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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코리아국제포럼의 일성 “文정부 대북정책은 실패”] 문현진 GPF 의장 “국제사회 중국 고립 심화, 한·미·일 동맹 강화해야” 

 

북핵 폐기 중심 대북정책 한계 명확… ‘통일 한국’ 비전 공유 필요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GPF) 의장은 “한국 주도의 통일이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대외 정책 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해 [포브스코리아]와 인터뷰 당시 모습. / 사진:김현동 기자
북한이 지난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이후 남북 관계의 교착 상태가 이어지면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전후로 벌어진 중국의 ‘폭주’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 등을 활용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미·일 동맹 강화를 기반으로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을 지렛대 삼아 남북 관계의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광복 75주년인 지난 8월 15일 2020 원코리아국제 포럼이 열렸다. 이날 발언자로 나선 각국 대북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실패한 햇볕정책을 고집하면서 남북 관계의 유의미한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이 포럼은 통일 한국을 위한 해법과 비전 모색 등을 위해 지난 2017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올해 포럼은 코로나19 사태 등을 감안해 서울을 포함한 전국 11곳과 미국, 일본 등 전 세계 40여개 국가에서 온라인 생중계 형식으로 진행됐다. 올해 포럼 주제는 ‘세계적 변화의 시기, 한반도 통일의 새로운 기회’다. 글로벌피스재단(GPF),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통일천사), 미주통일연대, 한반도통일지도자총연합 등이 공동 주최했다.

“文정부, 실패한 햇볕정책 고집”


▎광복 75주년인 8월 15일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2020 원코리아국제포럼에 참석한 각계각층 인사들이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 의장의 기조연설을 온라인으로 시청하고 있다. / 사진:글로벌피스재단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 의장은 기조연설에서 “2018년 남북정상회담과 연이은 2019년 미북정상회담이 결실 없이 끝나면서 비핵화와 평화를 어떻게 이룰 수 있는가에 대한 전제가 틀렸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하는 것은 그가 따르는 이데올로기의 전임자들이 시도했으나 실패한 햇볕정책의 새로운 변형에 불과하다는 것을 주목했고,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했다.

윌리엄 파커 미국 동서연구소 이사 역시 특별연설을 통해 “북한이 완전한 핵 보유 국가가 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지난 수십 년간의 협상은 실패했다”며 “남한의 햇볕정책은 많은 대가를 지불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파커 이사는 “이러한 실패 후 세계는 이제 미국과 우방 및 동맹국의 안보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명확하고 결정적인 조치를 취해야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서인택 통일천사 상임의장은 “실패한 사례를 반복하는 것은 고의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으며 짐 플린 글로벌피스재단 회장 역시 “분단된 한반도 문제를 푸는데 있어 2018년과 2019년에 있었던 일정 정도의 성과에 기초한 낙관론은 이제 연기처럼 사라졌다”고 말했다. 햇볕정책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대북 정책으로, 남북 협력 등을 통해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는 정책이다.

이 같은 우려에도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에는 별다른 변화는 없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8월 15일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협력 등을 통한 대북 정책 기조를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협력이야말로 남북 모두에 있어 핵이나 군사력의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고의 안보 정책”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인도주의적 협력과 함께, 죽기 전에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가보고 싶은 곳을 가볼 수 있게 협력하는 것이 실질적인 남북 협력”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남북이 코로나19 시대의 새로운 안보 상황에 더욱 긴밀히 협력해 평화 공동체, 경제 공동체와 함께 생명 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상생과 평화의 물꼬가 트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통일부 역시 지난 7월 30일 남북경제협력연구소가 신청한 진단키트와 소독약 등 8억원 규모의 방역물자에 대한 대북 반출을 승인하는 등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통일부는 8월 6일에도 국내 민간단체의 코로나19 방역 물자에 대한 대북 반출을 허용했다. 반출 허용 물품에는 마스크도 포함됐는데, 정부가 북한에 마스크 지원을 승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북한은 우리 정부의 인도적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8월 14일 수해복구와 관련해 “그 어떤 외부 지원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떡줄 사람은 꿈도 안 꾸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인택 의장은 “북한이 받지도 않는 인도적 지원을 이어가는 꼴”이라며 “과거 핵이 없던 북한에 대해 한·미 공동으로 진행했던 햇볕정책은 핵을 무장한 현재의 북한에는 유효하지 않다”고 했다.

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북 지원을 거부하는 과정에서 대북 지원 관련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21대 국회 전반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인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에 따르면 통일부는 지난해 대북 쌀 지원을 위해 UN세계식량계획에 138억원을 집행했으나 북한의 수령 거부로 관련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한 예산 환수도 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추경호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추진한 7개 남북 문화 교류 사업이 우리 정부의 단독 행사로 전락했다고도 지적했다.

