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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환 DS네트웍스 회장 단독 인터뷰 

리얼 디벨로퍼, ‘금융’ 날개 달고 비상 

영세업자에서 대규모 디벨로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시행사가 난립한 가운데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부동산 개발 시장에서 독보적인 성장세로 주목받는 이가 있다. 정재환 DS네트웍스 회장이다.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정 회장은 올 들어 증권사를 인수하며 또 한 번 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정재환 DS네트웍스 회장은 중국 ‘완다’, 미국 ‘트럼프’처럼 한국 최초의 종합부동산개발사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대규모 택지 개발이라 하면 으레 ‘○○건설’ 같은 대형 시공사, 즉 건설사가 떠오르게 마련이다. 더욱이 아파트 공화국이라 불리며 주택개발 사업이 주류를 이루는 국내 부동산시장의 특성상, 메이저 건설사나 이들이 내세우는 아파트 브랜드는 부동산 개발 사업과 동음이의어로 읽힐 때가 많다.

IMF 외환위기를 지나 2000년대 들자 국내 부동산 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다. 건축물 시공과 별개로 개발 사업에만 집중하는 시행사가 시장의 주요한 축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다. 주택 수요자에겐 건설사나 아파트 브랜드가 중요하지만, 사실 대규모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사업 주체는 부지 매입부터 기획, 인·허가, 설계, 시공, 분양에 이르는 과정을 총괄하는 시행사다. 시행사를 다른 말로 디벨로퍼(Developer)라 부르는 이유다.

국내 부동산 시행사 수는 올 11월 현재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업체만 6100개사가 넘는다. 시행사들이 모인 법정단체인 한국부동산개발협회에 가입한 회원사만 해도 740개사에 달한다.

정재환 회장이 이끄는 DS네트웍스의 성장세는 최근 시행업계 돌풍의 핵이다. 지난 2013년 매출액 864억원, 순이익 179억원이었던 DS네트웍스의 실적은 2018년 기준 매출액 1조2567억원, 영업이익 1409억원, 순이익 977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1000억원이 소규모 사업으로 분류되는 부동산 시행 시장에서 매출 1000억원에 못 미치던 소형사가 불과 5년 만에 내로라하는 대형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셈이다.

그간 언론 등 외부에 전혀 모습을 비추지 않던 정 회장은 포브스코리아와의 첫 단독 인터뷰에서 “글로벌 수준의 ‘리얼 디벨로퍼’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제조업 CEO 마음 빼앗은 건설업 매력


부동산 시행업를 두고 업계에선 흔히 ‘교도소 담벼락을 걷는 업종’이라 말한다. 대규모 개발 사업일수록 인·허가를 둘러싼 정관계 로비가 횡행하고 뇌물이나 횡령 같은 비위가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더욱이 주택사업이 주류를 이루는 국내 시장 특성상 분양만 잘되면 ‘로또’, 못되면 ‘쪽박’을 찬다는 업계 통념은 시행사업을 대표적인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업종으로 분류하는 이유다.

‘모 아니면 도’가 다반사인 시행업계에서 DS네트웍스는 꾸준한 성장을 넘어 단숨에 메이저 시행사로 점프하는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DS네트웍스는 지난해 매출액과 순이익을 5년 전인 2013년 대비 각각 1355%, 446%나 끌어올렸다. 매출 규모도 1조원을 돌파해 명실상부한 메이저 시행사로 자리 잡았다.

DS네트웍스의 모체는 1981년 설립된 대승실업이다. 정 회장의 부친인 고(故) 정승일 회장은 대승실업을 세우고 시계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1980년대만 해도 고급 손목시계 브랜드로 사랑받던 ‘투가리스’가 대승실업의 주력 제품이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정 회장은 선친의 뜻에 따라 1988년 1월 대승통상에 입사했다. 정 회장은 “아버님의 갑작스런 별세가 아니었다면 지금도 시계를 만들고 있었을지 모른다”며 웃었다.

