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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하락’ 김해련 태경그룹 회장] ‘2020년 매출 1조원 목표’는 공수표였나 

 

드라이아이스 뺀 전 사업에서 부진… 자질론 불거져

석회·합금철 등을 제조하는 기초 소재 기업 태경산업이 부진의 늪에 빠졌다. 이에 따라 지난 2014년 송원그룹(현 태경그룹) 회장으로 취임, 사실상 지주사인 태경산업을 이끄는 김해련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나온다. 일각에선 “패션업계에 종사해온 김해련 회장이 기초 소재 분야 경영 감각을 갖추지 못했다”는 혹평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태경산업은 석회 제조, 탄산가스, 전구, 비철금속사업부, 고속도로 휴게소·주유소, 연료, 기타(화장품 방부제 등) 등 7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사업 전반이 부진하다. 지난 2019년 7개 사업에서 매출이 증가한 사업은 석회 제조가 유일했으며, 2020년 3분기까지 매출이 증가한 사업은 석회 제조, 탄산가스뿐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백신 배송 등으로 드라이아이스 수요가 늘면서 원료인 탄산가스 매출이 증가한 것이다.

패션업 출신, 기초 소재 분야 경영 능력 의구심

이에 따라 김해련 회장의 2020년 매출 1조원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취임 당시 ‘새로운 성공, 도약 1, 3, 5, 7’이라는 비전을 내걸었다. 2020년까지 매출 1조원, 신사업 3000억원, 상장회사 5개, 시장 선도 제품 7개 등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들 모두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태경산업 관계자는 “국내 회사 중에 비전을 말한 대로 실행하는 기업은 사실상 거의 없다”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말하긴 곤란하다”고 밝혔다.

김해련 회장은 송원그룹 창업자인 고(故) 김영환 회장의 무남독녀로, 패션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다. 1999년 국내 최초의 의류 온라인 쇼핑몰인 ‘패션플러스’를 설립하는 등 패션업계에선 입지전적의 인물로 꼽힌다. 2012년 송원그룹 부회장에 오르면서 본격적으로 경영 승계에 나섰고, 2014년 김영환 회장이 별세한 뒤 회장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송원그룹 사명을 태경그룹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기초 소재 분야에 있어 김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김 회장이 신(新)성장 동력으로 꼽은 페트로(석유)코크스 사업이다. 석유코크스는 중질유열분해 공정에서 중유를 고온 열분해해 경유 등을 만들고 남은 부산물인 고체 연료다. 저렴한 가격에도 발열량이 높다는 장점이 있으나, 대기오염 등의 문제로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다.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6개 광역시와 경기도의 13개시의 대기배출시설로 등록된 사업장에선 사용이 금지된 연료이기도 하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탄소중립 등으로 석유화학업계가 설비 고도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코크스를 연료로 활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석유코크스가 비(非)고도화된 일부 정유공장에서 생산되는 연료이기 때문이다. 한 석유화학 전문가는 “석유코크스의 마땅한 수요처가 없어, 석유코크스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 태경산업의 석유코크스 매출은 2018년 422억원에서 2019년 280억원으로 감소했으며, 지난해 3분기에는 5억원으로 급감했다. 태경산업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 7.50%에서 지난해 3분기 0.15%로 대폭 줄었다.

-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1571호 (202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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