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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시간에도 관저·식당서 뉴스시청·전화·트윗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최종 승리를 얻기 위해 가히 살인적이라고 할 만한 대선 유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특히 지지율 격차가 적은 경합주를 중심으로 밀도 있는 선거 유세를 펼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의, 전략적이고 효과적인 선거 운동이다.트럼프는 잃어버린 시간을 벌충하기 위해 필사적이다. 그는 코로나19로 입원하고 백악관에서 쉬면서 2~11일 현장 선거 유세 일정을 중단했으며 12일에야 일정을 재개했다. 지난 10월 1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이튿날 입원한 뒤 열흘 동안 모든 현장 선거 유세 스케줄을 취소하거나 일정을 잡지 못했다.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에 밀리면서 경합주를 중심으로 막판 역전극을 노려온 공화당의 트럼프 입장에선 선거운동 막바지 열흘을 까먹은 것은 뼈아픈 손실이다. 바이든 입장에선 어차피 기울어진 판세가 굳어지는 시기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선거유세장에 돌아온 트럼프는 ‘잃어버린 열흘’을 벌충하려는 듯 강행군을 계속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입원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일정도 그렇지만 목소리도 힘이 넘친다. 트럼프의 열정적인 행보는 나이와 코로나19에 대한 조심으로 현장 유세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바이든과 비교될 정도다. 바이든에게 보란 듯이 강행군을 계속하는 성격도 있어 보인다.이는 평소 트럼프의 백악관 생활과도 다르다. 미국 뉴스·정보 사이트인 악시오스(Axios)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평소 오전 8~11시에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행정적인 집무를 시작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시간에 관저에서 자신에게 호의적인 폭스 뉴스를 중심으로 케이블 채널 뉴스방송을 보면서 여기저기 전화를 걸거나 트윗을 한다. 오전 11시가 되면 정보 브리핑을 받고 회의를 시작한다.그는 백악관에 머무는 날에는 하루에 여러 차례 회의를 소화하는데 중간중간에 여러 차례에 걸쳐 ‘집무 시간’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낸다. 이 시간에는 아침과 마찬가지로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전화와 트윗을 한다. 트럼프는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 옆에 있는 식당에서 주로 자신의 시간을 보낸다. 이는 트럼프에게 중요한 미디어 소비 형태이자 소통 방식이며, 정치 양식이다. 어떤 날은 하루 일정을 오전 11시에 시작해 ‘정책 구상’을 하다가 12시부터 한 시간 동안 점심 식사를 하고 다시 오후 1시30분부터 자신만의 ‘집무시간’으로 이어진다. 그러다 오후 6시가 되면 자신의 관저로 돌아간다. 관저에서도 주로 케이블 뉴스채널을 보면서 전화와 트윗을 반복한다. 외부 일정이 있을 경우 트럼프의 하루 스케줄은 이보다 더 길어진다는 것이 악시오스의 보도다.
빡빡한 일정에도 대통령 전용기로 동분서주 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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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입원으로 부족해진 선거활동 주력그런 다음 오후 2시 20분 다시 에에포스1을 타고 이번에는 마이애미 주의 마이앰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2시간의 비행 끝에 이날 오후 4시 20분 마이애미 공항에 도착한 트럼프는 10분 뒤인 오후 4시 30분 플로리다주 도랄로 이동을 시작했다. 10분 뒤인 오후 4시 40분에 자신의 소유인 골프 리조트 ‘트럼프 내셔널 도랄 마이애미’에 도착한 트럼프는 다시 5분 뒤인 오후 4시 45분 선거자금 모임 리셉션에 참석해 연설하고 참석자들과 어울렸다.트럼프는 이날 오후 7시 20분 도랄을 떠나 마이애미 시로 행했다. 20분 뒤인 오후 7시 40분 트럼프는 마이애미 시의 페레즈 미술관에 도착했다. 이어 오후 8시 이곳에서 NBC방송이 주관하는 타운홀 이벤트에 참석해 연설하고 참석자들을 만났다. 트럼프는 이날 오후 9시 5분 일정을 마치고 도랄로 출발했다. 오후 9시 25분 트러프 내셔널 도랄 마이애미에 도착한 트럼프는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그야말로 분초를 다투는 일정이다.