스템(ADAS) 등의 옵션을 선택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옵션 튜닝을 통해 낮은 트림의 차에도 고급 트림에만 적용되는 옵션을 적용하는 것이다. 또 운전자가 자동차를 구매할 당시 필요없다고 생각했던 옵션이 운행을 하다보니 필요해진 경우에도 옵션 튜닝을 활용할 수 있다.

‘편의장비 탑재’ 니즈 파고들어 사업 성공

이 대표는 “옵션 튜닝은 가맹사업을 시작할 당시 국내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업모델”이라며 “한국 튜닝시장의 과도한 규제가 언제 풀릴지 불확실하고 과거처럼 외관을 화려하게 만드는 튜닝보다 편의장비 탑재에 대한 욕구가 큰 점 등을 고려해 이 같은 사업 모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덱스크루는 특히 국내에서 판매 비중이 큰 현대·기아차의 순정부품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현대모비스 입장에서도 덱스크루는 이전에 없던 고객인 셈이다. 개별 판매가 될 리 없는 전장부품을 상당량 구매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전국 현대모비스 대리점을 통해 원활한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이런 사업모델을 가능케 했다”며 “모비스 영업사원들에게도 우리가 새로운 시장으로 여겨지는 듯 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현재 40개의 가맹점을 50~60개까지만 늘린다는 목표다. 그 이후로는 더 이상 튜닝 가맹점 사업을 확대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대신 새로운 사업을 개척하고 있다. 덱스크루의 투자자인 불스원과 함께 ‘세차’ 분야에 진출했다. 지난해 론칭한 스팀세차 프랜차이즈 브랜드 ‘덱스워시’는 불스원을 통해 검증된 품질의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모델이다.

그가 이 같은 판단을 한 것은 튜닝산업에 대한 획기적인 규제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한 시장이 대폭 성장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그는 “수요가 한정됐기 때문에 무리하게 가맹점을 늘리면 가맹점주의 수익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현재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덱스크루 가맹점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1528호 (202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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