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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진료 둘러싼 논란, 진실은] ‘1차병원 죽이기’ ‘의료 민영화’ 의료계 반발 거세 

 

보건복지부, 의료법 34조 해당하는 ‘의사-의사’ 간의 스마트 진료만 집중

▎5월 27일 무상의료운동본부 회원들이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 ‘원격의료 추진 중단’을 주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병원에 가지 않고 의료 서비스를 받는다’는 원격의료에 대한 찬반논란이 코로나19 확산으로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부는 1999년 처음으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펼쳤지만 2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시범사업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2월 코로나19 환자 급증으로 전화로 진단과 처방을 받는 원격의료를 일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내세웠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5월 15일 성명서를 통해 “코로나19 위기를 틈탄 원격의료 날치기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국내에서만 1만명 이상의 환자가 계속 발생하고 전 세계적인 확산이 지속하고 있는 코로나19라는 현재진행형의 국가적 재난을 악용한 정부의 행위를 ‘사상 초유의 보건의료위기의 정략적 악용’이라고 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도 5월 25일 “코로나19 사태를 틈타 원격의료 제도화를 슬그머니 시행하려는 정부의 행태를 비판한다”며 “원격의료의 필요성과 장점만을 이야기하는 보건당국이 환자에게 위협이 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에 분노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의료계가 반대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 중 ‘1차병원 죽이기’ ‘의료민영화를 위한 꼼수’가 주요 이유로 꼽힌다. 실제 그럴까. 코로나19 사태로 일시적으로 운영하는 원격의료를 제외하고, 코로나19 이전부터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원격진료 관련 시범사업을 살폈다. 원격의료를 두고 둘러싼 논란의 진실을 현 상황에 맞추어 하나씩 짚어보았다.

논란 1 | 정부가 원격의료라는 말을 ‘스마트 진료’로 바꿔 공식적으로 시행하려 한다?

지난 3월 보건복지부가 올해 주요업무 추진계획으로 ‘스마트 진료 방안’을 내놓으면서 이 같은 논란이 제기됐다. 3월 18일에 진행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나온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도 논란을 부추겼다. ‘원격진료를 스마트 진료로 이름만 바꾸면 뭐가 달라지느냐’는 국회의원들의 공격에 박 장관은 “원격의료에 대한 선입견을 조금 내려놓고 접근했으면 좋겠다. 스마트 진료는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목적이다”라고 말한 것이다. 마치 ‘원격의료’라는 단어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스마트 진료’로 바꾼 것처럼 설명됐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에서 내놓은 ‘스마트 진료’는 의사와 환자 간에 운영되는 원격진료와는 구분된다. 보건복지부는 공식홈페이지 보도해명 게시판을 통해 ‘스마트 진료는 정보통신기술 활용 측면을 고려한 것임’이라며 ‘구체적인 정책 방향은 의사-의료인 간의 협진(協診)이며, 의사와 환자 간의 스마트 진료는 검토하고 있지 않음’이라고 선을 그었다. 2002년 개정된 의료법 34조에 의해 의사와 다른 의사가 원격으로 협진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보건복지부 정책은 현재 의료법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이 논란은 지속할 전망이다. 사실상 스마트 진료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진료로, 현재 정부가 정책 경계를 정확히 구분하지 않는다면 의사와 환자 간의 진료도 포함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또 6월 1일 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도 웨어러블, 인공지능 스피커 등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의료, 돌봄 인프라 구축 계획이 포함됐다. 이 역시도 스마트 진료의 범주로, 현재 보건복지부가 진행하는 스마트 의료도 얼마든지 의사와 환자간의 원격진료로 활용될 수 있다.

논란 2 | 원격의료는 의료 민영화의 시작이다?


일각에서는 원격의료를 진행하면 디지털 기술과 거대 자본이 있는 기업 중심으로 의료 민영화가 시작된다는 우려를 나타낸다. 의료 민영화는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서 관리하던 의료기관과 건강보험 등을 민간에게 개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이코노미스트]가 보건복지부 의료정책과에 문의하자, 의료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시범사업에 KT 등 원격의료 기술에 관심 있는 기업이 함께 협력해 의논하고 기술력을 도움 받는 정도일 뿐, 국가 중심으로 운영한다. 의료 민영화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라고 강력하게 부정했다.

