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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주 카모아 대표 & 소태환 모노랩스 대표] 수천억게임사(온네트·네시삼십삼분) 키운 80~90년대 오락실 키드, 또 창업 나섰다 

 

“자산관리 하는 삶 의미 없어 재창업… 성장산업·해외시장, 스케일업 자신 있어”

▎ 사진:지미연 객원기자
1990년대 PC의 보급과 인터넷의 등장은 창업의 개념을 송두리째 바꿨다. 과거 창업은 대기업 하청을 따내기 위한 제조업 분야가 대부분이었으나, 1990년대부터 PC·인터넷 관련 기업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PC 소프트웨어를 시작으로 인터넷 서비스·통신기기 관련 창업이 줄이었다.

가장 폭발적으로 성장한 산업은 게임이다. 게임 산업의 패권이 콘솔 게임기에서 PC로 넘어갔고, 통신망 발달로 게임 산업에 일대 변혁이 일며 한국 제작사들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넷마블·넥슨·NC소프트·한게임·웹젠·네오플 등을 시작으로 크래프톤·스마일게이트 등으로 이어지며 한국은 게임 산업의 세계적 강자로 부상했다.

더불어 많은 일자리 창출과 수출을 일구었고, 정보통신(IT) 갑부들이 탄생해 창업 생태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1980~90년대 동네 오락실에서 버튼을 두드리던 어린이들이 성장해 현재 한국 사회를 바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에 1990~2000년대 게임 회사를 만들어 크게 성공하고 다시 창업 전선에 뛰어들어 새 가치를 발굴하고 있는 연쇄 창업자 두 명을 만났다. 홍성주 카모아 대표, 소태환 모노랩스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게임 1세대 창업자의 모바일 서비스 창업 도전


▎홍성주 카모아 대표 / 사진:지미연 객원기자
홍 대표는 대학생 시절이던 1996년 게임회사 온네트를 만든 개발자 출신 창업자다. 온네트는 3D 온라인 골프게임 샷온라인 개발사로 2011년 다음에 매각했다. 매각가는 308억원.

홍 대표는 이후 2014년 다음게임의 대표를 맡았고, 이듬해 회사에서 나와 2016년 카모아를 창업했다. 카모아는 렌터카 가격 및 서비스를 실시간 비교해 예약·리뷰 등을 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다. 전국 단위 네트워크와 데이터를 통해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으며, 고객과 렌터카 시장 간에 정보비대칭 문제를 보완하고 있다.

소태환 대표는 기획·개발 업무를 맡아 2001년 엔텔리전트를 창업했다. 모바일게임 ‘삼국지 무한대전’ ‘삼국지 천하통일’이 흥행하며 회사를 국내 최대 온라인 게임업체 넥슨에 매각했다.

이후 넥슨모바일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역임하고 2009년 회사를 나와 모바일 게임 회사 네시삼십삼분을 창업했다. 블레이드 같은 히트작을 잇달아 냈고, 텐센트 등 중국 기업으로부터 수천억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소 대표는 2018년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든 뒤 현재 건강기능식품 정기배송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했다.

두 대표는 2030 세대에 “디지털 네이티브의 감성·언어를 쓸 수 있으면 혁신적이고 파괴적인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며 입을 모았다.

김유경 기자(이하 사회자): 연쇄 창업을 선택한 이유는.

홍성주 카모아 대표(이하 홍성주 대표): 어릴 때부터 기획하고 만들며 키우는 걸 좋아했다. 처음 두 명이 창업해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고 시장 반응을 테스트하며 현장 중심의 사업을 펼쳤다. 그러면서 비전이 서고 조직이 커졌으며 중간관리자를 두게 될 정도가 됐다. 40대 중반에 카카오를 그만두면서 자산관리나 투자 분야 진출도 생각해봤지만 그런 일을 앞으로 20~30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 다시 창업 전선으로 뛰어들었다. 다만 게임 분야는 1996년 창업해 20년 넘게 몸담았기 때문에 하고 싶지 않았다. 게임은 타이틀 흥행 여부 한 방에 모든 게 결정돼 위험성이 크고, 산업이 격변기에 접어들어 불확실성이 있다. 카카오 재직 중에 마침 모바일 산업이 크고 있는 것을 보며 O2O에 매력을 느꼈다. 개발 전공자라고 꼭 게임을 만들 필요는 없다.

소태환 모노랩스 대표(이하 소태환 대표):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니 창업까지 왔다. 창업했을 때가 외환위기 직후여서 창업하면 망하는 길이란 인식이 있었다. 그래서 부모님을 제외한 모든 주변 사람들이 만류했다. 처음 창업한 회사를 넥슨에 매각했고, 2009년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폰을 발표하면서 두 번째 창업 기회를 맞았다. 스마트폰의 스펙과 화면 크기에 잘 맞는 전용 게임을 만드는 회사를 차렸다. 처음으로 플랫폼이 변하는 경험을 했다.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며 그래픽이 화려해지고 용량이 커짐에 따라 콘텐트의 본질이 바뀌었다. 게임은 오퍼레이션이 무척 고된데 영양제를 챙겨 먹다가 개인 맞춤형 영양제 사업에 뛰어들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게임에서 배운 노하우를 살리고 있다.

