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채웠지만 해외 사업 부진에 재무 부담 지속
▎CJ CGV가 유상증자를 통해 급한 불끄기에 성공했지만 본업인 영화관 매출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지난 4월 한산한 영화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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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CJ CGV가 유상증자를 통해 급한 불끄기에 성공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 이번 자금 조달만으로 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더구나 CJ CGV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부터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던 만큼,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이다.
유상증자 성공 이후 본업 회복이 관건CJ CGV는 지난 5월 이사회를 통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CJ그룹 내 상장사 가운데 최초의 유상증자다. 이어 7월 28일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로 총 2209억2818만원 규모의 주금 납입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CJ CGV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당초 계획했던 2500억원에 비해 조달 규모가 300억원 가량 줄었지만 한숨 돌릴 수 있는 성과다. CJ CGV 관계자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차입금 상환과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유상증자에 성공한 CJ CGV지만,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높다. 일단 2020년 하반기와 2021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약 1600억원 가량은 이번 유상증자로 상환에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다만 본업인 영화관 사업이 예년 수준을 언제 회복될지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영화관 평균 관객 수가 여전히 예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7월 중순까지 휴일 평균 관람객수는 29만7000명 가량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 휴일 평균 관람객수(100만명)에 비해 30% 수준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코로나19로 멈춰버린 신작 개봉이 최근 재개되면서 관람객 수가 증가했다는 점이다. ‘#살아있다’가 개봉했던 시기인 6월말에는 휴일 관람객수가 41만명, ‘반도’가 개봉한 7월 중순에는 휴일 관람객수가 55만명까지 늘었다. 다만 신작 개봉 효과가 떨어지면 금세 관람객 수가 20만 명 대로 줄어든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관람객수 감소는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해외에서도 영화관 사업은 역성장을 나타내고 있다. CJ CGV는 2020년 1분기 실적에서 미국과 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터키 등 해외 사업장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정체된 국내 사업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해외 사업을 확장했던 것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코로나19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 셈이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영화 산업 전반에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익이 줄고 신작 개봉도 연기됐다”며 “최악의 상황을 지난 것은 분명하지만 회복 속도의 불확실성은 크다”고 설명했다.해외 사업 부진은 CJ CGV에 재무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CJ CGV는 해외법인들에게 계속해서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7월 17일 CJ CGV는 중국 CGV를 지배하고 있는 CGI홀딩스에 241억원 규모 채무보증을 제공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채무 보증은 상환불능 발생 시 대신 상환하겠다는 내용의 계약이다. 따라서 CGI홀딩스가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CJ CGV가 대신 상환해야 한다. CJ CGV가 부담하고 있는 채무보증은 총 5000억원 가량이다.CJ CGV는 중국뿐만 아니라 해외 사업 전반이 부진하면서 터키와 베트남 등 다양한 해외 법인들에게도 채무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터키와 베트남은 CJ CGV 전체 매출의 25% 가량을 담당하고 있는 지역이다. 중국을 포함하면 전체 매출의 30% 이상이 이들 국가에서 나온다.CJ CGV가 코로나19가 확산 전부터 당기순익에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는 점도 부담이다. CJ CGV는 연결 실적을 기준으로 지난 2018년 1885억원 순손실을 기록한 뒤 2019년에도 2391억원 적자를 냈다. 2018년과 2019년 모두 영업이익은 흑자였지만 2016년 터키 극장 사업자 MARS Entertainment Group(현 CJ CGV 터키법인) 인수 과정에서 체결한 총수익 스왑(TRS) 계약으로 인한 평가손실이 발목을 잡았다.CJ그룹은 2010년 들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내걸고 적극적인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했다. 이재현 회장이 주창한 ‘그레이트 CJ(2020년까지 그룹 매출 100조원 달성)’를 현실화하기 위해 공격적인 인수합병이 진행됐다. CJ CGV의 터키법인 인수 역시 이런 계획의 일환이었다. 당시 터키법인 인수를 위해 투입한 자금은 8000억원에 이른다.
공격적 해외 사업 확장이 발목 잡아자체 자금이 충분하지 못하다 보니 CJ CGV는 메리츠증권과 함께 보스포러스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해 인수자금을 마련했다. 그리고 메리츠증권이 투자한 2900억원의 투자금을 보장해주는 총수익 스와프(TRS) 계약을 맺었다. 여기서는 보스포러스인베스트먼트의 주식을 제3자에게 매각할 때 가격이 하락할 경우 차액을 CJ CGV가 부담하는 내용이 담겼다. CJ CGV 터키법인의 공정가치가 하락할 경우 CJ CGV가 정산해준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이 계약은 터키 리라화 환율 변동으로 인한 터키법인의 공정가치 하락까지 포함하고 있다.이 때문에 CJ CGV는 2017년 512억원을 시작으로 2018년에는 1776억원, 2019년 715억원의 손실이 TRS 계약에서 발생했다. 2020년 1분기에도 29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아직까지는 평가손실에 그치지만 TRS계약이 만기를 맞는 2021년 4월 이후에는 대규모 현금 유출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최경희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터키의 거시경제 상황 및 현지 영화관 산업 업황을 고려할 때, 현재 비현금성 손실로 분류되고 있는 TRS 평가손실이 현금유출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CJ CGV는 정산기일 도래 시 이자비용을 포함해 3500억원 가량의 현금상환 부담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