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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 비하인드 스토리 | 신세계百의 ‘오노마’] 시코르 타고 K뷰티 시장에 안착할까? 

 

신세계 해외 화장품 바이어팀 안목으로 만든 브랜드… 럭셔리 이미지는 부족

▎신세계백화점이 처음으로 내놓은 자체 화장품 브랜드 ‘오노마’. / 사진:신세계백화점
백화점이 직접 만든 화장품이 출시됐다. 신세계백화점이 지난 5월에 출시한 ‘오노마’다. 신세계백화점이 만든 첫 화장품 브랜드로,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의 K뷰티 사업 확대 일환으로 분석된다. 신세계백화점의 이유 있는 ‘딴짓’ 사업으로 통하는 PB 화장품 ‘오노마’ 탄생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아봤다.

화장품 브랜드 오노마는 고대 그리스어로 ‘이름’을 의미하는 말로, 개인 각자가 고유의 이름이 있는 것처럼 피부 역시 제각각 자신에게 맞는 성분이 들어간 제품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명명했다. 이 때문에 오노마는 다른 화장품 브랜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색조화장품은 출시하지 않는다. 오롯이 세안 후 피부관리 차원에서 바를 수 있는 스킨케어 제품만 내놓고 있다.

출시 후 성적은 우수하다. 오노마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5월 브랜드 런칭 이후 10월 16일까지 오노마는 주요 유통채널인 시코르 내 스킨케어 카테고리에서 매출 규모 2위를 차지했다. 오노마 관계자는 “구체적인 매출액 수치와 오노마보다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브랜드명은 내부 기밀이라 밝힌 수는 없지만 제품 중 라이츠블라썸 에센스, 원더 에센스 액티베이터, 레드니스 릴리버 에센스 등이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백화점 손님 분석해 스킨케어 전문 브랜드 기획

오노마 탄생에는 1년의 시간이 걸렸다. 브랜드명, 제품명, 디자인, 내용물, 향 등 모두 신세계백화점에서 기획하고 제작했다. 오노마 관계자에 따르면 제품 개발에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신세계백화점에서 화장품을 구입한 소비자의 니즈 반영’이었다. 신세계백화점 화장품 사업관계자들은 백화점에서 화장품을 사는 소비자들이 피부 고민이 생겼을 때 스킨케어 제품을 가장 먼저 바꾼다는 것을 파악하고, 스킨케어 전문 브랜드로 브랜드 방향을 잡았다.

또 피부에 트러블이 일면 이중에서도 가장 먼저 에센스를 교체한다는 사실을 파악한 후 오노마의 에센스 제품을 이례적으로 6가지로 출시했다. 에센스로 유명한 브랜드, 크림으로 유명한 브랜드가 모두 존재하는 분위기 속에서 한 브랜드에서 6가지의 에센스를 내놓는 경우는 흔치 않다. 6가지 에센스는 미백, 진정, 토탈케어 등 기능을 각기 달리 해서 소비자들이 피부 트러블이 나도 다른 브랜드 제품으로 바꾸는 것이 아닌 오노마 안에서 다른 종류의 에센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전략을 세웠다. 같은 맥락으로 에센스 후에 바르는 크림 형태의 에센스락커도 두 가지 종류로 선보였다.

특히 오노마는 신세계백화점에서 해외 화장품 브랜드를 계약하는 바이어들이 오노마 개발을 주도했다. PB팀을 따로 꾸린 것이 아니라 ‘해외잡화담당 화장품팀’이 오노마를 기획하고 만들었다. 신세계백화점에 입점할 수 있는 유명 해외 뷰티 브랜드들을 선별한 팀이 이번엔 자신들의 안목으로 직접 제품을 만든 것이다.

이려진 신세계백화점 해외잡화담당 화장품팀 과장은 “오노마 브랜드 개발에 참여한 인원 모두는 신세계백화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고급 뷰티 브랜드 제품을 수없이 사용하고 분석한 바이어들”이라며 “세계적인 화장품의 좋은 특징과 성분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인데, 이들이 만든 제품이기 때문에 성분과 내용물, 효능을 더욱 자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품 효능은 전 품목 인체적용시험을 통해 검증했다. 다른 화장품 제품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인체적용시험 내용을 오노마 제품 패키지에서는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가격은 비교적 저렴하다. 6종으로 구성된 에센스는 4만2000원에서 5만2000원이다. 시코르에서 판매하고 있는 다른 브랜드의 에센스를 살펴보면 끌레드뽀보떼 19만5000원, 설화수 8만8000원, 랑콤 11만원, 달팡 7만3000원 등이다. 물론 오노마보다 저렴한 브랜드도 있지만, 신세계백화점처럼 대형 브랜드에서 만든 제품은 대부분 7만원이 넘는다. 오노마 관계자는 저렴한 가격의 비결에 대해 “소비자에게 제품 그대로의 가치와 효능 전달하기 위해 불필요한 요소들은 제거하고 제품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유통사에서 만든 제품이기 때문에 당연히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한 뷰티 브랜드 관계자는 “신세계 온라인몰인 SSG닷컴에 입점하면 제품 판매가격의 26%정도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며 “일반 브랜드사는 추가적인 유통비용 때문에 제품 가격이 올라가고, 신세계백화점은 직접적인 유통사이기 때문에 유통에서 아낀 비용을 제품에 적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오노마는 신세계의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와 온라인몰 SSG닷컴 등 자사 유통망에서만 판매된다. 온라인을 통해 지마켓, 11번가 등 다른 유통 플랫폼에서도 오노마 제품을 찾을 수 있지만 이 역시도 신세계백화점에 입점한 플랫폼이기 때문에 판매하는 것이다.

각양각색 색상으로 SNS에서 인기를 끈 패키지 디자인은 신세계백화점 내부 디자인팀이 담당했다. 이 과장은 “시코르에서만 판매하는 화장품인 ‘시코르 컬렉션’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내부 디자인팀에서 어렵지 않게 오노마 제품 디자인까지 완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코르 컬렉션 반응 확인 후 자체 브랜드 개발

신세계백화점은 2016년 뷰티편집숍 시코르를 운영하면서 본격적으로 K뷰티 시장에 발을 내밀었다. 지난 7월엔 시코르의 온라인숍인 시코르몰까지 오픈했다. 시코르 컬렉션 제품도 제작했는데, 소비자 반응이 좋아 화장품팀이 자체 브랜드 개발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된다.

하지만 뷰티업계 일각에서는 오노마 성장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도 있다. 오노마는 2030소비자를 겨냥한 브랜드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나타내는 신세계백화점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다. 뷰티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백화점에서 내놓은 오노마는 통통 튀고 트렌드를 뒤쫓는 분위기라면, 2018년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출시한 화장품 브랜드 연작은 한방 화장품을 표방하며 고급스런 이미지를 낸다”며 “신세계백화점의 브랜드를 선택하는 소비자들 대부분은 백화점의 프리미엄 분위기를 선호하며 연작과 같은 브랜드를 더 구입할 텐데, 오노마는 정반대의 마케팅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1556호 (2020.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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