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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현의 IT 사회학] ‘구글 포토 유료화’가 당신에게 던진 질문 

 

구글 플러스 서비스 일부에서 시작… 구독자 서비스 ‘구글 원’ 미끼 상품으로 활용될 듯

▎구글 CEO 순다 피차이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구글 포토는 이제 무료가 아니다. 내년 6월 이후에 업로드하는 모든 이미지는 구글의 메일 및 드라이브 등 다른 서비스 파일들처럼 구글 계정의 15GB 제한에 포함된다. 15GB라니, 폰의 기본 용량도 64GB는 부족하다고 말하는 세상이다. 구글 포토를 앞으로 써야 한다면 결국 추가 용량을 구매해야 할 테니, 유료화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공짜로 쓰던 입장에서는 날벼락이다.

많은 앱과 서비스가 나왔다가 사라진다. 무료로 등장했다가 유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구글 포토의 애용자였다면 그 상실감은 적잖을 수 있다. 무료로 내 폰의 모든 사진을 안전하게 무선 백업할 수 있었고, 또 공유와 검색을 편리하게 해줬기에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많이 찍는 이라면 고마워하며 쓰고 있었을 간판 서비스였다. 사진을 보정하거나 영화를 만들어주거나 심지어 사진 속 문자를 검색할 수 있는 인공지능 역량도 남달랐다.

구글 포토 출시 4년 만에 사용자 10억명 도달

구글도 이 서비스를 통해 많은 새로운 실험을 제공했다. 사진 앱으로서 압도적 존재감을 뽐냈다. 클라우드에 개인 정보를 백업하는 서비스는 수도 없이 있었지만, 무조건 무제한이라는 초거대기업의 호사로운 혜택이 주는 흡인력은 상당했다. 유사 서비스들은 더 이상 명함을 내밀 수 없었다. 스마트폰 사진하면 구글 포토가 디폴트가 되었다. 그리고 지난 6월, 출시 4년 만에 10억 사용자 고지에 도달했다. 이미 구글에는 10억 사용자가 넘는 제품이 9개나 더 있기에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성장 속도는 가장 빨랐다. 지메일도 12년이 걸렸던 10억 고지. 심지어 각각 8년이 걸린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보다도 빨랐다. 축하할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구글 상층부에서는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10억 서비스라 하면 엄청난 영예지만, 그 10억명이 자기 폰의 모든 사진을, 그것도 언제까지나 쏟아 내려놓을 수 있는 서비스라면 아무리 풍족한 대기업이라고 해도 그 영속 가능성에 물음표가 찍힐 수밖에 없다.

구글 포토는 지금은 사라진 페이스북 복제품 구글 플러스의 일부로 시작되었다. 페이스북에 완패한 구글 플러스는 완전히 폐기되었고 그 담당 수장도 떠났다. 구글 포토만은 성공적으로 분리되어 별도 제품으로 대성할 수 있었다. 그 무렵 새롭게 CEO가 된 순다 피차이는 구글의 새로운 방향성인 딥러닝 인공지능에서 구글의 힘을 보여줄 쇼케이스로 구글 포토를 특별히 애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는 혜안이었다.

구글은 구글 포토 덕에 성공적으로 인공지능의 면모를 일상 속에서 선보일 수 있었다. 그 후 알파고에서 텐서플로에 이르기까지 구글은 인공지능 뉴스에서 늘 중앙에 서게 된다. 구글 포토는 사용자 눈높이의 인공지능 이미지를 회사에 입히는데 충분한 이바지를 한 셈이다.

인공지능의 시대에도 세월은 흐르고 사용자는 점점 더 늘어난다. 구글은 구글 포토의 10억 사용자를 고마워했지만 절실하지는 않았다. 이미 구글 계정에는 안드로이드나 유튜브 등 기존의 10억 사용자 클럽 앱과 서비스들 덕분에 전 지구인들이 몰려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글 인공지능의 대외적 이미지, 그리고 내부적인 훈련 데이터셋으로의 가치, 여기에 구글 종합 제품군으로의 미끼 역할 등 구글 포토의 종래의 가치 제안 중 어느 무엇도 이제는 간절하지 않았다. AI 회사의 이미지는 확립되었고 데이터는 인공지능의 훈련에 필수적이지만 지금으로도 충분했다.

