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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쟁 부추기는 트럼프의 코로나19 말말말] 트럼프 말실수 연발에 깊어지는 공화당 근심 

 

민주당에 정권 뺏긴 12년 전 ‘부시 악몽’ 재현될까 전전긍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가도에 빨간 불이 켜졌다. 코로나19와 관련해 매일 같이 열고 있는 브리핑에서 잇단 실언과 미숙한 대응으로 비판을 받으면서다. 코로나19와 관련한 비과학적인 실언이 이어지고, 고집과 독선, 변덕스러움으로 가득한 모습이 잇따라 드러났다. 심지어 방역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전문 관료들과의 갈등까지 노출됐다. 반대파는 트럼프의 진면목이 연이어 드러났다며 비난의 포화를 집중하고 있고, 지지층은 당혹해하는 중이다.


▎외과용 마스크를 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대통령이 키스하고 있는 그림. 독일 베를린 마우어파크에 있는 이 벽화는 코로나19 사태에 허풍으로 일관하고 있는 두 지도자를 비판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런 상황은 6개월 앞두고 있는 선거에 어떻게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11월 3일의 선거에는 임기 4년의 대통령은 물론 임기 6년의 상원의원 3분의 1과 임기 2년의 하원의원 전원도 뽑게 된다.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현재 백악관과 상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의 내부 고민이 커지고 있다. 11월 선거에서 승리해 트럼프의 재선을 이루고 상원은 물론 하원도 장악하려던 공화당의 꿈은 트럼프의 잦은 실수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자칫 민주당이 백악관은 물론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화당에선 한순간에 다수당의 지위를 잃고 힘없는 야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화당이 불안해 하는 배경에는 최근 나온 불길한 여론 조사 결과가 깔려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와 트럼프의 잇딴 실수로 인해 특히 대선의 향배를 결정지을 ‘경합주(Swing States)’에서 트럼프의 지지도가 뒤진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그것이다.

미국의 대선 방식은 독특하다. 대부분의 주가 승자가 해당 주에 배당된 선거인단을 독점하는 승자독식제를 채택하고 있다. 메인과 네브라스카만 선거인단을 나눈다. 그런데 미국은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자가 많은 공화당 안전주와 민주당 지지층이 두터운 민주당 안전주, 그리고 두 정당 사이를 오가는 경합주로 나뉜다. 텍사스, 미시시피, 앨라배마,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남부 주들은 보수적이고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공화장 안전주다. 중서부의 와이오밍, 유타, 아이다호 도 공화당의 표밭이다. 자유주의적 성향이 강한 동부의 뉴욕, 버몬트, 매사추세츠, 코네티컷과 서부의 캘리포니아와 오리건, 그리고 중북부의 일리노이 등은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대선 득표 승리 지역에서도 흔들리는 공화당 입지

안전주와 달리 선거 때마다 표심이 변화하는 지역을 경합주 또는 전장주(Battlefield States)라고 부른다. 남부의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중북부의 미시간, 미네소타, 위스콘신, 동부의 펜실베이니아, 버지니아, 뉴햄프셔, 중서부의 네바다, 콜로라도, 아이오와가 여기에 해당한다. 미국 대선 선거전은 아무래도 이들 경합주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여론 조사는 공화당에 불길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NYT에 따르면 “공화당의 일부 인사는 지난 2006년과 2008년 공화당이 민주당에 의회에 이어 백악관까지 빼앗겼을 당시 상황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은 2006년 중간 선거에서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통치 능력에 대한 대중의 반감과 이라크 전쟁을 둘러싼 도덕성 논란 등으로 민주당에 의회 권력을 빼앗겼다. 이어 2008년 대선에선 경제 위기까지 겹치면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에게 백악관을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현 상황이 당시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이 경제 분야다. 코로나19 위기 이후로 미국에선 2600만 명 이상이 실업수당을 신청했다. 이 때문에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가 대거 차지했던 경합주에서 공화당의 입지가 갈수록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 NYT의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경쟁자인 민주당의 유력 예비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비해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 같은 경합주에서 크게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형 경합주인 플로리다에서도 근소하게 뒤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트럼프의 득표력이 의심받고 있다. 538명의 대선 선거인단 가운데 민주당 안전주인 캘리포니아가 55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공화당 안전주인 텍사스로 38명이다. 경합주 가운데 가장 많은 선거인단이 있는 주가 플로리다로 29명이다. 펜실베이니아는 20명, 미시건은 16명의 선거인단을 가진 중간 주다.

