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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만 다른 포인트 현금화 정책] 타사는 1포인트=1원인데 ‘1.5포인트=1원’ 적용 논란 

 

“가맹점 부담 덜어” vs “소비자 혜택은 외면”

▎ 사진:현대카드
‘카드 포인트 현금화 서비스’ 시행 이후 현대카드의 포인트 전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대부분의 카드사가 1포인트를 1원으로 계산하는데, 현대카드는 1.5포인트를 1원으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현대카드는 다른 회사와는 포인트를 적립하는 방식이 달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현대카드만 포인트를 축소해 돌려준다고 반발하고 있다.

카드 포인트 현금화 서비스는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여러 카드 포인트를 한꺼번에 조회하고 이를 자신 명의 계좌로 이체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이다. 금융위원회와 여신금융협회, 11개 카드사가 지난 1월 5일부터 시작한 이 서비스는 금융결제원의 계좌정보통합관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어카운트 인포’나 여신금융협회 홈페이지에서 이용할 수 있다.

‘그때 그때 달라요’ M포인트의 가치


이 서비스가 나오기 전까지 현금으로 전환 가능한 포인트 가운데 매년 1000억원 가량이 소멸됐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지난 5년간 소멸된 포인트는 약 5000억원. 2019년 기준 카드사별 소멸 포인트는 현대카드가 25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신한카드(224억원), 하나카드(121억원), 삼성카드(119억원)가 뒤를 이었다. 카드 포인트 현금화 서비스가 시작되자 카드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한 달 동안 포인트를 현금으로 전환한 이용 건수는 1465만 건, 금액은 1700억원으로 집계됐다. 도입 초기엔 이용자가 한꺼번에 몰려 웹사이트가 먹통이 되기도 했다.

논란은 현대카드에서 M포인트를 현금으로 전환하는 부분에서 터져 나왔다. 다수의 카드사가 자사의 1포인트를 1원으로 교환해주는 데 반해 현대카드는 1.5포인트를 1원으로 바꿔준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현대카드 M포인트 1만5000점은 1만원의 가치로 계산된다는 뜻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현대카드는 다른 회사와 포인트 적립 구조가 다르다. 대부분은 카드사와 가맹점이 일정 비율로 부담해 포인트를 적립해주지만, 현대카드 포인트는 회사가 100% 부담하는 체계”라고 설명했다. 지금도 포인트 적립 부담을 현대카드가 지고 있는 상황에서 1포인트를 1원으로 등가 교환해줄 경우 회사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자사 포인트 제도는 현대카드와 연계한 가맹점에서 더 많은 소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정책”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가맹점들이 손해를 보지 않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과거 카드 포인트 사용처가 많지 않았을 땐 이런 혼란이 없었다. 카드사와 가맹점이 적립해준 카드 포인트는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포인트를 현금으로 바꾸는 게 가능해지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소비자가 현금으로 바꾼 포인트를 다른 곳에 쓸 수 있게 되자 카드사들과 가맹점들이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는 동력이 꺾인 것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각각의 카드마다 혜택이 다르고 포인트를 적립하는 방식도 다른데 획일적으로 1포인트를 1코인으로 전환해줘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현대카드의 정책에 대해 소비자의 선호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방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교수(소비자학)는 “현대카드의 고객은 가맹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도 현대카드를 이용하는 주된 고객인데, 어느 한쪽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다른 한쪽으로 혜택을 축소한다는 설명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대카드 설명처럼 1포인트를 1원으로 바꿔줄 경우 어느 정도 회사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겠지만, 이는 기존 고객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만들고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는 마케팅 비용으로도 볼 수 있다”며 “혁신을 이야기 하는 회사가 정작 소비자를 유인하는 관점이나 정책적인 측면에서 과거의 경영 방식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금 전환 과정 복잡해 포기하는 소비자도

현대카드의 카드 포인트 현금 전환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는 또 있다. 복잡함과 불편함이다. 현대카드의 M포인트를 현금으로 바꾸려면 우선 M포인트를 H코인(H-Coin)으로 바꿔야 한다. 그리고 나서야 H코인을 돈으로 바꿀 수 있다. H코인은 일종의 현대카드 전용 가상화폐다. 1.5포인트를 1H코인으로 전환해주는데, 1H코인은 1원의 가치를 지닌다. H코인으로는 현대카드의 이용 대금을 지불하거나 가맹점에서 결제할 때 사용할 수 있다.

현대카드 모바일 앱으로는 H코인을 현금으로 바꾸는 것도 불가능하다. 현대카드 홈페이지에 접속하거나 상담 센터에 요청해야 한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회사원 A씨는 “현금화 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많은 것도 아니고 절차가 복잡해서 (전환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실제 현대카드의 포인트 전환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10일 금융위원회와 여신금융협회가 발표한 카드사별 카드 포인트 현금화 실적을 보면 현대카드는 69억3000만원으로, 11개 카드사 중 8위에 이름을 올렸다. 1위는 신한카드로 현금 전환액이 388억2000만원에 달했다. 2위는 삼성카드(299억6000만원), 3위는 KB국민카드(232억3000만원)순이었다.

지난해 3분기 신용판매액 기준으로 현대카드가 국내 카드사 중 4위였고, 1위와도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카드 포인트의 현금 전환 서비스 실적이 얼마나 낮은 지 알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 등 7개 전업카드사 카드사들의 2020년 3분기 개인·법인 신용판매액 기준 1위는 신한카드(21.25%), 2위 삼성카드(18.30%), 3위 KB국민카드(17.64%)와 4위 현대카드(16.31%)순이었다. 이에 대해 현대카드 관계자는 “현재 모바일 앱으로도 H코인을 현금 전환하는 시스템 개발을 검토 중”이라며 “곧 관련 서비스를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1574호 (2021.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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