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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의 글로벌 인사이트 | 트럼프의 코로나19 대선 정치학] 속은 앓는데 겉은 당당한 ‘척’ 트럼프 대선 행보 

 

코로나19로 입원하고도 돌발행동 여전… 의료진 조언 무시하고 막무가내 유세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앞에 전시된 코로나19 표지판. / 사진:REUTERS=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그의 건강과 미국 대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의 코로나19 확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의 기행이다. 트럼프는 월터리드 군 병원에 입원해 코로나19 치료를 받는 도중 지지자들이 병원 밖에 몰린 것을 보기 위해 경호원을 대동하고 자동차 편으로 병원 밖을 둘러보는 황당한 행동을 벌였다. 뿐만 아니라 입원한 지 사흘 만에 완치가 되지 않았는데도 퇴원했다. 권력형 퇴원이다. 전용헬기인 마린1 편으로 백악관에 도착하자 발코니에 올라가 마스크를 벗고 거수경례를 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특유의 트위터 정치도 잊지 않았다. 병실이나 텅 빈 백악관에서 수없이 트윗을 날리며 자신이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가 별것 아니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코로나19가 미국 전역에 퍼지는 상황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불쾌하게 여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시하면서 선거 유세를 공격적으로 펼쳐왔다. 마스크를 약한 사람이나 겁쟁이나 쓰는 것으로 몰아붙였다. 그러면서 말라리아 치료제를 비롯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의약품이나 요법을 예방용으로 먹고 있다고 밝혀왔다. 과학자의 충고를 무시하는 것은 물론 코로나19가 독감보다 못한 질병이라고 위험성을 깎아 내리기 일쑤였다. 그의 측근과 지지자들도 이런 트럼프에 장단을 맞췄다. 이런 조심성 없는 트럼프가 코로나19에 확진 되자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한 사람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의 이상 증세 징후가 감지된 것은 미국 시간으로 9월 30일 수요일이었다. 이날 트럼프는 선거전이 시작된 이래 늘 해오던 것처럼 전용기인 에어포스1을 타고 대선 격전지인 경합주 중 한 곳으로 날아갔다. 트럼프는 줄곧 공항에서 유세를 벌여왔다. 에어포스1을 이용할 수 있는 현직 대통령이라는 점을 활용한 선거전이다.

이를 통해 자신의 체력과 정열, 그리고 생각을 공화당 지지 유권자들에게 보여왔다. ‘트럼프 원맨쇼’를 방불케 하는 극적이고 열정적인 무대다.

방역지침 무시하고 선거유세에 나선 트럼프

트럼프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연단에 오른다. 연설할 때는 당연히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트럼프 주변에는 당원이나 지역의 선거유세단, 또는 열성 지지자들로 보이는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선거구호가 적힌 종이나 널빤지를 들고 병풍처럼 둘러싼다. 이들을 제외한 참석자들은 대부분 마스크도 쓰지 않고 빽빽하게 모인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유세장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따위는 하지 않는다.

트럼프와 선거운동 관계자 그리고 지지자들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만든 코로나 지침 중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를 대수롭지 않게 무시한 셈이다. 실내일 경우 ‘50인 이상 모임 금지’ 규정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트럼프 유세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트럼프가 마스크를 쓰지 않는 목적이 자신의 강인함을 보여주고, 코로나19가 별 것 아니라는 인상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렇게 ‘노마스크’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상징이 됐다.

연설 끝부분에선 ‘미국을 더욱 강하게’ ‘미국을 더욱 자랑스럽게’ ‘미국을 더욱 안전하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등의 구호를 연속으로 외치면서 연설을 절정으로 끌어올린다. 지지자들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대목이 나오면 집단으로 따라서 외친다. 잘 기획된 트럼프 원맨쇼다. 퍼포먼스와 기획이 넘치는 선거운동이다. 코로나19 방역은 기본적으로 무시한다.

이날 간 곳은 미네소타주 덜루스였다. 미국의 선거 컨설팅 업체인 270투윈(270towin)에 따르면 미네소타주는 민주당이 약간 앞서는 경합주다. 경합주는 트럼프의 대선 승부처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박빙으로 놓친 곳이 미네소타(10명, 1.52%)·네바다(6명, 2.42%)·메인(4명,2.96%)·뉴햄프셔(4명,0.37%) 등 4곳이다. 그 중 미네소타는 선거인단 숫자도 적지 않고, 득표율 차이도 크지 않다. 트럼프가 유세를 통해 역전을 노려볼 생각을 할 수 있는 지역이다.

그런데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미네소타 덜루스 유세에서 평소의 절반 수준인 45분만 연설하고 연단에서 내려왔다. 이날 트럼프의 수행원인 호프 힉스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바이러스와 관련한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워싱턴DC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트럼프는 잠이 들었고, 힉스는 비행기 뒤쪽에 홀로 ‘격리’됐다.

다음날인 10월 1일 목요일 힉스 보좌관이 코로나19에 확진 됐다는 뉴스가 나왔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백악관을 떠나 전용 헬기인 마린1 편으로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자신 소유 골프장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수백 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 참석한 트럼프는 실내외에서 100명 가까이 직접 접촉했다.

