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박철완 지분 엇비슷… 외국인 투자자·소액주주 표심이 관건
▎금호석화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의 선택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 사진:국민연금공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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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유화학(금호석화)의 경영권 향배가 결정될 주주 총회일(3월 26일)이 가까워지고 있다.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과 조카인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의 싸움도 이날 판가름 난다. 누가 승자가 될 것인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자문사 ISS·GL도 의견 엇갈려이번 금호석화 주주총회에서 다루게 될 안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이사·감사 선임으로 해석된다. 어느 쪽에서 추천한 이사와 감사가 뽑히느냐에 따라 회사 경영에 영향을 미칠 힘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박 회장 측은 백종훈 전무의 사내이사 신규선임안을 상정했다. 사외이사 후보로 이정미 법무법인 로고스 상임고문 변호사,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최도성 가천대 석좌교수, 황이석 서울대 경영대 교수를 추천했다. 이 중 최도성, 황이석 후보는 감사위원회 위원 후보를 겸한다.박철완 상무는 사내이사에 박 상무 자신을 상정했다. 사외이사에 민준기(Min John K) 덴톤스리 외국 변호사, 조용범 페이스북 동남아시아 총괄대표, 최정현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이병남 전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서울사무소 대표를 추천했다. 이병남, 민준기 후보는 감사위원회 후보이기도 하다.전문가들은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올해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금호석화 지분구조를 분석하면 크게 박 회장 측이 약 14.84%(박찬구 6.69%, 박준경 7.17%, 박주형 0.98%), 박 상무는 10%다. 박 상무의 백기사로 평가되는 건설사 IS동서의 오너 일가가 금호석화 지분을 3~4% 보유한 것으로 추정됐지만, 대부분 매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상황에서 금호석화 자사주(18.35%)를 제외한 국민연금(8.16%)과 기타 소액주주(약 45%)의 선택이 표 대결 결과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올해부터 도입되는 ‘3%룰’을 적용하면 대주주와 특수 관계인들의 의결권이 줄어드는 만큼 소액주주들의 입김이 더 세질 수밖에 없다. 3% 룰은 2020년 말 국회를 통과한 ‘기업 규제 3법’ 중 하나다. 감사위원인 사외이사를 분리 선출하는 경우 대주주의 의결권을 각각 3%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박 회장이 들고 있는 지분 6.69%, 그의 아들인 박준경 전무의 지분 7.17%의 의결권은 각각 3%씩만 인정된다. 그 결과 박 회장 측 지분은 7% 남짓으로 계산된다. 박철완 상무 역시 지분이 3% 수준으로 낮아지고 드러나지 않은 우호지분을 합쳐도 6%대를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이 때문에 증권업계에서는 박 상무 측에서 ‘주당 1만1000원(보통주 기준)의 파격 배당’ 안건을 제시한 것이 사실상 소액주주를 끌어안기 위한 전략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금호석화의 현금배당액은 주당 1500원 수준이었다. 박 회장 측도 주당 4200원(보통주 기준) 규모로 배당을 늘리겠다고 맞불을 놨다.글로벌 자문사들의 평가도 엇갈려 외국인 주주들이 어느 쪽을 선택할지 전망을 어렵게 하고 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박찬구 회장 측이 제안한 안건 전부에 찬성 입장을 표명했다. ISS는 3월 12일 보고서를 통해 “금호석화가 제안한 정관 변경 및 이사회 후보 안건이 장기적으로도 회사의 지배구조를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박 회장 측이 내세운 후보를 찬성했다.하지만 지난 닷새 뒤인 3월 17일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글래드루이스는 배당 확대, 이사 선임안 등 박 상무의 주주 제안에 찬성표를 행사할 것을 권고했다. 글래드루이스는 ISS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자문사다. 글래드루이스는 보고서를 통해 “박철완 상무가 사내이사로 역할을 수행하는데 전략적, 재무적 역량은 물론 거버넌스 차원에서의 개혁까지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주주가치 제고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 상무의 배당 주주제안도 코스피 평균 40%, 업계 평균 50% 수준으로 적정하다고 평가했다. 글래드루이스는 사내이사 후보 박철완 상무와, 사외이사 후보 민준기 변호사에 후한 점수를 줬다.증권업계 관계자는 “ISS와 글래드루이스의 선택이 한 쪽으로 쏠렸다면 주총 결과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겠지만, 의견이 엇갈린 만큼 외국인 투자자들의 표심도 나뉠 수 있다”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주주 입장에선 긍정적인 내부 경쟁” 평가금호석화의 경영권 분쟁은 2019년 한진칼의 모습과 유사하다는 평가다. 오너 일가의 경영권 다툼에서 촉발된 싸움이라는 뜻이다. 당시 한진칼은 경영권을 두고 조원태 회장과 3자 연합이 대립한 바 있다. 조 회장의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비롯해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등이 손잡은 3자 연합은 한진칼의 사내·외 이사의 전면 교체를 제안했다. 경영 쇄신을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사실상 ‘집안싸움’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도전자의 마케팅 방식도 유사하다. 한진칼 경영권 다툼 당시 KCGI는 ‘밸류한진’이라는 홈페이지를 개설해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알렸다. ‘한진그룹 신뢰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포함해 감사 1명과 사외이사 2명을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하는 등 여론전을 펼쳤다.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가 별도의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제안’을 발표한 것과 거의 같은 사례였다.경영권 다툼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2019년 1차 지분 싸움에서 조 회장 측을 넘어서지 못한 3자 연합은 이듬해 지분율을 45.23%(2020년 11월 기준)까지 끌어올려 조 회장 측의 지분율(41.04%)을 넘어섰다. 3자연합의 승리로 끝나는 듯 보였지만, 산업은행이란 변수가 등장해 판을 뒤집었다. 당시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하면서 지분 10.66%를 얻었다. 그리고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금호석화도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의 선택을 끝까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다만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주주로서는 나쁠 게 없다는 견해도 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신사업 관련 M&A, 높은 배당에 대한 의지, 이를 통한 주주가치 극대화는 회사 측과 박철완 상무 측 모두가 공통으로 제시하는 요인”이라며 “주주입장에서는 긍정적인 변화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