하루 전인 10월 14일에는 오전 11시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뉴욕, 워싱턴 시카고, 피츠버그 등의 비영리단체인 경제클럽 인사들 앞에서 연설을 했으며 오후 4시 5분 백악관을 출발해 앤드루스 기지로 향했다. 2시간 25분의 비행 끝에 아이오와주 데모인 국제공항에 도착한 트럼프는 선거유세를 했다. 워싱턴과 시차가 1시간 나는 곳이다. 이곳에 모인 지지자들 앞에서 1시간 이상 연설하며 선거유세를 한 트럼프는 오후 8시 30분(데모인 현지시간 7시 30분)에 이곳을 출발해 앤드루스로 향했다. 오후 10시 25분 앤드루스에 도착한 트럼프는 10분 뒤인 오후 10시 35분 전용 헬기를 타고 백악관으로 향했다. 다시 10분 뒤인 오후 10시 45분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 도착한 마린1에서 해병대원의 경례를 받으며 내리면서 트럼프의 하루 일정이 끝났다.코로나19로 병원에 입원한 인물의 일정으로는 지나치게 빽빽하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일정이다. 이를 통해 트럼프는 그야말로 재선에 목숨을 건 셈이다 최소한 그런 인상을 지지자들에게 보여줬다. 눈에 띄는 것은 트럼프가 이런 일정을 진행하면서 계속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는 사실이다. 다급한 트럼프의 심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방역수칙 무시, 병원 뛰쳐나와 유세현장으로까먹은 열흘을 어떻게든 보충하겠다는 의지가 넘쳐 보인다. 트럼프는 코로나19 확진 다음날인 10월 2일 열과 기침, 그리고 피로감으로 월터리드 군병원에 입원했다. 이 때문에 이날 오후 3시 15분 워싱턴DC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에서 열 예정이던 지지자 모임과 이날 오후 7시 플로리다 주 샌퍼드의 올랜도샌퍼드 국제공항에서 개최할 계획이던 선거 유세는 취소됐다. 토요일인 10월 3일에는 위스컨신 주 라크로스와 그레이트배이에서 각각 열 계획이던 선거 유세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일요일인 10월 4일에는 트럼프의 일정이 원래 아무 것도 없었다. 이날도 트럼프는 월터 리드 병원에서 코로나19 치료를 받았다.월요일인 10월 5일 트럼프는 입원 나흘만에 월터리드 군병원에서 나와 오후 6시 40분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복귀하면서 성조기를 향해 거수경례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할리우드 영화에나 나옴직한 장면이었다. 입원 전 트럼프는 이날 오후 8시 30분 애리조나 주 남부 투손에서 선거유세를 하는 일정을 잡아놨지만 당연히 할 수가 없었다.퇴원 기준도 충족하지 못하고 음성 판정도 받지 못했지만 그는 막무가내로 병원에서 나왔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코로나 방역수칙을 골고루 어겼다고 비판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트럼프에게 중요한 것은 재선을 위한 선거 유세와 지지자들에게 강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뿐이었다. 방역 수칙이나 의학적인 견해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화요일인 10월 6일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트윗을 날렸다. 트럼프는 원래 이날 오후 8시 애리조나 주 북부 플래그스태프에서 선거 유세를 할 예정이었지만 불가능했다. 10월 6~9일에도 트럼프는 선거 관련 활동을 전혀 할 수가 없었다.그러던 트럼프는 토요일인 10일 마침내 기지개를 폈다. 이날 오후 2시 법과 질서를 위한 평화로운 시위와 관련한 동영상 연설을 했다. 오후 3시 30분에는 미시간 주를 대상으로 하는 동영상 유세 연설을 했다. 오후 2시에 한 법과 질서 연설은 대통령으로서 한 활동이고, 오후 3시 30분 연설은 공화당 대선후보로서 한 선거 활동이었다.트럼프는 일요일인 10월 11일 오후 2시 애리조나 주를, 오후 2시 30분 플로리다 주를 대상으로 동영상 유세 연설을 했다. 월요일인 10월 12일 트럼프는 마침내 청중 앞에서 하는 야외 선거 유세를 재개했다. 이날 오후 4시 55분 앤드루스를 출발해 1시간 55분의 비행 끝에 플로리다 주 샌퍼드의 올랜도샌퍼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그곳에서 1시간 이상 선거 유세를 한 뒤 오후 10시 30분 백악관에 도착했다. 트럼프가 코로나19에 확진된 뒤 처음으로 현장 유세를 재개한 날이다. 트러프가 돌아왔다. 월터리드 군병원에 입원하던 날 취소했던 선거 유세 일정이었다. 유세 재개를 상당히 먼 플로리자 주에서 한 이유는 지지자들에게 자신은 약속을 반드시 지킨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화요일인 10월 13일에는 오후 6시 앤드루스 기지를 출발해 45분이 걸리는 펜실베이니아 존스타운-캠브리아 카운티의 존 머사 공항에 도착해 1시간 이상 선거유세를 하고 오후 9시 50분 백악관으로 돌아갔다. 낮에는 백악관에서 쉬고 유권자들이 퇴근해 모일 수 있는 저녁 시간에 맞춰 전용기를 타고 달린 것이다. 트럼프의 무서운 재선 집념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