게다가 최근 선거자금 모금 보고서에 따르면 민주당은 의회 선거와 관련해 올해 1분기에 공화당보다 훨씬 많은 자금을 모금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백악관에서 매일 열고 있는 코로나19 태스크포스 브리핑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가짜 뉴스 발원지로 질타 받는 트럼프의 입


▎민주당의 유력한 대통령 예비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 등에서 트럼프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REUTERS=연합뉴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매일 같이 여는 코로나19 기자회견에서 연일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발언을 하면서 가짜 뉴스 발원지로 떠오르고 있을 정도다. 트럼프는 특히 코로나19와 관련한 네 가지 사안에서 과학적·정치적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첫 논란은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지만 미국에선 별 문제가 엇었던 2월 초에 발생했다. 트럼프는 2월 10일 지지자 집회에서 “따뜻해지면 바이러스가 사멸한다. 4월까지는 수습될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듣는 사람에게 희망을 주려는 의도로 발언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근거가 희박하고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발언이다. 당시 기온이 높은 동남아시아와 중동에서도 이미 코로나19가 발생해 기온이 높아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활동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해외 뉴스와 지리적인 상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당시까진 미국에선 코로나19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아 큰 주목을 모으지도 않았다. 다만 4월이 지난 지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라지기는커녕 미국이 심각한 코로나19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에 새삼 대중들에게 반추되고 있다.

트럼프는 이어서 특정 의약품에 대한 집착을 보여주면서 대중의 눈밖에 나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3월 19일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쓸 수 있다고 처음 거론했다. 트럼프는 “매우 고무적인 결과를 보여줬다”며 “처방전에 의해 거의 즉시 이 약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언급한 클로로퀸은 일반적으로 말라리아와 류머티스성 관절염 치료제로 이미 허가 받아 사용되는 클로로퀸 인산염과 화학구조를 조절해 부작용을 줄인 하이드록시 클로로퀸 인산염 두 가지 모두를 가리킨 것이다.

트럼프는 클로로퀸과 길리어드 사이언스 사의 항바이러스 의약품인 렘데시비르도 함께 거론하며 “‘게임 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이 과정에서 이 약들이 승인 절차를 거쳤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렘데시비르는 아직 신약 승인을 받지 않고 임상 시험 중이다. 클로로퀸은 과거 말리리야 약으로 승인을 받았지만 코로나19와 관련해선 어떤 승인도 받은 적이 없으며, 효력도 입증되지 않은 상태다.

질병센터 권고도 거부 제멋대로 비과학적 발언


▎앤서니 파우치(왼쪽)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4월 29일 워싱턴 DC에 있는 백악관 타원형 사무실에서 코로나19 대응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AFP=연합뉴스
클로로퀸은 1934년 독일 제약사 바이엘이 개발했으며 미국에선 1947년 말라리아 치료제로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받았다. 클로로퀸과 개량형인 하이드록시 클로로퀸은 특허가 만료돼 제약사들은 특허료를 지불하지 않고 저비용으로 제조할 수 있다.

