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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무능한 동료가 나보다 먼저 승진하는 이유는 

 

조직의 원리 담은 [그렇게 일하면 아무도 모릅니다] 출간… “내성적인 사람, 불리하지만 롱런 가능성도”

▎ 사진:박종근 기자
'상사는 왜 말만 앞서는 저 친구를 더 좋아할까. 정작 일하는 건 난데.’

직장인이라면 한번쯤 해본 고민이다. 특히 내성적인 사람일수록 더하다. 말주변이 없어 상사와 친근하게 지내지 못하고, 일한 티를 내자니 낯간지러워 그저 묵묵히 제 할일만 할 뿐이다. ‘언젠간 알아주겠지’ 기대하면서…. 최근 [그렇게 일하면 아무도 모릅니다]를 펴낸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은 “어떤 방식으로든 일하는 티를 내라. 묵묵히 일하면 묻힌다”고 경고한다.

경영 전문 기자 출신인 서광원 소장은 벤처기업을 경영할 때 느낀 점을 엮은 저서 [사장으로 산다는 것](2005)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이후 [사장의 길] [사장의 자격] 등 일명 ‘사장 시리즈’로 수많은 사장들의 공감을 샀다. 지금도 많은 CEO들을 지켜보며 기업과 리더, 조직과 인간의 역학 관계를 심도 있게 탐구하고 있다. 조직과 리더십의 본질을 연구하기 위해 생태학까지 지평을 넓혔고, 현재 본지를 비롯한 일간지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사장님’ 마음을 대변하던 서 소장이 이번에는 직장인, 특히 조직생활이 어려운 소심한 직장인에게 도움이 될 신작을 냈다.

조직생활 어려운 5~15년차 직장인 위한 책


‘사장 전문’ 저자가 이번엔 직원 입장에서 썼는데.

“기자 시절에 기업체 사장들을 사석에서 만날 기회가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공통적으로 들은 이야기가 ‘당신은 (사장이 아니니)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때는 오기가 생겼는데 막상 내가 사업을 해보니 의지할 곳이 없어 외롭고, 힘든 사장님의 마음을 이해하겠더라. 내 능력이 부족해서인 것 같아 힘들었는데 이후 조직과 리더십에 대해 공부하다 보니 그게 개인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처럼 사장이라는 자리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을 낸 건데 많은 사장들이 위로를 받았다고 전해왔다. 이번 책도 마찬가지다. 이전까지가 리더의 본질을 다뤘다면 새 책에서는 조직의 본질을 다뤘다는 점이 다르다. 특히 조직생활이 여전히 어려운 연차 5~15년 사이 직장인을 위한 내용을 담았다.”

책에 나온 처세술만 잘 익히면 조직생활이 순탄해질까.

“이 책은 처세술일 수도, 리더십이나 조직론일 수도 있다. 결국은 직장생활을 잘 하려면 조직의 본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전 책을 쓰며 알게 된 사실 중 하나가 동기보다 승진이 빠른 사람이 부장까진 쉽게 올라가도 임원이 될 확률이 낮다는 점이다. 오히려 과장, 부장 진급에 몇 번이나 물 먹고, 산전수전 겪은 사람이 느리지만 높은 자리에 오래 앉아 있었다. 그만큼 숱한 경험으로 사람과 조직의 본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어차피 직장생활을 안할 게 아니라면 하루라도 마음 편하게 다니면 좋지 않나. 조직의 본질을 알고 나면 위안이 될지도 모른다.”

서 소장은 책에서 일하는 티를 내야한다고 강조한다. 성격상 낯간지러워서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면 ‘풀(pull) 전략’을 써보라 권한다. 언변이 좋고, 처세술이 뛰어난 사람들은 밀고 들어가는 ‘푸쉬(push) 전략’으로 자신이 업무를 하고 있단 사실을 ‘광고’하는데 능하다. 반면 이런 방식이 불편한 사람들은 티 안 나게 일하는 걸 ‘미덕’으로 여기며 억울함을 억누른다. 저자는 그럴 때 어떤 행동이나 상황 조성을 통해 상대가 나에게 관심을 갖게 만들라고 조언한다. 벌과 나비가 날아오게 하는 꽃의 원리다.

풀(pull) 전략이 효과적인 이유는.

“노력하고 고생했다면 티를 내라는 것이다. 거래처를 다녀왔는데 내세우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이번에 거래처에 갔더니 이런 일이 있더라고요”라고 말하며 자신만의 스토리텔링을 짜라는 것이다. 행동이나 물건으로 자신을 나타내는 법을 아는 게 중요하다. 이런 전략은 낯이 두껍지 않아도 조직이 나를 알아보게끔 하는 현명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상사는 자기 일하기도 바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밝은 눈과 올바른 판단으로 나를 인정해주길 기다리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차라리 그들이 바쁜 이유에 관심을 갖고, 내가 가진 능력을 보여주고자 노력한다면 조직에서의 내 입지가 단단해질 것이다.”

직장생활은 내성적인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싸움인가.

“그렇다. 하지만 알고 보면 공평하다. 내성적인 사람은 직장생활 초반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조직생활에 대한 고민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도 이들이다. 대신 그만큼 고민하기 때문에 자신의 단점을 잘 알고, 이를 보완할 방안도 연구한다. 단점을 고칠 수 없다면 장점을 더욱 키우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외향적인 사람은 말주변이나 활달한 성격으로 자신의 단점을 가리지만 시간이 지나면 밑천이 드러나기 쉽다. CEO 설문조사를 보면 자신이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답한 사람이 70~80%를 차지한다. 미국 통계 역시 유사한 경향이다.”

“직장생활의 기초원리 같은 책으로 읽히길”

조직에서의 성공이란 무엇일까. 서 소장은 ‘성과’와 ‘성공’의 의미부터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직에서의 성과란 엄밀히 말하면 일에서의 성공일 뿐, 성공이 되기 어렵다. 아무리 성과가 좋아도 인간관계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조직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목표의식과 보람을 찾으며 롱런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즉 조직에서 스스로도 만족스러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일을 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회사생활에서 중요한 건 결국 능력보다 관계인가.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비슷비슷한 능력을 가졌다. 그러니 능력이 조금 더 뛰어난 A보다 관계를 잘 맺은 B가 인정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최근 관계에 대한 고민을 담은 책이 인기를 끈다. 대학 졸업 전까지 아무도 관계에 대해 가르쳐주지 않으니 그 능력이 ‘0’인 상태로 사회생활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조직의 본질을 모르고 자신만 탓하니 자괴감이 들고, 능력을 표출하지 못해 상사가 인정해주지 않으면 자존감이 떨어진다. 악순환인 셈이다. 조직의 기초원리를 알고 회사생활을 시작하면 적어도 무조건 ‘내 탓이오’하는 자괴감은 들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직장생활의 지침서’로 삼으면 되나.

“지침서라기엔 거창하고 구구단을 미리 외운다는 마음으로 읽으면 좋겠다. 구구단을 외울 때는 의미도 모르고 무작정 외우지만 한번 체득하고 나면 복잡한 계산도 쉽게 풀리지 않나. 독자들에게 알고 있으면 편한, 직장생활의 기초원리 같은 책으로 읽히길 바란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1564호 (2020.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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