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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 줄이기’ 나선 글로벌 기업] IT·소비재 넘어 석유회사까지 탄소중립 선언 

 

“기후위기가 기업 생존 위협” 판단… LG전자 외 국내 기업 대응 늦어

▎사진:© gettyimagesbank
글로벌 기업들이 기후위기 대응에 발 벗고 나섰다. 폭염, 한파, 산불, 가뭄 등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와 재해가 잇따르자 기업이 직접 나서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있다. 기업의 이익이 인류 생존에 기반을 둔다는 시각이 작용했다. 실제 지난해 호주·브라질 아마존·러시아 시베리아에서는 대형 산불이 발생해 인류 생존을 위협했다. 유럽은 폭염에, 미국은 한파에 시달렸다. 한국은 4월 중순 때늦은 추위가 들이닥치더니, 5월 들어서는 초여름 기온을 보이고 있다.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은 지난해 향후 10년간 인류가 직면할 위험 요인 1위를 기상이변으로, 2위를 기후변화 대응 실패로 선정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나 네슬레 등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글로벌 대형 기업들은 앞다퉈 탄소중립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만큼 대기 중 온실가스를 제거해 순배출량이 ‘0(Net Zero)’이 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화석연료 사용으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면 그만큼 탄소를 잡는 기술을 개발하거나 숲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특히 지난 1월 MS는 탄소 처리 기술 개발에 10억 달러(약 1조2300억원) 규모의 ‘기후혁신기금’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정하고 “2050년까지 지금까지 배출한 탄소 전체를 제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후위기 막아야 기업도 산다”

MS에 이어 구글, 아마존 등 정보기술(IT) 기업들도 탄소중립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들 IT기업들이 운용하는 데이터센터에서만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6%가 뿜어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도심에서 탄소 배출량을 추적하고 줄일 수 있는 디지털 툴을 개발했고, 환경기술 프로젝트에 투자해 자체 배출량을 상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아마존은 기후 위기 대응 기금 ‘베조스 어스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지구에 닥친 가장 큰 위협인 기후변화에 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글로벌 1위 식품업체로 꼽히는 네슬레도 지난 1월 “2050년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를 달성할 것”이라는 방침을 내놨다. 네슬레는 이미 2015년 미국 중북부 지역 파우돈 공장에 혐기성 소화방식 시스템을 도입했다. 초콜릿이나 사탕 등 당류 제품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활용해 산소가 없는 조건에서 자연적으로 생분해된 박테리아 부산물을 전력 생산에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의 10%를 감축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 1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기후위기가 기업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는 불안이 기업들의 탄소중립 선언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최근 나온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결론을 보면 금세기 말까지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 기온 상승폭을 1.5℃ 이하로 묶지 않으면 지속적인 생존이 어려워진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구의 평균온도는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 이미 약 1℃ 넘게 상승했고, 한반도 온도는 지난 106년 동안 1.8℃ 상승했다. 이성호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수석연구원은 “기후가 기업의 장기 전망을 좌우하는 절대적인 요소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국가 차원의 환경규제 강화도 기업의 탄소중립 추진이란 생존 노력을 지지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에 비해 45% 줄이고,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세부계획을 내놓았다.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등이 2050년을 탄소중립 원년으로 정했다. EU는 특히 탄소 배출량이 많은 국가 수입품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세’ 제도까지 추진하고 있다. 탄소중립 기업 제품만 가격 등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조 기업, 석유회사까지 탄소중립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밝힌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석유회사인 BP는 지난해 하루 264만 배럴 규모 석유를 생산했다. BP가 탄소중립을 밝힌 배경은 탄소중립이 시대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화두로 등장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BP의 버나드 루니 CEO는 “우리는 완전히 변해야 한다. 에너지 시스템을 바꾸는 데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자와 가치평가에도 ‘탄소중립’ 활용

글로벌 기업들의 탄소중립 선언은 더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기업들의 돈 줄 역할을 하는 금융시장이 기후위기를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4일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탄소배출 등으로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리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2019년 말 기준 보유자산 규모만 7조 달러(약 8600조원)에 달하는 자산운용사가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않는 기업의 주식이나 채권은 보유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래리 핑크 블랙록 CEO는 올해 초 연례서한에서 “지속가능성과 기후 변화를 반영한 포트폴리오가 투자자들에게 더욱 우수한 위험조정 수익률을 제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해외 연기금 역시 기후위기 대응을 자금 운용의 첫 손가락에 꼽고 있다. 운용규모가 약 6990억 크로네(약 80조원)로 세계 최대 규모인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탄소배출이 많은 기업을 투자 제외 블랙리스트에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국교회인 성공회는 탄소배출 감축 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 투자를 철회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은 기업 가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는 기업 소비전력의 재생가능에너지 충당 여부 등을 신용평가의 주요 기준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아직 이 같은 변화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국내 기업 중 탄소중립을 선언한 곳은 LG전자가 유일하다. LG전자는 2030년까지 제품 생산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2017년 대비 50%로 줄이고, 외부 탄소 감축 활동을 강화해 실질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생산 활동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에서 조달하겠다는 선언인 ‘RE100’에 가입한 국내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애플과 구글은 물론 BMW·GM·이케아 등 200개 가까운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한 것과 대조된다. 이성호 수석연구원은 “저탄소 전략이 경쟁력이 되고 있다”면서 “저탄소 흐름 역행은 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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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6호 (2020.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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