“입사 이듬해인 1989년 12월 갑자기 고혈압으로 쓰러지셨어요. 당시 부대사업으로 역삼동에 주유소를 짓고 있었는데, 그걸 계기로 건설업에 눈을 떴죠. 시계는 요즘 말로 레드오션이 된 지 오래였고, 제조업 자체가 제 기질과 잘 맞지 않았어요. 스케일이 큰 건설업이 매력적이었죠.”

정 회장은 1991년 들어 시계 제조업에서 과감히 손을 뗐다. 역삼동 주유소 개발을 계기로 50여 개 주유소를 더 지으며 완전한 업종 변경에 나섰다. 1992년 들면서는 본격적으로 시행사업에 뛰어들었다. 해운대 신시가지에 조성된 상가 개발 사업에 약 1000억원을 들여 대승프라자·대승코아·대승프라임 등 세 동을 지었다. 정 회장은 “제조업이라면 1000억원이 큰 투자였겠지만, 부동산 개발에선 명함도 내밀기 힘든 적은 금액이었다”며 “조 단위 투자가 빈번할 만큼 막대한 시장 규모를 자랑하는 부동산 개발에 마음을 빼앗겼다”고 회상했다.

빠른 결정, 과감한 투자로 승부

IMF 외환위기로 잠시 숨을 고르자 2001년 무렵 기회가 찾아왔다. 부동산 경기가 기지개를 펴면서 대구 침산동 대한방직 부지 개발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형 사업에 뛰어들었다. 4만여㎡ 부지에 지상 40층짜리 아파트 9개동(대우 드림월드)과 오피스텔 1동 등 총 1289세대를 분양하는 랜드마크 사업이었다. 이후 정 회장은 인천 당하지구 대우 드림월드 719세대, 대구 사월동 시지 푸르지오 362세대, 김해 장유2차 대우 드림월드 304세대, 김해 율하지구 푸르지오 3·4단지 각 632·348세대, 군포 당정동 신일IT유토 지식산업센터 등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차근차근 트랙레코드를 쌓아갔다. 2006년 들어선 상호도 대승실업에서 현재의 DS네트웍스로 바꿔 달았다.

DS네트웍스가 업계의 강자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2011년 들어서다. 2008년 금융위기로 잠시 꺾였던 부동산 시장에 다시 온기가 돌기 시작한 무렵이다. 정 회장은 진주혁신도시, 세종시, 송도국제도시, 마곡지구, 위례신도시, 은평뉴타운, 용인 기흥역세권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형 개발사업에 과감히 뛰었들었고, 잇단 분양 성공으로 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올해만 해도 인천 서구 루원시티 SK리더스뷰 주상복합 사업에서 1조5000억원 수준의 분양수익을 얻었고, 영종하늘도시 1000세대 공동주택 사업에서도 완판이 기대된다.

정 회장은 “내년에도 평촌, 고양 덕은, 인천 루원시티, 가산동 지식산업센터, 대구 감산동·두류동, 영종도 등에서 분양이 완료될 것”이라며 “지난해 처음 1조 매출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1조6000억원, 내년에는 사상 첫 2조원 매출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부동산 시행사의 수익은 분양수익, 즉 얼마나 분양이 잘 이루어졌느냐에 좌우된다. 실제로 DS네트웍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분양수익이 1조2500억원으로 전체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업계에선 DS네트웍스의 분양률 100% 행진 비결을 CEO의 뛰어난 선구안과 과감한 베팅이라 입을 모은다. 정 회장은 “실무 개발 팀장들의 노력으로 요지를 매입할 수 있었다”며 공을 돌렸지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결정하는 건 결국 CEO의 몫이다.