이날 트럼프는 아이오와 유권자들과의 통화나 폭스 뉴스의 숀 해니티와의 인터뷰에서 짜증이 섞인 모습을 보였다. 이날 밤 트럼프와 부인 멜라니아는 코로나19 양성으로 확진됐다는 게 백악관 관리들의 전언이다. 트럼프는 경증의 기침, 콧물, 그리고 피로 증세를 보였다.

산소공급·에볼라치료제 긴급 처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 2일 월터리드 국립 군 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전용 헬기에서 내리고 있다. / 사진:EPA=연합뉴스
백악관 주치의인 숀 콘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늦은 아침에 고열 증세를 보였으며, 산소포화도 수준도 94%까지 떨어졌다. 산소포화도는 혈액 중의 적혈구가 운반하는 산소의 양을 나타내는데, 사람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호흡하는지, 혈액이 전신에 얼마나 잘 전달되는지를 보여준다. 통상 산소포화도 정상치는 95~100%다. 상태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90~94는 주의 수준이며, 90 이하는 저산소증으로 본다. 결국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1시간에 걸쳐 산소를 공급받았으며 그 결과 산소포화도가 정상치인 95%로 돌아왔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날 저녁 월터 리드 국립 군병원으로 이송돼 진찰과 치료를 받았다. 놀라운 것은 트럼프가 이날 투여 받은 의약품들이다. 항체 칵테일과 아연제제, 비타민D, 파모티딘, 멜라토닌, 그리고 아스피린이었다. AP통신은 이 가운데 어느 것도 코로나19 치료 효능이 입증된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사실이다. 아직 코로나19에 쓸 수 있는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게 사실이다. 세계 최강국 미국의 최고 권력자도 코로나19에 확진된 뒤 쓸 수 있는 확실한 치료제가 아직은 없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트럼프는 생명공학 업체인 길리어드가 개발 중인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도 투약 받았다. 원래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렘데시비르는 지난 5월 1일 미국 의약품과 식품의 허가와 관리를 맡는 식품의약처(FDA)로부터 코로나19 치료에 투약할 수 있도록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 긴급 사용을 받았다는 것은 최종 허가에 필요한 임상시험을 완전히 마치지 않아 유효성과 안전성이 아직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FDA는 렘데시비르가 일부 환자들의 치료 기간을 단축시킨 것으로 나타나자 의사들이 처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코로나19에 대한 치료제도, 백신도 없는 상황에서 환자들이 죽어가고 고통 받자 렘데시비르라도 써보라고 허용해준 것이다.

항체 칵테일은 생명공학 업체인 리제네론이 개발한 ‘단일클론항체(Monoclonal antibodies)’인 ‘Regn-COV2’와 코로나에서 회복한 환자의 항체를 섞은 것이다. 코로나19가 중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사용하는 요법이다. 하지만 항체 치료제는 아직 효능과 안전성이 완전히 검증되지는 않은 실험용 의약품이다. 콘리 주치의는 이 처방에 대해 “예방적 조처”라고 말했다.

치료효과 검증 안된 여러 약품들까지 복합투약 받아


▎미국 보이드휴네럴홈 장례식장 소유주인 캔디 보이드가 코로나19 사망자 유가족과 대화하고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의 위험성을 경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사진:AP=연합뉴스
특이한 것은 트럼프가 염증을 가라앉히는 스테로이드제인 덱사메타손을 투여 받았다는 사실이다. 덱사메타손은 소염작용이 뛰어나 염증성 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인 류머티즘성 관절염, 각종 알레르기, 천식, 피부 질환, 그리고 만성 폐질환 등에 사용돼 왔다. 일부 암에도 적용해왔다. 하지만 덱사메타손은 작용이 좋은 만큼 부작용도 상당하다. 신장 대사 이상을 일으켜 얼굴이 달덩이처럼 붓는 문페이스(Moon Face)를 유발할 수 있고, 칼슘 대사에 영향을 미쳐 뼈를 약하게 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의약 교육에서 ‘신중하게, 짧은 기간에 소량만’ 쓰도록 강조하는 대표적인 의약품이다.

이 약을 트럼프에게 투입한 근거는 지난 6월 나온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의 임상시험 결과가 바탕이다. 2000명의 코로나19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산소호흡기 의존환자의 사망률을 28~40%, 산소 치료를 받는 환자의 사망률을 20~25%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덱사메타손을 투여 받지 않은 4000여 명의 환자와 비교해 중증 환자의 사망률을 줄이는 효과를 확인했다. 경증 환자는 별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트럼프가 부여 받은 파모티딘은 원래 속쓰림, 식도염, 위궤양 등을 막거나 치료해주는 의약품이다. 위산 분비를 촉진하는 위벽의 H2(Histamine2) 수용체(受容體·Receptor)를 차단해 위산 분비를 원천적으로 억제한다. 약리학적으로 ‘H2 차단제’라는 이름으로 분류한다. 수용체는 세포막이나 세포 내에 존재하는 생체의 단백질 분자다. 외부의 특정 물질과 결합해 세포에 특이 작용을 하도록 신호를 보낸다. 수용체와 결합해 복합체를 형성하는 외부 특정 물질을 리간드(Ligand)라고 부른다. H2 수용체가 히스타민이라는 리간드와 결합하면 위벽 세포에 신호를 보내면 세포가 활성화해 위산을 분비하게 된다. H2 억제제는 히스타민 대신 H2 수용체에 결합함으로 이런 위산 분비 작용을 원천적으로 막는다.

