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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건·아모레퍼시픽, 코로나19에 갈리다] 럭셔리·생필품(LG생건)에 웃고, 면세점·수출(아모레퍼시픽)에 울다 

 

희비 엇갈린 양대 화장품 회사… LG생건, ‘초고가 라인’에서 타격 적어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 본사. / 사진:아모레퍼시픽
국내 화장품 산업이 지난해 처음으로 무역수지 흑자 6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LG생활건강(LG생건)이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을 누르고 생산실적 1위를 차지했다. 2010년대 들어 화장품 업계 매출 1위 자리를 놓고 아모레와 엎치락뒤치락하던 LG생건이 생산실적에서 앞서며 ‘K뷰티’ 대표주자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해 화장품 무역수지 흑자가 6조1503억원으로 전년(5조4698억원) 대비 12.4% 증가했다고 6월 17일 밝혔다. 처음 흑자를 낸 2012년부터 8년 연속 흑자 기록이다. 생산실적도 전년보다 4.9% 증가한 16조2633억원을 기록해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이중 LG생건이 4조9603억원(30.50%), 아모레가 4조9154억원(30.22%)을 차지해 전체 화장품 생산량의 절반 가량을 양분했다. 근소한 차이지만 LG생건이 아모레를 앞질렀다.

1분기 성적도 LG생건이 승자다. LG생건은 1분기 매출 1조8964억원, 영업이익 3337억원, 당기순이익 2342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대비 각각 1.2%, 3.6%, 3.7% 성장한 수치다. 전 분기 대비 매출은 2005년 3분기 이후 58분기 연속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2005년 1분기 이후 60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모레는 1분기 매출 1조 2793억원, 영업이익은 67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1%, 67% 감소한 수치다.

손소독제·물티슈 등 생활용품 매출 ‘껑충’


양대 화장품 회사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화장품 부문 매출이 감소했다. 특히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이 큰 폭으로 감소한 면세점 채널이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럼에도 LG생건은 역대 최대 1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동일한 위기 속에서 두 업체의 명암을 가른 것은 ‘방어막’의 유무다. LG생건은 초고가 라인과 생활용품 사업부문이 탄탄히 받치고 있어 화장품 사업의 부진을 보완했다. 반면 화장품 부문에 사업구조가 집중된 데다 로드샵·면세점 등 오프라인 매장 비중이 큰 아모레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LG생건의 ‘초고가 라인’의 수요가 견고했다. 전체 화장품 매출의 70% 차지하는 ‘후’ ‘숨’ ‘오휘’ 등 럭셔리 브랜드는 코로나19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명품불패 법칙’이 그대로 적용됐다. 초고가 라인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후’의 경우 코로나19 발생 후에도 중국 시장 매출액이 6%대 하락, 전체 매출액은 8%대 하락에 그쳤다. LG생건 관계자는 “면세점 내 전체 브랜드 매출이 16% 정도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초고가 라인을 이용하는 고객은 온라인 등 다른 채널을 통해 제품을 꾸준히 구매한 것으로 보인다”며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초고가 라인의 매출이 유지돼 전체 매출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매출 60%가 이니스프리 등 중저가 제품에서 나오는 아모레는 화장품에서 매출 타격이 컸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채널 매출이 80% 급증했지만 기존에 면세점·백화점·로드숍에 집중됐던 매출 감소분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아모레는 지난 1월 롯데면세점과 손잡고 안티에이징 스킨케어 화장품 브랜드 ‘시예누’를 선보이며 면세점 판매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론칭 직후 코로나19가 발생, 면세점 판매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출시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해외 사업도 발목을 잡았다. 국내 매출액이 19% 감소, 영업이익은 33% 하락에 그쳤지만 해외 사업 매출액이 28% 줄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오프라인 매장 휴점 여파가 컸다. 중국 오프라인 매장은 3월 들어 운영을 재개했지만 영업시간 단축과 내점객 감소로 평년 수준을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로드숍 브랜드 이니스프리와 에뛰드는 각각 매출액이 31%씩 줄어 1074억원, 346억원을 기록했다. 이니스프리 영업이익은 76% 줄어든 51억원에 그쳤고, 에뛰드는 적자상태가 이어졌다. 반면 LG생건은 아모레에 비해 중국 수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데다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판매한 만큼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소비추세는 면세점→홈쇼핑, 오프라인→온라인

LG생건이 화장품 사업 외에도 생활용품과 음료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한 점도 방어막이 됐다. LG생건은 화장품을 제외한 사업 부문의 이익 기여도가 약 24%를 차지한다. 세부 사업군별 실적을 살펴보면 화장품을 주력으로 한 뷰티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4% 감소한 1조665억원, 영업이익은 10.0% 감소한 2215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생활용품 부문인 HPC(Home&Personal Care) 사업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4%, 50.7%로 오히려 성장하면서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특히 손소독제와 물티슈, 일회용 행주 같은 위생용품이 잘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의 위기가 생활용품 사업에는 오히려 기회가 된 것이다. 음료사업 또한 매출이 5% 증가한 3505억원, 영업이익이 43.9% 늘어난 468억원을 기록했다. 비대면 소비가 늘며 온라인에서 생활용품과 음료·생수 같은 생필품 수요가 크게 늘었다.

LG생건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중국 시장이 타격을 입으면서 화장품 사업은 어려움을 겪었다”면서도 “생활용품과 음료 사업이 시장의 수요에 민첩하게 반응하면서 주요 사업 브랜드들이 안정적인 성장을 이뤘다”고 덧붙였다. LG생건은 2분기에도 자체 마스크와 위생용품 생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아모레퍼시픽은 우선 온라인 채널에 좀 더 집중해 체질 개선을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초고가 화장품 라인의 채널을 기존 면세점에서 홈쇼핑 등으로 다각화하고, 부진한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하는 대신 국내외 온라인 유통을 넓혀갈 계획이다. 올 들어 로드숍 아리따움 매장을 1000개 미만으로 줄인데 이어 롯데홈쇼핑과 협업해 전용상품을 출시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1분기 화장품 카테고리 전체 매출액이 줄어든 가운데서도 티몰 등 중국 온라인 채널 내에서 럭셔리 브랜드의 온라인 매출이 50% 이상 성장한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아모레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 속에서 디지털 채널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하고,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며 “면세 및 백화점 등 주요 오프라인 채널의 매출 하락으로 영업이익은 감소했지만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신제품 출시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1542호 (2020.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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