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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기업 총수 신년사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연기된 사업은 털자, 신성장 동력 찾아야 할 때” 

 

롯데쇼핑은 과감한 슬림화, 롯데케미칼은 전략적 몸집 키우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해 6월 경기 안성시에 위치한 롯데칠성음료 스마트 팩토리를 찾아 디지털 기기를 살피고 있다. / 사진:롯데
“지금까지 우리는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선도할 정도로 탄탄한 경쟁력을 쌓아왔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유례없는 상황에 우리의 핵심역량이 제 기능을 발휘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주변 위험요인에 위축되지 말고 신축성 있게 대응해 나가자. 각 회사가 가진 장점과 역량을 합쳐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한다.”

2021년 1월 4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신년사를 발표하며 위기 상황 속에서 롯데그룹만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다시 생각하고, 이 같은 경쟁력으로 그룹이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해 나아가야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신 회장은 코로나19 이전의 사업 계획 실천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코로나19 시대와 함께하는 사업을 내세워야 한다고 당부하며 5년, 10년 후에도 일하고 싶은 회사로 만들겠다는 다짐을 보여줬다. 신 회장은 신년사에서 “단순히 코로나19 이전의 수준을 회복하겠다는 생각만으로 연기됐던 사업들을 꺼내 반복해서는 성공할 수도, 성장할 수도 없다.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때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된 자세와 경기회복을 주도하겠다는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롯데쇼핑·호텔롯데 등 코로나19 직격탄

지난해 롯데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유난히도 추운 한 해를 보냈다. 특히 롯데그룹의 주요 상장사인 롯데쇼핑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2020년 2분기 롯데쇼핑 매출은 4조459억원, 영업이익 14억원을 기록하면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9.2%, 98.5% 줄어든 저조한 성적을 냈다. 3분기 누계 매출액은 12조2285억원, 영업이익 16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1%, 57.2% 감소했다. 롯데마트·롯데백화점·롯데슈퍼 등의 매출 부진이 지속된 결과다.

이에 롯데는 롯데쇼핑의 슬림화를 과감하게 추진하기도 했다. 롯데는 2020년에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 116개를 정리했다. 감축된 롯데쇼핑 사업부 직원만 해도 3000명에 이른다. 신 회장은 2020년 7월에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업무상 낭비를 줄임과 동시에 효율성을 가장 우선시하라”며 “롯데쇼핑 입장에서는 구조조정을 빨리 할수록 손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앞당기려고 할 것”이라고 말하며 부실 점포 정리에 속도를 낸바 있다. 이 외에도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 역시 코로나19 영향을 받으며 2020년 3분기 누적 매출이 19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5% 감소하고, 영업적자는 1289억원을 기록했다.

면세점·호텔·월드 등을 운영하는 호텔롯데 상황도 다르지 않다. 호텔롯데는 2020년 3분기 영업손실 463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매출액은 2조8143억원으로 전년 매출액에서 반토막이 났다. 호텔 부문 매출액이 전년보다 40%가량 감소하고 면세사업 부분 역시 45% 감소하면서 손해를 봤다.

신동빈 회장이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는 사업으로 알려진 화학사업 역시 부진했다. 롯데 화학사업의 주요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은 2020년 3분기 매출액 3조45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1.1% 감소했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의 몸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올해부터 2023년까지 국내에 대산, 여수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등에 생산기지를 추가하는데, 이에 투자하는 비용만 4636억원이 계획돼 있다. 또 롯데케미칼은 ‘PCM 소재 확대’ ‘저탄소 제품 및 해양 폐기물 개발’ ‘신재생에너지 관련 확대’ 등 친환경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올해 신 회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친환경 소재 발굴의 신성장 동력’으로 볼 수 있다. 롯데그룹은 식품·유통 사업에 치중돼 있는 그룹사의 새로운 동력 사업으로 화학사업에 더욱 집중할 전망이다.

롯데건설도 전망이 밝은 사업 중 하나다. 롯데건설은 2020년 분양 목표 세대로 1만9847세대를 잡았는데 실제 1만7019세대를 공급하며 목표치의 85.8%에 달하는 성적은 냈다. 2020년 10대 건설사의 분양목표 달성률이 평균 77.9%인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달성률을 보인 셈이다. 롯데건설은 2021년 주택분양 목표를 2020년보다 13.6% 증가한 2만2539세대로 세웠다.

한편 2020년에는 내부적 오너 이슈도 다시 불거졌다.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일본롯데홀딩스 이사 해임안과 이사의 결격사유들을 주주제안서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으로 부결됐지만 소송제기 등의 가능성이 남아있는 사안이다. 오너 형제간의 갈등에 코로나19 위기에 더해져 대내외적으로 롯데그룹은 골치 아픈 한 해를 보냈다. 정동익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신동주 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갈등이 다시 부각되면서 지난해 4월 롯데지주주가가 크게 급등한바 있었다. 하지만 형제간의 갈등은 장 내 지분취득 경쟁 형태나 위임장 대결 등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다. 롯데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이고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혁신, 친환경 소재 발굴 등 주력

롯데그룹은 2020년 신년사를 통해서 ‘디지털 전환을 통한 비즈니스 혁신’을 강조한바 있다. 이 같은 디지털 혁신 흐름은 코로나19와 맞물려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신년사에서 “디지털 변혁을 주도할 스마트팩토리 시설을 확인했다”며 디지털 혁신의 본격적인 현실화를 알렸다.

실제 신 회장은 2020년 6월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롯데칠성음료 스마트팩토리 생산라인을 둘러본 바 있다.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정보통신가 구축하고 있는 스마트팩토리는 생산부터 유통, 재고관리 등 모든 과정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공장이다. 롯데쇼핑 역시 디지털 혁신에 힘쓴다. 롯데홈쇼핑은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가 패션 소품을 가상으로 착용할 수 있는 ‘리얼 피팅’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충북 진천군에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택배 터미널을 조성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공장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예지정비,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시스템을 도입했다.

신 회장은 신년사에서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 인권운동가 안젤라 데이비스는 이렇게 말했다. 눈 앞에 벽이 있다고 절망할 것이 아니라, 우리 함께 벽을 눕혀 도약의 디딤돌로 삼는 한 해를 만들자”라며 코로나19로 인한 기업 위기 극복에 적극적인 자세를 당부했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1568호 (202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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