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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 향방 가를 가을 주택시장] “서울 안에서 버틸까 밖으로 나갈까” 

 

공급 늘었지만 쏠림 탓에 서울권 가뭄… 임차인 권리 커졌지만 전세물건 급감

▎ 사진:인천도시공사
올해 하반기는 내 집 마련의 향방을 심사숙고하는 시기가 될 전망이다. 선택지가 많아졌지만 최적지를 찾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권 수요자들은 선택과 집중으로 전략을 다시 가다듬어야 할 때다.

정부가 다양한 주택정책들을 쏟아내면서 수요는 ‘지금이냐’ 아니면 ‘기다리나’로 고민하고 있다. 그 배경 중 하나는 정부의 규제 강화로 가수요가 수그러들고 실수요 입지가 넓어졌다. 하지만 선택폭이 좁고 가격이 올라 결정이 망설여진다는 점이다.

주택임대차보호3법이 7월 31일 시행되면서 임대인 권한이 위축되고 임차인 권리가 확대됐다.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2.5%로 낮춘 전월세 전환율(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적용하는 이율) 등을 발동하자 전세물건은 급감하고 전셋값·집값이 뛰었다. 전세제도 존폐 논란이 일어날 정도다. 장기간 계속되는 저금리, 경기 부진 등도 주택시장을 자극했다.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발표에 청약시기 저울질


분양물량은 늘었는데 필요한 곳에 물량이 없는 점도 고민을 깊게 만든다. 최근 5년간 9월 분양물량을 비교해보면 올해가 가장 많다. 코로나19의 발병으로 상반기에 예정됐던 분양 일정이 하반기로 밀린 점도 한 원인이다. 올해 9월 분양물량은 약 4만6600가구, 이 중 일반분양은 약 3만8700가구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보다 2배 넘는 물량이다.

이 중 서울은 분양물량이 2~3곳에 불과해 공급 가뭄을 겪고 있다. 분양물량이 8월에 몰린 점도 9월 서울 분양시장을 빈곤하게 만들었다. 당시 수도권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과, 지방 5대 광역시 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기간 연장 조치를 피하기 위해 업체들이 경쟁하듯 모집공고와 분양일정을 앞당겼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면 시행사·건설사와 재건축·재개발 조합의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올해 9~10월 전국 분양예정물량은 임대 포함 약 10만7600가구에 이른다. 지난해보다 4만3000여 가구 늘어난 규모다. 하지만 대부분이 수도권 외곽과 지방에 쏠려있다. 게다가 최근 공급하는 아파트 분양가는 정부의 통제로 시세보다 저렴한 편이다. 이에 서울권 수요는 서울 안에서 버틸지, 서울 밖으로 나갈지 고민 중이다. 한 부동산 정보서비스 업체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약 50%가 ‘거주지·생활권과 무관한 원거리 지역을 원치 않는다’고 답했다. 이들은 3기 신도시에 청약에도 무관심했다.

인구 쏠림도 서울권 주택난을 부추긴다. 지방 경기 침체, 청년 취업난, 기업 채용 감소 등에 코로나 사태까지 발생하자 수도권 유입 인구가 지난해보다 2배 넘게 늘었다. 그 중 약 70%는 일자리를 찾아 몰려든 젊은 층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전세값은 9월 첫 주 기준 63주 연속 상승했다. 정부가 임대차 시장을 안정시키려고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하는 중에도 상승세를 지속했다. 특히 학군 수요가 많은 강남권 상승세가 가팔랐다. 경기지역 아파트 전셋값도 5년 4개월 만에 최대 상승을 기록했다. 하남·용인 등 서울권 진입이 편리한 지역들이 상승폭을 키웠다.

이에 정부는 최근 3기 신도시 사전청약 카드를 꺼냈다. 빨라야 4년 뒤에나 입주 가능한 3기 신도시에 대해 내년 하반기부터 사전예약을 받겠다는 것이다. 화난 민심을 달래고 ‘묻지마 사재기’ 수요를 포섭하기 위해서다. 물량은 약 6만 가구다. 이 가운데 서울권 물량은 6%(4100가구) 정도뿐이며 그마저도 일부는 계획이 보류됐다.

청약 문턱 높아지자 재개발·입주단지로 눈 돌려

수요자들은 지금 청약통장을 써야하는지, 3기 신도시로 미뤄야 하는지 고민 중이다. 문턱이 높아진 청약가점도 청약시기 저울질에 부담을 준다. 올해 7~8월에 분양한 서울 12개 단지의 당첨자 가점 최저점은 평균 62.7점으로 올해 상반기보다 6.8점이나 높아졌다.

그러다 보니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인기다. 신도시 아파트와 달리 교육·교통·쇼핑·문화 시설이 발달한 도심에 위치해 생활하기 편해서다. 주거환경 개선 효과로 자산가치 상승도 챙길 수 있어 일석이조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청약경쟁률 상위 10곳 중 7곳이 정비사업 단지다. 이들의 청약경쟁은 평균 200대 1을 넘는다.

서울 양천구 신월4구역을 재건축하는 신목동파라곤은 9월 초 1순위 청약에서 경쟁률이 146대 1을 기록했다. 당첨자 평균 가점은 70점까지 치솟았으며 가점 만점자도 나왔다. 지난 5월 서울 동작구 흑석3구역 재개발 단지(흑석리버파크자이)에서 만점자가 나온 후 두 번째다.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면서 시세보다 저렴해진 분양가, 급감한 서울 분양물량 등이 청약경쟁을 부추겼다.

입주예정 아파트로 눈을 돌리는 수요도 많아졌다. 입주를 앞둔 단지에선 투자금 회수, 대출금 상환, 임대계약 취소 등으로 임대물량이 많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올해 10~12월 서울권 입주예정 아파트는 총 1만2097가구다. 지난해(1만1215가구)보다 8% 증가했다. 그 중 92%가 85㎡ 이하 중소형 주택인 점도 실수요 구미를 당긴다. 설춘환 세종사이버대 교수(부동산학)는 “공급부터 세금까지 정책이 세분화되고 다양해졌다”며 “내 집 마련에 나서기 전 어떤 정책이 내게 맞는 옷인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1553호 (2020.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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