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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건 투자 마인드 리셋] 자녀에게 증여를 빨리 해야 하는 이유 

 

100세 인구가 일반화될 세상과 투자 수익이 만들어낼 우리 아이의 미래

▎ 사진:© gettyimagesbank
최근 자녀에게 증권계좌를 만들어 주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공모주 청약제도가 바뀌면서 가족 명의로 청약하는 게 유리해진 것도 이유겠지만 필자는 투자에 대한 부모들의 근본적인 마인드가 바뀐 것으로 본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교육이 신분상승의 사다리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것은 서양과 동양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교육이라는 변수가 갖는 힘이 과거 보다 현저히 준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똥구멍 가난하게 찢어진 집안 출신에 대학을 나오지 않더라도, 사법고시만 패스하면 운명을 바꿀 수 있었던 시대가 있었다. 사법고시에 올인한 만큼 보상도 컸다. 어느 누군가에게는 목숨을 걸만한 일이었을 것이다. 실제 그런 과정을 거쳐 대통령이 되신 분도 계시다.

자녀에게 자산 소유의 의미를 알게 해야

지금은 사정이 확연히 다르다. 법학대학원을 나와서 변호사가 되더라도 예전과 같은 신분상승은 어림없다. 개업을 하더라도 엄청난 경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게다가 매년 변호사들의 숫자는 계속 늘고 있다. 경쟁은 초과 수익을 제거한다. 변호사 자격증의 수익성이 과거보다 떨어진 것이다. 반면 의대가 인기가 있는 것은 신분상승까지는 아니더라도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오랜 시간 공부를 해야 하지만 자격증을 갖추면 그 이후의 삶은 다른 직업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일뿐만 아니라 전문직으로 서의 존중도 받을 수 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이런 이유 때문에 의대를 가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명감을 가진 분들도 많다. 그렇다 하더라도 과거처럼 의사 면허가 한 개인의 운명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는 힘은 크게 줄어들었다. 우스개처럼 떠돌던 의사 사위를 맞으려면 아파트와 고급 상용차 열쇠가 있어야 한다는 말은 정말 옛 추억이 된 듯하다.

이런 현상이 보여주는 함축 중 하나는 단 한 번의 성공이 삶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투자 논리로 말하면, 변호사 자격증, 의사 자격증, 공인회계사 자격증 등의 수익성이 현저히 떨어진 것이다. 그럼 무엇의 가치가 올라갔을까? 불편한 현실이지만 자산 가치가 더 높은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아마 요즘은 강남 아파트와 고급승용차를 주고 의사 사위를 맞느니 아예 자신의 딸에게 주고 말겠다는 이들이 더 많을 것이다. 지금 시대의 삶은 자산 소유 여부가 한 사람의 식견이나 전문성 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시대다. 참고로 필자는 이런 현실을 매우 불편해 하는 사람이다.

배달이나 요리 플랫폼을 장악한 회사의 초기 투자자들과 주주들, 종업원들은 돈을 벌 가능성이 높지만 그 플랫폼 생태계의 하단에 위치한 사람들은 빠듯한 삶을 살아야 한다. 하나의 생태계 내에서도 삶의 간극이 멀어진 시대이다. 제조업도 비슷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본사 직원과 하청 직원은 하나의 시스템에 공존해도 그들의 경제적 격차는 넓고 크다. 당연한 얘기지만 정규직과 본사 직원이 자산을 더 많이 소유할 가능성이 높다. 자산과 소득 모두에서 격차가 더 벌어지는 이유이다.