“중국 외교적 고립 활용해야”


대북 전문가들은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중간한 외교적 입장을 취할수록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 사태,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 속에서 국수주의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고 있는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과 우려를 적극 활용해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현진 의장은 “남중국해에서의 공격적인 움직임과 더불어 중국은 새로운 공안법(홍콩 국가보안법)으로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강력한 국가 통제로 홍콩 시민들의 권리와 자유를 억압하려는 뻔뻔한 시도에 서방 국가들은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국은 계속해서 신장 위구르의 무슬림들을 전 세계에 유래가 없는 포괄적인 감시와 통제 시스템으로 제압하고 있다”며 “이 또한 세계적인 항의를 야기하고 있다”고도 했다.

홍콩 보안법은 홍콩 내 반(反)정부 활동을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의 법이다. 홍콩 보안법이 지난 7월 시행된 이후 반정부 운동가들이 체포되고 있으며, 8월에는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 창업자이자 홍콩의 대표 반중 매체인 빈과일보를 설립한 지미 라이가 홍콩 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가 40시간 만에 보석금으로 풀려나는 일도 벌어졌다.

이 같은 중국의 행보에 대해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행정명령과 홍콩 보안법 시행에 관여한 중국 관리들과 거래하는 은행들을 제재하는 법안에 각각 서명했다. EU 역시 같은 달 홍콩 보안법 문제 등과 관련해 중국에 대한 수출 제재, 범죄인 인도조약 재고, 홍콩 주민 입국비자 완화, 정치적 망명 활성화 등의 제재를 발표했다. 서인택 의장은 “코로나19 사태, 홍콩 보안법 등을 계기로 중국이 자유민주주의라는 국제사회의 큰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에 세계적인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확산 등을 활용해 중국의 외교적 고립을 이끌어내려면 강력한 한·미·일 삼각 공조가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외교·안보 분야 대표 학자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멘토’로 알려진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창립자는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한·미·일 동맹이 굳건히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현진 의장 역시 ”문재인 정부는 전통적 우방국가인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멀어지고 친(親)중으로 가고 있는 현재의 행보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며 “늘 존재하고 있는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책은 한·미·일 삼각동맹을 굳건히 하고 선진 민주주의 나라들과 중국 간의 중개자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국이 중국을 배제하고 한·미·일 동맹만 강조할 경우 한중 경제 협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에 대한 한국의 수출 의존도는 전체의 25.1%로 가장 높았다. 한국의 대(對)중 수출 비중이 여전히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기조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 자칫 경제적 실익을 저해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 롯데그룹의 경우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 제공 등을 이유로 중국의 경제 보복에 시달려왔다. 중국에서만 약 2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른바 ‘세계의 공장’으로 활약했던 중국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는 만큼, 중국에 치우친 한국의 글로벌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지난 7월 발표한 보고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우리의 대응’에 따르면 생산 거점 관점에서 중국의 역할이 줄면서 인도나 동남아시아 국가연합(아세안) 등이 중국 대체 생산 기지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에서 수입 중간재가 조립·가공되는 비중(부가가치 기준)은 2013년 11.8%에서 2018년 11.5%로 0.3% 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아세안 지역과 인도에서의 2018년 비중은 2015년보다 각각 0.4% 포인트, 0.3% 포인트 늘었다.

“비핵화 한계 넘어 통일 비전 공유” 강조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폐기에만 국한된 대북 정책은 북한이 사실상 핵을 보유하고 있는 현 상황에선 제한적인 목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미 국방부 산하 육군부의 ‘북한 전술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핵폭탄 보유량은 20~60개로 추정되며, 스웨덴 싱크탱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미 핵을 보유한 북한 입장에선 핵 폐기를 전제한 남북통일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통일 한국에 대한 비전을 남북을 비롯한 전 세계가 공유해 남북통일을 대북정책의 최종 목표가 아닌 시작점으로 설정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현진 의장은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한 장기적이고 영구적인 해결책으로서 보편 원칙에 근거한 남북통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한국 주도의 통일이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대외 정책 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통일 한국의 비전으로 ‘코리안 드림’을 제시했다. 코리안 드림은 우리나라의 건국 시조인 단군의 건국이념이자 시민의 권리와 자유 등의 보편 원칙이 담긴 홍익인간을 기초로 한 남북통일 비전이다. 문 의장은 “홍익인간은 1919년 독립운동의 이상이었고, 어떤 면에서는 미국 역사에 있어서 미국 독립선언문이 발휘한 역할과 같은 역할을 했다”며 “코리안 드림이 한민족이 공유하고 있는 역사적 정체성과 고귀한 국가 비전과 목적을 바탕으로 남한의 좌우 파벌을 통합하고 궁극적으로는 남한과 북한 국민들을 통일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에드윈 퓰너 창립자는 “코리안 드림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통일 한반도에 대한 핵심적 비전, 그 비전을 이끌어 줄 신념, 통일 과정에서 중심을 담당할 활발한 시민사회의 역할에 대한 독창적 시각”이라고 했다. 윌리엄 파커 이사는 “코리안 드림은 한민족 주도로 다시 하나 된 한반도를 이룰 수 있도록 세계에 지지를 요청하는 전략 계획”이라고 평가했다. 서인택 의장은 “코리안 드림은 미국 입장에서도 한반도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국가로 거듭난다는 측면에서 전략적 가치가 있다”며 “예컨대 동북아시아에서 한국이 중동의 이스라엘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1549호 (2020.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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