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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자 2504명에게 물었다] ‘사라지는 대기업 공채’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코노미스트&알바천국 설문 진행… 수시채용 전환 반기지만, 공채 선호 여전해

“몇 기십니까?” 대기업 직장인 사이에서 공채(공개 채용) 기수 물음이 사라질 전망이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상반기와 하반기로 구분해 일 년에 두 차례, 적게는 수백 명에서 많게는 수천 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공채’ 선발 방식이 빠르게 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공채가 사라진 자리에는 특정 날짜를 지정하지 않고 1년 내내 필요한 인력을 그때그때 채용하는 ‘수시채용’이 들어서고 있다.

실제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2월부터 상반기와 하반기에 진행하던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직무별 수시채용 제도를 도입했고, LG 역시 이번 하반기부터 공채를 없애고 상시로 신입사원을 채용한다. SK도 지난해부터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단계적으로 줄이고 있고, KT는 지난해까지 진행했던 정기 공채를 올해 처음 폐지하고 수시채용과 인턴 선발채용을 진행한다. 530개 상장회사의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방식을 보면, 수시채용을 계획한 기업이 공채를 준비 중인 기업보다 많았다. “공채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기업의 변화에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 취업준비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본지가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사이트인 [알바천국]과 함께 대학생을 포함한 취업 준비자에게 ‘변화하는 채용 방식’에 대한 생각을 묻고, 이들이 선호하는 채용방식이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이코노미스트]와 [알바천국]이 9월 10일부터 13일까지 4일간 진행한 설문조사에는 대학생 1597명, 대학 졸업생 907명 등 모두 2504명의 취업준비자가 참여했다. 성별로 보면 남성 768명, 여성 1736명이었다.

응답자 절반 가까이 수시채용 ‘긍정적’


결과는 흥미로웠다. 먼저 국내 대기업의 채용 방식이 ‘정기공개채용’에서 ‘수시 채용’으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응답자의 46.77%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부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18.57%였고 ‘별 생각 없다’고 답한 사람도 34.66%로 나타났다. ‘부정적’이라고 답한 응답자보다 ‘긍정적’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2.5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특히 긍정적이라고 답한 응답자 중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직장을 구하길 원하는 취업준비생이 많았다. 취업준비생 응답자 절반 이상인 52.26%가 수시 채용을 반겼다. 또 대학생 중에서도 사범(교육)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 51.59%가 수시 채용에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시 채용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한 응답자 중의 52.01%는 그 이유로 ‘특정 시즌에 채용공고가 몰리는 현상이 완화돼 좀 더 많은 기업에 지원할 수 있어서’라고 답했다. 다음으로는 ‘효율적인 채용 방식이라 생각되기 때문’과 ‘단순 스펙을 무분별하게 쌓지 않아도 된다’, ‘원하는 직무에 명확하게 지원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 같아서’를 꼽았다.

알바천국 관계자는 “조사를 시작하기 전에 내부적으로 예상했던 것과 달리, 수시 채용에 대해 긍정적 반응이 많다는 점에 놀랐다”며 “취업 공고 자체가 비교적 줄어든 상황이다 보니, 1년에 딱 두 번만 기회가 오는 공채만 기다리기엔 애가 타는 마음이 수시 채용을 반기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채에 한번 떨어지면 다음 공채 기회까지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는 측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수시 채용에 부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18.57%로 적었지만 그 이유는 명확했다. 절반 이상이 ‘신입 채용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서(경력직 선호 현상 강화)’라고 답했다. 또 이어서 ‘입사를 원하는 기업에서 채용 자체를 진행하지 않을까 봐(혹은 채용 진행 횟수가 급격히 감소할까 봐)’가 부정적 이유로 꼽혔다. 각기 다른 이유지만 결과적으로, 채용 자리가 줄어들 것에 대한 걱정으로 분석된다.

또 재계 안팎에서는 사회 초년생의 취업문이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직무별로 상시적으로 인력을 채용하는 수시 채용에는 직무 경험이 있는 경력직이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입사원을 뽑는 수시 채용이지만, 자유롭게 개인 컴퓨터로 지원하는 시스템상 경력자들도 얼마든지 채용에 지원할 수 있다.

