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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KT 대표 취임 100일 성적표] “최적화로 혁신 이끌 것” VS “무색무취 경영” 

 

로봇 등 신규 사업 진출 확대… ‘불통 CEO’ 비판도

▎지난 3월 취임식에서 소감을 밝히는 구현모 KT 대표. / 사진:연합뉴스
구현모 KT 대표가 오는 7월 7일 취임 100일 맞는다. 구 대표는 지난 3월 30일 취임 당시 별도의 취임식을 갖지 않고 정관을 변경해 기존 ‘대표이사 회장’을 ‘대표이사 사장’ 체제로 바꿨다. 이를 두고 “구 대표가 낮은 자세로 KT 혁신을 이끌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12년 만의 KT 공개채용 출신 대표이자 50대의 상대적으로 젊은 대표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통신업계와 KT 안팎에선 구 대표에 대한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한편에선 “구 대표가 외부 출신 대표와 달리 취임 이후 무리하게 신(新)사업을 밀어붙이지 않고 안정적으로 KT를 이끌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반면, 다른 한편에선 “구 대표 취임 이후 KT에 변화 자체가 없어 사실상 ‘무색무취’ 경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여기에 구 대표가 황창규 전 KT 회장과 함께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상태라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여주기식 사업’ 없으나 “변화 바람 없어” 지적도


통신업계와 KT 안팎을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구 대표는 사업 ‘최적화’ 작업에 능통한 경영인으로 알려져 있다. 과감한 투자로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기존 사업 구조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비용을 줄이고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정통한 인물이란 평가다. 구 대표와 함께 KT에서 일을 한 경험이 있는 한 인사는 “산업공학을 전공한 구 대표는 KT 내에서 비용 관리 등으로 사업 구조를 최적화하는 데 주력해 왔다”고 말했다.

실제 구 대표가 KT 대표로 내정된 이후 처음 실시된 KT의 조직 개편도 조직 효율화에 방점이 찍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KT는 지난 1월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개편의 최우선 목표가 ‘빠르고 유연한 고객 요구 수용’이라고 했다. 상품과 서비스 개발로 분리됐던 기존 조직이 통합됐고, 커스터머&미디어 부문과 마케팅 부문을 합한 ‘커스터머 부문’이 신설됐다.

신설된 커스터머 부문은 5G(5세대 이동통신), 기가인터넷 중심의 유무선 사업은 물론 IPTV(인터넷 프로토콜 텔레비전), 가상현실(VR) 등 미디어 플랫폼 사업과 관련한 상품·서비스 개발 및 영업 등을 총괄한다. 기업 고객(B2B)과 글로벌 고객(B2G)을 담당하던 부서 역시 ‘기업 부문’으로 통합돼 국내외 기업 고객을 총괄 관리하게 됐다. 전국 11개 지역고객본부와 6개 네트워크운용본부는 6개 광역본부로 합쳐졌다.

구 대표의 효율화 작업에 대한 내부 평가는 엇갈린다. KT 관계자는 “구 대표가 내정된 이후 단행된 조직 개편은 사실상 부서 이동에 불과한 수준으로 특별한 변화가 있었다고 평가하긴 어려워 보인다”며 “구 대표 취임 이후 100일이라는 시간 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게 내부 분위기”라고 전했다. KT 사정에 밝은 재계 관계자는 “젊은 직원들 중에는 구 대표가 취임한 이후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것을 비판하는 직원도 있는데, 반대로 외부 출신 회장들처럼 보여주기식의 신규 사업을 추진하지 않는 것에 대한 긍정 평가도 있다”고 했다.

물론 구 대표가 취임한 이후 신규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반론도 있다. 실제 KT는 6월에 현대로보틱스와 전략적 제휴를 위한 사업 협력 계약과 500억원 규모의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구 대표 취임 이후 처음으로 전략적 투자가 단행된 것이다. 이번 투자로 KT는 현대로보틱스 지분 10% 확보하게 된다. 또 같은 달 삼성서울병원과 실감형 헬스케어 콘텐트 공동 개발 협약을, 서울아산병원·현대로보틱스와 스마트병원 구축을 위한 업무 협약을 각각 맺는 등 의료·로봇 등의 분야와의 협업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의료, 로봇 등의 분야와 5G의 접목이 활성화되면 향후 전 산업에서 5G가 폭발적으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구 대표는 “인공지능(AI)과 5G 시대에 KT가 대한민국에 기여하는 방법은 우리가 갖고 있는 통신망과 정보통신기술(ICT), AI 기술을 바탕으로 국민들의 삶과 타 산업의 혁신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젊은 조직’ 구축에도 ‘소통 낙제점’ 지적

구 대표가 취임 이후 ‘젊은 조직’을 꾸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KT는 올해 1월 조직 개편 당시 임원 수를 전년 대비 12% 줄였고, 전무 이상 임원을 33명에서 25명으로 축소시켰다. 이를 두고 당시 업계에선 “구 대표가 젊고 민첩한 조직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1964년생인 구 대표가 역대 KT 회장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조직 개편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또 KT는 지난 4월에 ‘우수 직원 300명’으로 구성된 혁신 전담 조직인 ‘BDO’(Business Development & Operation) 그룹을 출범시켰으며, 6월에는 20~30대 직원으로 구성된 ‘Y컬쳐팀’을 신설했다. Y컬쳐팀은 30대 과장이 팀장을 맡고 사원·과장 등 4명의 팀원으로 구성됐다. 젊은 직원의 목소리를 수렴해 기업 문화에 접목하는 기능을 한다. 최종 선발된 Y컬쳐팀 소속 직원의 평균 연령은 만 29세다. KT 측은 향후 구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과 Y컬쳐팀과의 핫라인을 구축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실제 구 대표가 젊은 직원들과 수평적 소통을 하고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KT 기업문화실이 지난 5월에 일부 직원들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구 대표가 천명한 KT 비전과 핵심 가치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하향식 소통”이라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구 대표가 20~30대 젊은 직원과의 소통 간담회인 ‘통통미팅’ 자리에서 언급한 발언을 두고 ‘불통’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KT 관계자와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 등에 따르면 구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주인의식은 원래 주니어는 없다”, “블라인드 왜 하는지 모르겠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직원들 가운데 일부는 “구 대표의 발언에 대해 실망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KT 측은 “구현모 대표의 소통에 대한 비판은 일부 소수 직원의 개인적인 의견”이라며 선을 그었다.

한편, 검찰이 KT의 공공기관 전용회선 입찰 담합 의혹과 관련해 6월 17~18일에 서울 광화문 KT 기업사업본부 등에서 압수수색을 벌인 것은 구 대표에게 부담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4월 공공기관 전용회선 입찰 담합 의혹에 대해 KT가 담합을 주도했다고 판단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1542호 (2020.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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