“DS네트웍스의 강점은 좋은 땅을 찾는 협업 과정에 있습니다. 시행사와 시공을 맡은 메이저 건설사, 자금 조달을 맡은 금융사가 태핑(수요조사) 과정부터 사업성을 크로스체킹하는 것이죠. 삼자 모두 오케이 사인을 내렸다면 사업성을 객관적으로 검증받았다는 뜻이에요. 수익창출 가능성이 높을 때 망설이면 이미 늦습니다. 내 눈에 좋은 땅은 남의 눈에도 좋게 마련이니까요. 타사 대비 빠르고 과감한 투자가 경쟁력이라면 경쟁력입니다.”

지난해 공급된 루원시티 주상복합용지 싹쓸이는 이러한 DS네트웍스의 투자 성향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정 회장은 2018년 5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내놓은 루원시티 주상복합 5·6블록을 낙찰받았다. 10곳이 넘는 시행사가 참여한 입찰에서 경쟁사를 따돌린 비결은 최고가 베팅이다. LH가 제시한 총공급가에 50%를 더 얹어 3140억원을 써낸 끝에 받은 낙찰이었다. 공급가보다 1000억원을 더 쓴 베팅에 애초부터 경쟁사들은 상대가 되지 못했다. DS네트웍스는 이곳에서만 약 1800세대 개발과 분양에 나설 계획이다.

“양질의 땅이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죠. 이달(11월)에도 금천구 가산동 양지사 부지를 1700억원에 전액 회사 자금으로 매입했습니다. 최종 투자 결정은 결국 CEO의 몫이죠.”

증권사 인수로 ‘리얼 디벨로퍼’ 한 발

정 회장은 올 들어 금융업에 본격 진출하며 또 한 번 업계를 긴장시켰다. 올 초 옛 토러스투자증권을 인수해 DS투자증권 설립에 나서면서다. 요즘 부동산 개발은 건설업보다 금융업이라는 구분이 어울릴 정도로 원할한 자금 조달이 사업 성패를 가르는 핵심이다. 정 회장은 “그동안 그룹이 디벨로퍼로서 시행에 주력해왔다면 앞으로는 금융과 시공을 아우르는 종합 디벨로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이를 위해 이미 2017년 말 DS네트웍스 자산운용을 설립했고, 올 4월 DS투자증권을 인수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한국에는 아직 중국 완다그룹, 미국 트럼프(The Trump Organization) 같은 리얼 디벨로퍼가 없어요. 이들은 모두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금융 조달에 나섭니다. 반면 우리는 사업 인허가가 떨어진 땅을 사들여 개발하는 수준이죠. 아무리 큰 시행사라도 메이저 건설사의 책임준공이 없으면 PF가 불가능해요. 부동산 개발과 금융의 두 축을 중심으로 한국 최초의 리얼 디벨로퍼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리얼 디벨로퍼, 정 회장 표현으로 ‘종합부동산개발주식회사’로 성장하기 위해선 적극적인 인수·합병(M&A)도 필수다. 정 회장은 토러스투자증권 인수를 시작으로 향후 메이저 건설사, 우량 증권사 등으로 보폭을 넓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DS네트웍스는 당장 올 11월 말 470억원 증자를 단행해 DS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을 1000억원대로 늘렸다. 정 회장은 “증권은 아직 초기단계”라며 “그룹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동산금융과 구조화금융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가까운 시일 내에 자기자본 1조원 규모의 투자은행(IB)으로 키우고, 이후 적극적인 M&A로 자본규모 3조원대 우량 증권사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정 회장은 올해 말 선친의 유산인 강남역 앞 사옥(대승빌딩)을 허물고 그 자리에 15층 규모의 신축 빌딩을 세울 예정이다. 새 건물이 완공되면 1~5층에 삼성전자가 입주해 강남역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남역 사옥을 담보로 레버리지를 일으켜 DS네트웍스를 키웠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와 회사에 의미 깊은 자산이죠. 완전히 새롭게 변신할 사옥처럼 한국 최초의 종합부동산개발사를 세우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사진 이원근 객원기자

201912호 (2019.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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