이런 시대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예측하는 것은 필자의 능력 밖이다. 그나마 생각할 수 있는 건 짧은 시간 안에 이런 현상이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이런 시대에 자녀에게 금융과 투자 그리고 자산을 소유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를 가르치는 것은 인생에서 꼭 필요한 일이다. 저축의 미덕을 가르치는 시대에서 투자를 직접 경험케 하는 시대로 바뀐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자녀들에게 투자의 중요성을 깨우치게 하는 방법 중 하나가 증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세법에서는 미성년자인 경우, 10년 단위로 2000만원을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다. 만일 태어나자마자 증여하면, 성인이 되기까지 4000만원을 증여할 수 있을 것이다. 심심풀이로 지금 태어난 아이에게 2000만원을 증여하고, 그 아이가 100세까지 산다고 할 때의 복리 수익률을 계산해 봤다. 실제 신생아들 상당수는 아마 100세 이상을 살 게 될 것이고, 지금과 달리 100세인 사람들이 일반화될 것이다.

2000만원을 연 5%의 복리로 100세까지 운용하면 어떻게 될까. 25억원이 조금 넘는다. 1% 더 수익률을 높여 6%로 가정하면, 64억원이 약간 넘는다. 7%면 얼마일까. 무려 162억원이나 된다. 여기에 추가로 11세가 되던 해에 또 다시 2000만원을 증여하면 어떻게 될까. 100세까지 운용할 경우, 연복리 수익률이 5%, 6%, 7%이라면, 각각 15억3000만원, 35억7000만원, 82억4000만원 가량이다. 출생과 동시에 2000만원을 증여하고, 11세에 다시 2000만원을 증여한다면 자녀가 100세 되는 시점에 자녀의 재산은 얼마가 될까. 연복리수익률 7%를 기준으로 무려 244억원이나 된다.

일찍 증여하면 100년 투자 가능해

물론 혹자는 그렇게 증여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이냐며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그리고 90년, 100년 동안 연 7%의 복리 수익률을 올리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그래도 필자는 장기 복리수익률에 희망을 걸고 싶다. 세상이 망하지 않는 한, 기업이 혁신의 주체인 자본주의 사회가 존재하는 한, 인간들의 욕망이 계속 존재하는 한 길게 보면 사회는 발전할 것이고, 좋은 기업들이 세상을 혁신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런 믿음을 가진 사람에게 연 5-7%의 복리 수익률은 허황된 목표가 아니다. 내심 그 이상의 수익률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자본시장이 발달한 미국의 S&P 500 지수의 장기수익률은 연 10%가 넘는다. 그래서 필자는 아이에게 10년 전에 2000만원을 증여했고, 10년이 지난 올해에 다시 2000만원을 증여할 생각이다. 아이에게 증여한 4000만원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알 수 없다. 필자가 죽은 후 그 돈을 흥청망청 쓸 지도 모를 일이고, 결혼을 해서 자신의 집을 사는 데 보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얘기해 주고 싶은 것은 다음과 같다.

“이 돈은 절대 다른 데 쓰지 마라. 다른 것을 아끼더라도 오래 오래 투자를 해라. 좋은 주식을 고를 능력이 없으면, 미국의 S&P 지수나 나스닥 100 같은 인덱스에 장기투자해라. 아니면 좋은 펀드를 찾아서 자산배분하고, 성인이 되어 돈을 벌게 되면 주가가 크게 하락할 때마다 추가 불입해라. 네가 여기서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종목이 아니다. 너는 과거의 그 어느 세대 보다 오래 살 것이고, 그 기간만큼 충분히 복리 효과를 누릴 기회를 얻었다는 점이다. 그 기회를 놓치지 마라.”

자녀들의 숫자는 줄었지만 인당 비용은 크게 늘어났다. 교육비, 결혼비용은 중산층에게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한 것 같다. 그래도 필자는 2000만원으로 꿈을 꾸는 삶을 살고 싶다. 미래를 단순히 돈으로만 그릴 수 없지만 돈도 미래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기 때문이다. 2000만원이 운용돼 100년 동안 만들어 낼 우리 아이의 미래를 꿈꾸고 싶다.

※ 필자는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전무로,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가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돈 버는 사람 분명 따로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1576호 (2021.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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