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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경제 大예측 | 코스피 강세 이어질까?] 급격한 유동성 축소 가능성 낮지만, 다시 주목받는 ‘K자 반등론’ 

 

주도주와 소외주 차별화 전망에 ‘옥석 가리기’ 중요

▎2020년을 불안에 떨게한 코로나19의 위세에 코스피는 지난 3월 1400대로 급락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증권 시장이 급락한 지 8개월여 만인 2020년 11월, 코스피는 2600포인트를 돌파했다. 12월에는 2700선도 넘었다. 코스피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지수를 산출하기 시작한 1983년 이후 1000포인트를 돌파하는 데는 약 6년이 걸렸고, 2000포인트를 넘기 위해서는 다시 18년이 필요했다. 그러나 코스피는 2020년 3월 이후 8개월여 만에 1200포인트가량 상승하는 괴력을 보였다.

상승세는 한국 증시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2020년 11월 뉴욕 증시에서는 다우지수가 3만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일본에서도 니케이 225 지수가 2만6000선을 돌파하면서 일본경제 버블 절정기 이후 29년 만에 최고치를 다시 썼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신음하는 가운데 증시는 어떻게 수직으로 상승할 수 있었던 걸까. 주가 상승의 원동력이 무엇인지는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일등공신은 없다. 바로 유동성의 힘이다.

코로나19가 촉발한 ‘유동성의 힘’


코로나19 확산 후 각국 정부는 침체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각종 정책을 동원해 유동성을 공급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020년 3월 3일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0.5%포인트 내린 뒤, 같은 달 15일 다시 한번 1.0%포인트 인하하며 ‘제로금리’ 상태에 돌입했다. 보름여 만에 1.5%포인트나 떨어트린 셈이다.

한국은행 역시 2020년 3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75%로 0.5%포인트 낮춘 뒤 5월 금통위에서 0.25%포인트 더 낮춘 0.5%로 내렸다. 중앙은행들은 금리의 급격한 변동에 따른 시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통상 0.25%포인트씩 금리를 조정하곤 했는데 급박한 상황을 반영해 ‘빅컷’(big cut·큰 폭의 금리 인하)을 단행했다. 이외에도 2020년 3월에만 26개 국가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했는데, 영국·캐나다 등 대부분의 국가가 ‘빅컷’이었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 자금은 빠르게 증시에 스며들었다. 금융투자협회 집계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2020년 1월과 2월 각각 28조원, 31조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친 3월 말 43조원을 넘어서더니, 8월 말에는 60조5270억원으로 연초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투자자예탁금은 고객들이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놓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돈으로 언제든 증시에 투입될 수 있어 증시 대기자금으로 분류된다. 유동성 자금의 위력은 코스피가 2600선을 넘은 11월에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증시에 과열 우려와 조정이 나타나면서 2020년 10월 말 투자자 예탁금은 55조원 수준으로 줄어들었으나 코스피가 2600선을 넘은 11월 18일에는 65조원을 넘기며 단기간에 10조원 가량의 자금이 주식 시장으로 들어왔다.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각국 중앙은행들이 언제 유동성을 거둬들일지에 몰리고 있다. 주요국 증시가 과열된 것이 사실이라면 유동성 축소가 나타난 뒤 거품이 급격히 빠질 수 있어서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이 2020년 6월 말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는 “이번 위기에 전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시장 기능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매우 이례적으로 낮은 금리와 유동성을 공급했다”며 “주요 선진국 주식 시장에서 시장 가격과 펀더멘털에 기초한 가치의 차이는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2021년에 급격한 유동성 축소가 현실이 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일단 미국이 2021년 중으로 급격한 유동성 축소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지난 2020년 9월 공개된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 위원 17명 전원이 2021년 제로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0~0.25%인 금리를 동결하며 “완전 고용 수준에 도달하고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상당 기간 완만하게 웃돌 때까지 현재의 금리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한국에서도 단기간 내에 유동성을 거둬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2020년 마지막 금통위 정례회의가 열린 2020년 11월 26일 금리 동결 결정을 내렸다. 7월, 8월, 10월 정례회의에 이어 4번째 동결이다. 당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는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코로나19 전개 상황과 금융·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승 차별화에 주목할 때

유동성의 힘이 부각되곤 있지만, 주가 상승의 기본 동력인 기업의 펀더멘털에 변화가 없다면 상승세가 이어지기는 힘들다. 긍정적인 부분은 2021년 한국 기업들의 이익은 반등할 것이란 예상이다. 증권가에서는 전체 코스피 상장사들의 연간 영업이익이 2021년 175조원, 2022년에는 200조원에 이를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2019년에는 코스피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이 102조원에 그쳤으니, 3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난다는 전망이다.

증시 주변 상황도 긍정적이다. 가장 먼저 미국 대통령선거가 마무리되면서 불확실성이 줄었다. 2020년을 불안에 떨게 했던 코로나19 역시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등을 비롯한 각국 제약업체들의 백신과 치료제가 상용화에 접어들었다. 이렇게 주가에 긍정적인 재료가 더해지면서, 증권가에서는 2021년 코스피 예상치 상단을 기준으로 3000포인트로 내다보는 곳도 나오기 시작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2021년 코스피가 3200포인트에 도달할 수 있다고 예상했고, 국내 증권사들 가운데는 대신증권이 3080포인트, 흥국증권이 3000포인트로 전망했다.

긍정적인 전망에도 유의할 부분은 2021년에는 주도주와 소외주가 확연히 구분되는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상장사들의 실적 회복세가 완연해지자, ‘K자 반등론’이 떠올랐다. K자 반등론은 일부 섹터는 주가와 실적 모두 가파르게 상승하겠지만, 또 다른 일부 업종은 회복세가 꺾이면서 하락할 수 있다는 양극화 전망을 말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어느 때보다 옥석가리기가 중요한 이유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1566호 (2021.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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