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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직원에게 매년 ‘1000만원어치 주식’ 쏜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18일 전 직원에게 3년간 3000만원 주식 지급 결정
네이버 노조 "직원들 목소리에 사측 반응해 다행"
스타트업들은 "보상 경쟁 더 치열해질 것" 우려도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 / 사진:연합뉴스
“나도 ‘해진이 형이 쏜다’ 같은 것으로 사랑받는 것을 한번 해보고 싶긴 하지만….”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던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현 최고투자책임자)는 지난 3월 12일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뜻밖의 속마음을 내비쳤다. 이 창업자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쏟아질 때였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매출액 5조3041억원)을 올리고도 성과급을 동결한 것이 화근이었다. 네이버 노조는 경영진에게 “인센티브 지급 근거를 공개하라”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메일에서 이 창업자는 성과급 등 보상 확대엔 선을 그었다. 이 창업자는 “지금 업계의 보상 경쟁은 회사의 사업 변화나 방향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서로 급하게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 후유증이 염려된다”고 말했다.

당시 ‘판교 밸리’ 이웃인 엔씨소프트는 네이버와 사뭇 다른 행보를 보였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지난해 12월 전 직원에게 CEO 특별 격려금 200만원을 지급하며 직원들로부터 ‘택진이 형’이란 애칭을 얻었다. 이렇게 ‘형’ 대접을 받는 김 대표를 이 창업자도 내심 부러워했다.

그랬던 네이버가 지난 18일 전 직원에게 올해부터 3년간 매년 1000만원 상당의 네이버 주식을 지급하기로 했다. 기존에 지급하던 스톡옵션과 달리, 의무 보유 기간 없이 바로 매도해 현금화할 수 있다는 게 다른 점이다. 사실상 ‘현금 보너스’와 다름없다. 이 창업자가 ‘해진이 형’ 꿈을 말한 지 한 달여 만에 소망을 이룬 셈이다. 네이버는 이번 결정을 두고 “개인의 목표와 보상이 회사 기업가치와 더 강하게 연계될 것”이라고 밝혔다.

IT스타트업들은 “네이버 너마저…”

노조는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이수운 노조 홍보국장은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는 상황에서 인재 확보에 고민이 컸을 것”이라며 “올해 초부터 지속해서 낸 목소리에 사측이 화답했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본사와 계열사에 차등을 둔 점은 한계로 꼽았다. 이 국장은 “본사와 달리 계열사 직원들은 인센티브 형식으로 매년 200만~300만원을 받기로 했다”며 “이분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수요 대비 공급이 적으면 몸값이 높아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데이터 중개업체를 경영하는 B 씨는 "(개발자의 몸값이 높아지는 것은) 맞는 말"이라면서도 "업계가 보상 경쟁을 벌이는 통에 직원들이 이직에 골몰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직원들이 맡은 프로젝트보다 업계의 구직동향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이다. 업무시간에 주식이나 암호화폐 가격 등락에 정신이 가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B 씨는 "이해진 창업자가 지난 3월 말했던 ‘보상 경쟁의 후유증’은 이를 두고 한 말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서도 이번 결정을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곱지 않다. 해외 진출 등으로 영업이익 증가세가 정체된 상황에서 보상 강화는 악재라는 것이다. 이민아,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21일 보고서에서 "직원 수 6500명을 고려하면 연간 650억원의 인건비의 추가 발생이 가능하다"며 "인건비 증가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전년 동기 대비 감익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이런 회의론에 이 창업자는 하반기 더 나은 결과로 반박할 수 있는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1583호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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