공채 지속되길 바라는 기업 1위는 ‘LG’


▎KT가 400명 규모로 비대면 수시 채용 등을 진행하기로 한 가운데 채용 담당자들이 화상면접 시스템을 시험하고 있다. / 사진:KT
최근 공채를 줄이는 대기업 중 ‘공채를 지속하길 바라는 기업’(복수응답)으로는 LG가 가장 많이 꼽혔다. 응답자의 44.49%가 LG의 공채가 지속되기를 희망했다. 이어서 SK가 41.89%, 현대자동차가 25.04%, KT가 23.16%, 현대중공업이 17.85%를 차지했다. 응답자 중 남성은 주로 SK를, 여성은 많은 이들이 LG의 공채를 선호했다. 주요 대기업이 공채를 없애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 공채를 진행하는 기업으로는 삼성, 신세계가 있고 SK는 단계적으로 줄여 예년보다 작은 규모의 공채를 진행할 예정이다.

취업준비자들이 ‘공채 지속’을 바라는 LG는 올 하반기부터 공채를 완전히 폐지하고 상시 채용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현업 부서에서 필요한 인재를 즉시 뽑는 속도감 있는 채용 제도로 전환한다는 것이 LG측 입장이다. 또 LG는 상시 채용과 동시에 채용 연계 인턴십으로 신입사원 70%를 선발할 계획이다. 채용 연계 인턴십은 말 그대로 처음부터 정규직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것이 아닌, 비정규직인 인턴으로 채용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나고 그 중 일부를 정규직 신입사원으로 전환해 채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채용 연계 인턴십 방식에 대해서는 긍정적 의견이 많았다. 응답자의 71.13%가 긍정적이라고 답했고 6.67%는 부정적, 22.20%는 별 생각 없다고 답했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응답자는 그 이유로(복수응답) ‘회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입사할 수 있어서’, ‘사내 분위기, 복지 등을 미리 경험할 수 있어서’, ‘최종 채용까지 이어지지 않아도 스펙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직무경험 등)’를 꼽았다. 이어서 ‘직무에 대한 결정에 도움이 되기 때문’가 39%를 차지했다. 채용 연계 인턴십 방식에 긍정적인 응답자들은 대체로 취업하고자 하는 회사가 자신에게 맞는 회사 인지를 인턴십을 통해 알아보길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응답자는 그 이유가 긍정적이라고 대답한 응답자보다 뚜렷했다. 응답자(복수응답)의 67.07%가 ‘최종적으로 채용되지 않을 시 시간 낭비일 수 있어서’라고 꼽았다. 또 42.24%가 ‘과도한 평가 기준으로 압박을 받기 때문에’, 37.72%가 ‘정식 입사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길어서’를 꼽았다.

설문에 참여한 한 취업준비생(26)은 “채용과 연계되는 인턴십이라고 해서 6개월간 인턴으로 일을 했는데, 인턴 중 절반만 정규직 신원사원이 됐다”며 “인턴 기간 중 정규직으로 입사하기 위해 거의 매일 새벽부터 나와서 일을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떨어지니 속상한 마음이 공채에서 떨어진 것보다 더욱 컸다. 인턴 기간 동안 높은 임금도 받고, 부당한 대우도 없었지만 해당 기업에 좋지 않은 감정만 쌓일 것 같다”고 말했다.

선호 채용 방식은 인턴십 < 수시채용 < 공개채용

선호하는 채용 방식을 묻는 질문에는 공개채용이 37.14%로 1위를 차지했고 수시 채용이 31.19%로 2위를 차지했다. 이어서 25.08%가 채용 연계 인턴십 방식을, 5.39%가 스카우트 채용 방식을 원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자는 작은 차이지만 공개 채용보다 수시 채용을 더 선호했다. 36.05%가 수시 채용, 35.17%가 공개 채용을 바랐다.

채용 연계 인턴십 방식을 가장 선호한다고 선택한 응답자로는 대학생이 많았는데 이중 학년이 높을수록 채용 연계 인턴십 방식을 더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 1학년의 22.79%가 채용 연계 인턴십을 선택했고, 2학년은 25.97%가, 3학년은 29.57%가, 4학년은 29.08%가 채용 연계 인턴십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왔다. 또 대학생과 취업준비자 95.4%는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고, 이들 중 85.7%는 ‘아르바이트 경험이 추후 정규직 채용에 영향을 끼친다’고 답했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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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3호 (2020.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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