더욱이 그간 포토는 유튜브처럼 클라우드의 전산 자원을 게걸스럽게 해치우고 있지만, 유튜브와는 달리 구글의 비즈니스 모델인 광고를 붙일 수는 없었다. 사진은 어디까지나 사적인 것, 개인 정보 활용에 있어서 절대로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그사이 전 세계적으로 명확해졌다. 구글 포토는 어느 순간 부담스러운 제품이 돼버렸다. 회계적으로 자립할 수 없는 제품은 내부적으로 많은 설명이 필요해진다.

사실 어느 회사나 영속 기업을 꿈꾸지만, 소리소문없이 망하곤 한다. 그런데 제품쯤이야. 영원해야 하는 것의 우선순위는 늘 회사지 제품도 고객과의 약속도 아니다. 어쩌면 약속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소비자가 자기 마음대로 어떤 약속이 있다고 믿었던 것일 수도 있고, 그런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이 마케팅의 목적이기도 하다.

구글 포토 앱은 사진이 안전하게 백업되었다며 폰에서 여유 공간을 확보하라는, 즉 지워도 좋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내 사진의 유일무이한 최종 저장소로 구글 포토를 믿으시라는 소리였다. 사실 불안 불안한 집의 PC나 외장 하드 대신, 그리고 월정액 결제를 해야만 쓸 만한 용량을 주던 경쟁업체 따위 완전히 잊고 구글 포토가 스마트폰 사진 생활을 책임져 줄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던 셈이다. 혹은 그렇게 사용자들이 알아서 믿어버렸다.

구글 포토 유료화 배반감 느끼는 이들 많아

그리고 사용자들은 구글에 길들어 갔다. 그런데 구글은 가차 없이 제품과 서비스를 날려버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구글 제품의 무덤 웹사이트(https://killedbygoogle.com)를 돌아보니 현재까지 219구가 안치되어 있다. 회사에 해야 할 일을 다 한 어떤 제품도, 심지어 구글 포토도 그곳으로 가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지금처럼 유료화로 존속시켜주니 고마워해야 할지 모른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유료 회원에 가입할지 알 수 없지만, 구글은 통합가입형 구독자 서비스 ‘구글 원’의 새로운 미끼 상품으로 활용할 예정인 것 같다. 차라리 내 데이터를 파느니 깔끔하게 얼마를 내는 것이 건전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5년간 무료로 사람들을 유인해 놓고 갑자기 유료화를 하는 것에 배반감을 느끼는 이들이 있다. 2015년까지 군웅할거했던 사진 클라우드 분야의 경쟁자들은 지금 씨가 말랐다. 공짜 사진 백업이라니 너무 조건이 좋았다. 이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너무나 쓰기 좋은 무료 서비스가 있다면 그 비결은 세 가지뿐이다.

우선 첫 번째는 그 서비스를 쓰는 우리 자신의 산출물 및 개인 정보가 서비스의 원자재가 되는 케이스다. 페이스북이나 네이버가 대표적이다. 두 번째는 경쟁자를 배제하기 위해서 비용을 태우고 있는 경우다. 경쟁자가 사라지면 더 이상의 소모는 경영상 용납되기 힘들다. 마지막 세 번째는 성장을 위해서 이륙을 위한 연료가 소진되고 있는 경우다. 많은 경우 연료가 떨어지면 추락하고 만다.

무료는 달콤하지만, 소비자는 언제나 그 이후의 플랜 B를 준비해야 한다. 구글 포토 애용자들도 이제 다시 추억의 외장하드나 나스(가정 내 서버)의 먼지를 털어볼 때가 왔는지 모른다.

※ 필자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겸 IT평론가다. IBM,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IT 자문 기업 에디토이를 설립해 대표로 있다. 정치·경제·사회가 당면한 변화를 주로 해설한다. 저서로 [IT레볼루션] [오프라인의 귀환] [우리에게 IT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1562호 (2020.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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