사회자: 소비 데이터 확보나 알고리즘은 어떻게 구성하나.

소태환 대표: 어떤 영양제를 먹을 것이냐는 복잡하지만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현재 어떤 불편한 점을 해소하기 위해 영양제를 찾는가와 어떤 약을 함께 먹어선 안 되는지, 최근 수술 경험이 있는지 등 규칙은 정해져 있다. 모든 상황에 맞춰 선택하는 것은 복잡하지만 풀기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사회자: 서비스의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인가.

소태환 대표: 문제의 본질은 빨리 해법을 내놓는 것이다. 사용자에게 ‘술을 많이 마시는가’라고 묻는다면 많이 먹는 기준이 모호하다. 건강 상담을 하는 의사들은 전문가지만 서비스에는 최적화돼 있지 않다. 소비자 관점에서 소통하기 어렵단 뜻이다. 모노랩스는 알고리즘의 우수성보다는 소비자가 자신의 상태를 대답하기 편한 형태로 신속하게 물어보고 대답을 빨리 얻어 솔루션을 제공한다.

사회자: 의료 사업으로 확장할 계획이 있나.

소태환 대표: 없다. 의사는 정말 많은 의료적 노하우를 갖고 있다. 기술이 이런 세세한 노하우까지 대체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지 않는다. 한국은 잘 분리돼 있지 않지만, 건강한 라이프스타일과 치료는 분명히 다르며, 모노랩스는 건강한 생활을 돕는 서비스를 지향한다.

사회자: 렌터카 분야는 O2O 생태계 운영이 용이한 편인가.

홍성주 대표: 처음엔 렌터카 비즈니스가 심하게 낙후돼 있어 사업을 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비교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면 서비스에 경쟁이 생길 거라 봤지만, 시장의 정보는 닫혀있고 변별력이 없으며 횡포를 부리는 업체들도 있었다.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스타트업이 할 수 있는 비즈니스가 아니란 생각을 했다.

“대기업과 경쟁 가능성 낮아, 협력 관계 구축”


▎소태환 모노랩스 대표 / 사진:지미연 객원기자
사회자: 생태계를 어떻게 확장하고 서비스를 차별화했나.

홍성주 대표: 택시·대리운전 등 서비스는 특정 플랫폼이 시장을 선점하면 후발 주자가 따라잡기 어려웠다. 렌터카는 산업 내부에 견제가 강해 대기업들도 도전했다가 실패했다. 특히 네이버·카카오 같은 대형 IT 플랫폼을 견제하는 기류가 있다. 렌터카 사업자들의 독점적 영향력을 지키려고 하기 때문에 카모아는 중간자적 입장에서 시장에 접근했다. 렌터카 시장은 현재 7조원 규모며 매년 17%씩 성장하고 있다. 자동차를 구매하기보다 빌려 쓰는 경우가 많고, 그 주기도 짧아지고 있다. 타깃 시장은 비중이 큰 장기렌트·리스 등으로 잡고 있다.

사회자: 이제 막 자리 잡기 시작했는데, 스케일업 전략은.

소태환 대표: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크게 성장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비자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습관이 생겼다. 코로나19를 경험한 세대는 죽을 때까지 건강관리 트렌드가 자리 잡았다고 본다. 식품은 의료보다 국가 간 장벽이 낮기 때문에 해외 영양제 직구가 활발한 편이다. 이런 수요를 겨냥해 한국은 물론 중국, 동남아시아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중에 해외에 직구, 배송 서비스 런칭할 계획이다. 미국에도 비슷한 서비스가 있지만, 물리적 환경 제약과 배송 시간이 길다. 한국은 48시간 이내에 동남아 모든 지역에 전달할 수 있어 이들 시장을 공략하기 유리하다.

홍성주 대표: 전 세계 호텔 정보를 모두 검색하는 서비스가 있지만, 렌터카는 없다. 카모아는 지역 렌터카 업체들과 연대를 넓히는 한편, 카모아 데이터베이스에 API(응용프로그램 개발용으로 공개하는 인터페이스)를 열어줘 그 회사들이 능동적으로 서비스를 게시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사회자: 우버·카카오T 등과 경쟁이 예상된다.

홍성주 대표: 모빌리티의 다른 영역과 경쟁이 있을 수 있다. 테슬라의 경우 차 안 통신기기를 통해 자동차를 빌려주는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 렌터카는 특별한 테두리 안에서 운영된다. 전동 킥보드 같은 모빌리티 서비스는 안전규정 등 허들이 굉장히 높지만, 렌터카는 운영상 규제가 거의 없다. 또 쏘카 등은 2~3일 장기 운영이 어려운 데 비해 렌터카는 이 영역에 특화됐다. 시장 영역에 차이가 있다. 또 카모아는 처음부터 ERP(전사적자원관리) 개발 등 하부에서 작동하는 시스템 설계부터 했다. SK와 관제 영역의 협업을 준비하는 등 대기업 네트워크도 확장하고 있다.