H2차단제는 영국의 다국적제약사인 스미스클라인(합병을 거듭해 현재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1976년 출시해 선풍을 일으킨 시메티딘(상품명 타가메트)이 원조다. 당시 경쟁사였던 글락소는 이에 대항하기 위해 부작용을 줄인 라니티딘(상품명 잔탁)을 개발해 1981년 출시했다.

파모티딘은 1979년 일본 야마노우치 제약에 특허를 내고 1985년 시장에 내놓은 H1 차단제로 호르몬 영향 등 부작용이 적어 폭넓게 사용돼 왔다. 미국에선 매년 600만 건이 처방된다. 그런데 지난 6월 파모티딘이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 가벼운 증상의 코로나19 환자에게 효과를 나타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뉴욕의 노스웰 암연구소를 비롯한 미국·유럽 연구진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23~71세 환자 10명을 대상으로 파모티딘을 투여한 결과 효과를 나타냈다는 연구 결과를 영국 소화기·간 분야 동료 평가 의학 학술지인 ‘것(Gut)’에 게재했다. ‘동료 평가(Peer Reviewed) 학술지'는 의학학술지에 정식으로 투고해 심사를 받기 전에 동료들의 의견을 들어볼 목적으로 결과를 신뢰하기에는 이르거나 허점이 있는 예비 상태의 논문을 올리는 학술지다.

논문에 따르면 파모티딘을 투여한 환자 10명 모두가 24~48시간 안에 두통·기침·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개선됐으며, 14일 후에는 대부분의 증상이 사라졌다. 환자 중 3명은 어지럼증 등 파모티딘의 일반적인 부작용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 연구는 정식 임상시험이 아니다. 대상자부터 불과 10명으로 이는 효력을 의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자체가 치료돼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아니라 증상 개선을 예비적으로 알아본 것이다.

70대 고위험 질환 숨기고 대선 퍼포먼스에만 몰두

게다가 이 연구진은 임상시험에서 일반적인 이중맹검법을 적용한 위약대조 시험도 거치지 않았다. 이중맹검법은 시험의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실험자와 피실험자에게 투여 의약품의 내용을 알리지 않은 시험을 가리킨다. 위약대조 시험은 진짜 의약품을 투여한 환자와 전분 등으로 만든 위약(플라시보·가짜약)을 복용한 환자 사이에 효과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험이다. 이를 통해 ‘플라시보 효과’를 파악하고 의약품의 진짜 효력을 가려낸다. 플라시보 효과는 환자가 증상이 개선되거나 병이 나을 것이라는 심리적인 믿음 때문에 위약을 투여 받아도 개선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의약품을 투여 받은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치료나 개선 효과가 플라시보 효과보다 커야 해당 의약품의 효능을 인정받는다. 의약품 유효성 검증의 기본인데, 파모티틴 연구진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파모티딘을 투여 받았다. 좋게 보면 주치의가 지푸라기라도 집는 심정으로 처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토요일인 3일 혈중 산소포화도가 다시 떨어져 93%에 이르렀다. 일부 전문가는 이를 중증 코로나19로 가는 잠재적인 표시일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이다. 백악관 주치의에 따르면 트럼프는 가벼운 심장 질환이 있다. 동년배인 70대 남성에서 흔히 있는 수준이다. 아울러 고콜레스테롤 혈증을 낮춰주는 스타인 계열의 약품과, 혈액의 점성을 낮춰 혈전과 관상동맥 질환 발생을 줄여주는 아스피린(이 용도로는 통상 하루 10㎎ 소량 복용)을 복용해왔다. 트럼프는 높은 연령에 기저질환이 있는 코로나 고위험군인 셈이다. 지난 6월 발표된 건강검진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의 체중은 244파운드, 즉 110.7㎏으로 비만에 속한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현재 지금까지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다양한 의학적 치료를 받고 있다. 문제는 어느 것 하나 확실한 치료제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억지로 퇴원하고 백악관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휴대전화를 들고 트윗을 날리면서 득표에 신경을 쓰는 것은 건강 회복을 지연할 뿐이다.

코로나19의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트럼프의 정치적 행동이 자칫 자신을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 대선 과정도 제대로 진행될지도 의문이다. 대선이 끝나도 결과에 승복할지도 우려된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 후보 중 한 명이나 두 명이 유고 사태를 겪을 경우 미국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초조한 트럼프가 벼랑끝 전술로 미국을 혼란으로 몰아가고 있다. 트럼프의 코로나19 확진이 보여주는 방역의 정치학이다.

※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1555호 (202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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