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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기자의 ‘꿈을 Exit’하다(1) 록앤올] 김기사 엑시트하다 

 


▎다음카카오는 김기사를 서비스했던 록앤올을 인수해 김기사를 카카오내비로 업그레이드했다.
다음카카오와 협상, 대리인 내세워 성공


▎다음카카오와 록앤올의 인수합병 협상에 대리인으로 참여한 이범석 뮤렉스파트너스 대표. 그는 “협상이 상당히 어려웠다”라고 회고했다.
2015년 3월 31일 다음카카오(현 카카오)는 카카오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택시 기사와 승객을 연결하는 플랫폼이자 쉬운 택시 호출 등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택시 기사용 앱에 김기사를 탑재하기로 했다. 승객이 콜을 하면 기사가 김기사 내비를 이용해 승객이 있는 곳으로 쉽게 갈 수 있게 됐다. O2O 서비스에 집중하던 다음카카오가 카카오택시에 김기사를 적용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이 제휴가 김기사의 인수합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택시와 김기사의 제휴 이후 깊은 논의를 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인수합병 제안이었다. 다음카카오 임원 중 일부와 록앤올 김원태·박종환 공동대표와 신명진 부사장만이 M&A 제안을 공유했을 뿐이다.

록앤올 공동대표와 부사장은 창업 초기 M&A 협상을 한 바 있다. 기업 가치 산정부터 계약서 작성 등 기업의 인수합병은 다양한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경험이 없고 협상의 전문성을 가지지 못한 상황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상처를 받는다는 것도 경험했다. 인수합병에만 집중하면 조직이 흔들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M&A 협상이 깨져도 록앤올에 투자하고 싶다는 투자사도 있었다. 100억원 정도의 투자 유치가 결정된 상황이었다. 엑시트를 하지 않고도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인수합병 제안에 흔들리지 않고 대처할 수 있었다.

다음카카오는 예전에 M&A를 제안했던 기업의 모습과 무척 달랐다. 상대방에 대해 예의가 있었다. 다음카카오는 기업 실사를 하는 동안에도 점령군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당시 록앤올 멤버들은 다음카카오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고, 김범수 의장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다음카카오라면 함께 일해도 되겠다는 판단을 했다.

하지만 인수금액을 결정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었다. 창업가뿐만 아니라 록앤올 임직원들의 보상도 생각해야 했다. 인수금액 협상에는 록앤올 관계자가 아닌 그동안 록앤올을 지켜봤던 투자자가 맡았다. 현재 뮤렉스파트너스를 이끄는 이범석 대표가 대리인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김원태 파트너는 “인수금액 협상을 우리가 직접 하지 않은 것은 잘한 결정이었다. 만일 인수금액 협상 과정에서 서로 상처를 받았을 경우 엑시트 한 후에도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인수금액 협상은 쉽지 않았다. 협상을 맡은 이범석 대표가 “엑시트 대신 약속된 투자를 받는 게 어떠냐”는 조언을 할 정도였다.

2015년 5월 19일 다음카카오는 록앤올을 626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스톡옵션까지 합하면 670억원 규모라고 한다. 창업 멤버인 김원태·박종환 공동대표, 신명진 부사장은 3년간 다음카카오에서 일하는 계약 조건이었다. 록앤올 임직원은 다음카카오에 합류해 다음카카오의 연봉 수준에 맞게 임금이 책정됐다.

일본 기업이 록앤올에 투자했을 때 기업가치는 1000억원을 훌쩍 넘었다. 다음카카오와는 600억원 대로 기업가치가 낮아졌다. 그럼에도 왜 엑시트를 결정했을까? 김원태 파트너의 설명이다.

“처음 우리는 록앤올이라는 조그마한 배를 몰았다. 투자를 받고 매출이 상승하면서 배의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우리가 몰던 배가 군함이 되었다. 이때 선장은 결정해야 한다. 내가 계속 진두지휘를 할 것인지, 아니면 규모에 맞는 이에게 선장의 역할을 물려줘야 하는지 판단해야 한다. 김기사는 다음카카오의 모빌리티 서비스에 접목하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우리와 함께 일했던 직원들에게 보상해주고 싶었다. 다음카카오같은 큰 기업에서 일할 기회를 주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Success Point : 인수 금액 협상 전문가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M&A 협상보다 조직과 비즈니스에 집중, 기업의 성장에 맞는 경영 시스템을 고민



- 최영진 기자 choi.youngjin@joongang.co.kr

1560호 (202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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