사회자: 투자자라면 현재 자기 회사에 투자할 수 있겠나.

홍성주 대표: 초기 국내 렌터카 시장을 고려하면 투자를 주저했을 수 있다. 다만 회사를 3년간 운영하며 기회가 큰 시장이란 걸 깨달았다. 글로벌 서비스로 도약할 수 있단 생각도 못 했다. 최초엔 전통 산업이라 해외 진출은 생각지도 못했고, 모빌리티 산업이 이처럼 빠르게 변화할지도 몰랐다. 지금은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소태환 대표: 투자할 것 같다. 한약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건강기능식품은 굉장히 오래된 산업이고 지금도 홍삼·유산균 등은 꾸준히 팔리고 있다. 산업적으로 계속 성장하는 단계며, 기존 플레이어들은 운신의 폭이 좁다. 영양제 백그라운드가 많지는 않지만, 완전 새로운 혁신을 만들고 있다.

“서비스운영·마케팅·통계분석 등에 게임 노하우 총동원”

사회자: 게임 회사에서 경험한 생태계 관리·서비스·운영 등을 적용하고 있나.

홍성주 대표: 게임은 사용자의 피드백이 365일 실시간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서비스 마인드가 중요하다. 전 업종을 통틀어 게임회사 출신들의 서비스 마인드가 가장 높을 것이다. 게임회사에서 배우고 체득한 서비스 마인드로 사업에 임하고 있다. 개발자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뒤로는 플랫폼을 운영하며 비즈니스에 대해 눈을 뜨고 통계도 잘 활용하게 됐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전체적 전략과 운용의 묘가 필요한데 게임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소태환 대표: 게임 회사에서 배운 노하우를 거의 모든 분야에 활용하고 있다. 게임 제작은 개발·시나리오·음악·효과·기획·마케팅 등이 하나가 돼 움직여야 하는데, 각자의 세계와 사고체계가 다르다. 이를 총괄한 경험이 있어 모노랩스에서도 영역별 눈높이를 맞출 수 있다. 콘텐트의 가치를 담아 제공하는 서비스 마인드와 통계 분석 기법, BI(브랜드 정체성), SCM(공급망 관리), 보상설계 등 게임 분야가 극도로 발달한 영역을 모두 모노랩스에도 적용해 풀어가고 있다.

사회자: 이제 한국 게임 산업은 중국으로 많이 밀리는 것 같다.

홍성주 대표: 중국에서 하루가 멀다고 수십, 수백개 게임이 등장하고 있어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중간 크기의 게임사는 거의 다 사라졌다. 안타깝다. 시장이 어려워지고, 여러 플랫폼이 생기는 등 급격한 변화가 벌어진다. 게임 종사자들이 계속 의지를 갖고 도전해야 하며, 니치마켓에서 독창성을 발휘하는 등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소태환 대표: 게임은 노동집약적 산업이라 전환의 시점을 맞았다. 이제 선택에 따라 더 성장할 수도, 아니면 게임 산업을 포기할 수도 있게 된다. 콘텐트 산업이 공통으로 겪는 문제다. 한국 영화가 위기인 시절도 있었는데, 이를 극복하자 세계적으로 한국 콘텐트가 인기를 끌며 선전하고 있다. 이에 비해 위기를 못 넘은 국가들은 드라마·영화 제작을 포기하고 모두 수입하고 만다. 중국처럼 인건비가 저렴한 나라의 효율성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 미국은 헐리우드 스튜디오가 프로젝트를 관리하듯 게임 제작사도 시스템으로 관리한다. 이에 비해 한국은 여전히 동아리·가내수공업 수준이다. 시스템을 선진화해야 한다.

사회자: 후배 창업자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나.

소태환 대표: 1990년대나 2000년대, 2010년대 창업 생태계는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과거부터 해왔던 것을 개념화, 체계화했을 뿐이다. 다만 창업자를 대하는 시선과 편견은 정말 많이 개선됐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과감히 도전해보길 바란다. 현재 2030 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의 감성과 언어를 쓸 수 있어 혁신적이고 파괴적인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 젊은 창업자들이 다시 게임 산업에 진입하면 새로운 원동력이 생길 것이다. 기존 플레이어들로는 한계가 있다.

홍성주 대표: 사실 현재 40대 중반 위로는 젊은 시절 취업 압박을 겪질않았다. 대기업 입사가 쉬워 창업해보고 안 되면 취업하자는 기류도 있었다. 현재는 스타트업 육성 정책도 많고, 생긴 지 오래된 회사보다 신생 회사가 투자 유치 등 측면에서 유리한 점이 많다. 한국은 분명히 창업하기 좋은 나라다. 시대의 흐름을 알고 IT 시각으로 일상적 사업에 뛰어들면 성공 가능성이 있다. 특히 게임·만화·화장품·엔터테인먼트 등 분야는 나이가 차면 감성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젊은 사람이 창업하기 유리하다. 감성을 리드하는 것은 젊은층이다. 감수성을 소비할 수 있는 젊은층엔 무조건 창업의 기회가 있으니 도전하길 바란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1570호 (202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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