다만 클로로퀸은 부작용이 심각해 말라리아 치료제로는 하이드록시 클로로퀸을 주로 사용한다. 드문 말라리아 치료제라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필수 의약품으로 지정도 받았다. 말라리아가 유행하는데도 의료 시설과 빈약한 열대 지역 주민을 위한 조치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3월 23일에는 “클로로퀸과 Z-Pak(항생제인 에리스로마이신)의 결합은 매우 좋아 보이며 신의 선물이 될 수도 있다”며 “효과가 있다면 큰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의 선물’‘게임 체인저’ 등의 용어는 수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 수밖에 없다. 더구나 온갖 정보가 몰리는 미국의 대통령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한 발언이 아닌가. 주식을 하는 사람들은 이를 듣고 클로로퀸이나 그 원료를 제조하는 기업의 주식에 투자했을 것이다. 미국의 척슈마허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는 이런 트럼프를 두고 트위터에서 “허풍선이 의약품 세일즈맨”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가 미국민과 세계를 헛갈리게 한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마스크 소동으로 이어졌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4월 3일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 브리핑에서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 국민에게 자발적으로 마스크 등 안면 가리개를 쓰라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권고를 발표하면서 “나는 그것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DC의 권고에도 자신은 이를 따르지 않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미국 국민으로선 대통령의 말만 듣고는 마스크를 쓰란 말인지, 쓰지 말란 말인지 헛갈릴 수밖에 없다. 그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트럼프는 “안면 마스크를 쓰고 (외국의) 대통령, 총리, 독재자, 왕, 여왕을 맞이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한 혼란 발언의 결정타는 4월 23일 기자회견에서 나왔다. 트럼프는 소독제를 체내에 주사하면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CNN에 따르면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토안보부의 빌 브라이언 과학기술국장이 “바이러스가 고온 다습한 환경에 약하고, 소독제와 표백제 등으로 (청소할 경우) 이를 사멸시킬 수 있다”고 설명한 것이 계기였다. 이 말을 들은 트럼프는 “환자들에게 강한 햇빛을 쬐게 하고 소독액을 체내에 주사해 청소하면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 발언은 과학을 넘어 상식에도 어긋나는 황당한 발언이다. 바이러스를 인체 외부에서 사멸시킬 수 있는 물질은 많다. 예로 바이러스를 키운 배지에 락스를 넣으면 모두 사멸한다. 하지만 그 락스를 인간에게 의약품으로 쓸 수는 없다. 인간이 복용을 한다면 바이러스가 사멸하기 전에 위장관부터 먼저 심각하게 손상되기 때문이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트럼프의 살균제 발언 이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트위터에 ‘살균제를 부적절하게 사용해선 안 된다’는 경고문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독일의 보건 당국은 “자외선은 신체의 면역 기능을 오히려 억제할 수 있다”며 “”어떤 병에 걸렸든 환자를 이글거리는 태양에 노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클로로퀸과 관련해 미국 식품의약청(FDA)는 코로나19의 치료나 예방에 효과적이고 안전한 것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트럼프는 코로나19와 관련한 가짜 뉴스 발신자로 비난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황당 발언으로 국가 위신 글로벌 지도력 추락

트럼프의 말라리아 약 발언 뒤 미국에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처방 건수는 3월 중 114배로 증가했다. 미국에서 3월 중 처음으로 클로로퀸 처방을 낸 의사만 4만 명이 넘었다. 전문가들의 우려가 제기된 4월 둘째 주 이후에도 하이드로클로로퀸의 처방은 평소의 6배 이상이었다. 말라리아가 유행하지도, 말리리아 지역에 미국인이 관광을 떠날 수도 없게된 지금 상황에서 대부분 트럼프의 말을 듣고 약품을 확인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처방전이 발행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는 이런 발언으로 미국 대통령과 전문 공직자의 엇박자를 연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미국 전역이 고통 받는 상황에서 트럼프는 이에 맞서고 국민을 위로해주는 지도자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국민의 불신이 커지고, 미국 정치권에서도 심각한 공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심지어 전 세계에도 가짜 의약뉴스로 인한 심각한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트럼프의 황당 발언이 나오면서 그전부터 각국에서 돌던 헛소문에 대해 해당 국가에서 ‘비과학적’이라고 지적하고 계몽해도 제대로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백신도, 치료제도 없다는데 당장 뭐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감에 더해 ‘미국의 대통령도 저러는데 누구 말을 믿을 수 있겠나’라는 불신이 더해진 결과일 것이다.

트럼프의 황당한 발언들은 미국의 글로벌 지도력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트럼프는 독일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 기업을 미국이 인수해 백신을 미국인에게만 공급하겠다는 발언을 했다가 비난에 직면했다. 코로나 방역에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다 오히려 미국의 위신만 떨어뜨린 셈이다. 미국 공화당과 지지자, 그리고 국민이 트럼프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트럼프는 이 위기에서 어떻게 탈출할 것인가.

-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 기자 ciimccp@joongang.co.kr

※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1533호 (202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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