실제 정부가 운영하는 시범사업을 살펴보면 스마트 진료는 의료 취약지로 선정된 격·오지 군부대, 교정시설, 원양선박, 도서·벽지 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는 모두 국방부, 법무부, 해양수산부, 보건복지부 등 각 정부부처가 주관해 스마트 진료를 시행하는 식이다. 보건복지부 의료정책과 관계자는 “대부분 공중보건의, 군의관 등의 인력을 활용하고 있고 민간의료기관으로는 지역에 10개소가 있는데, 이들은 모두 봉사활동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려와 달리 최근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민영화보다 공공의료를 강화하려 한다. 특히 정부는 원격의료를 위해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인 공공의대 설립을 확대하고자 한다. 비대면 산업 육성을 강조하면서 공공의대로 차후 원격의료에 투입할 수 있는 의료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6월 1일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폐교한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해 공공의대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논란 3 | 대형병원만 배 불리고, 1차병원은 문 닫는다?

병원은 크게 1, 2, 3차로 구분되는데 의료계는 ‘원격의료가 시작되면 이 중에서 의원급인 1차병원이 문 닫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동네 의원에서 진료가 가능한 것도 환자들이 원격진료를 활용해 2차인 종합병원과 3차인 상급 종합병원으로 몰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의료 취약지를 대상으로 시범사업하고 있는 스마트 진료를 살펴봐도 1차 의원급 병원이 의료기관으로서 생략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지난 2월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2020년 의료취약지 지원사업 안내’에 따르면, 의료취약지역 선정 기준은 60분 내로 병원급 의료이용비율인 기준시간 내 의료이용률(TRI:TimeRelevance Index)이 30% 미만인 시군구이다. 의료취약지로 선정된 지역은 시범사업 지역으로 포함돼, 스마트 진료가 진행된다.

문제는 1차 의원급 병원이 집 앞에 있어도 2차 병원급 의료기관이 1시간 거리보다 멀리 있으면 해당하기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1차 의원급 병원 역할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난한다. 이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원격의료는 5분 거리에 의사를 만날 수 있는 한국에 맞지 않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 정보에 따르면 지난 5월 31일 기준으로 국내 1차 의원급 병원은 10만 곳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이 기준으로 소아청소년과 의료취약지로 꼽힌 여러 지역 중 경기도 양평군을 살펴보았다. 2차 의료기관은 없었으나, 양평군 내에는 양평군 보건소를 비롯해 11개의 보건진료소가 있다. 또 소아청소년과를 전공한 전문의가 있는 1차 소아청소년의원 2곳이 있었다. 원격의료가 본격화되면 이 같은 동네에 있는 1차 의원은 환자가 줄고, 디지털 기술이 갖춰진 2차 병원으로 환자가 몰릴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논란 4 | 정부는 국내에서 금지한 원격진료를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 20일 부산대병원이 인도네시아 주요 병원과 원격협진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구축한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현지 병원에서 실시한 혈액 및 소변 검사, 혈압, 혈당, 영상자료 등 기초 검사결과 데이터를 국내 부산대병원 의료진이 원격으로 확인해서 병명 진단이나 치료방향 등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논란이 되는 이유는 보건복지부로부터 비용을 일부 지원받는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국내에서는 의료계 눈치를 보며 적극적으로 추진 못하는 원격진료 사업을 해외로 눈을 돌려 진행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본지는 보건복지부 해외의료사업과에 이 같은 논란에 관해 물었다. 해외의료사업과 관계자는 “1년 단위로 신사업을 지원하는 ‘2020년 ICT 기반 의료시스템 해외진출 시범사업’의 일부”라며 “이는 국내 디지털 헬스사업을 지원하는 목적이지, 원격의료 기술만 지원하는 게 아니다. 디지털 헬스 관련 사업 공모를 받아 선정된 사업을 지원하는 형태인데 올해 선정된 사업은 총 6개로, 이중 부산대처럼 원격협진 시스템은 3개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원격협진 시스템도 국내 의료법상에서 허용되는 ‘의사와 의사’ 간의 원격 협진만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2020년 ICT 기반 의료시스템 해외진출 시범사업’에 선정된 6가지 사업을 구체적으로 묻자 “아직 확실하게 해외 병원과 계약하고 시행하고 있는 사업은 하나도 없다. 부산대병원 시범사업도 계약 진행 단계이다”라고 설명했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1538호 (202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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