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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E NEW WORK | 국내 사례1] 전진수 SK텔레콤 5GX서비스사업본부장 

디지털로 무장해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서다 

SK텔레콤은 산업 특성상 사업 영역은 전형적으로 내수시장 중심이었다. 하지만 최근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를 맞아 혼합현실(Mixed Reality) 기술을 필두로 글로벌 콘텐트 사업에 나섰다.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전진수 5GX서비스 사업본부장은 한양대 컴퓨터공학 학사·석사. 삼성전자 모바일디비전 책임연구원, SK텔레콤 CI T 기술센터 미디어랩장, 5GX서비스 사업본부장(현).
“마치 차가운 물에 있다가 서서히 가열하면 뜨거워지는 지도 모른 채 점점 죽어가는 개구리가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있었습니다.”

현재 SK텔레콤에서 5G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전진수 5GX서비스사업본부장이 전한 2010년대 초부터의 조직 분위기는 이랬다. 이동통신 사업 특성상 내수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해왔지만, 한계를 체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무언가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전 본부장은 “증강/가상현실(AR/VR), 게임 등 콘텐트 사업을 신규 비즈니스로 설정하고 투자를 시작했다”며 “하지만 아직 이쪽 사업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성공적 비즈니스 모델이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한다. 그래도 이 기술이 미래 우리 일상에서 매일 사용할 서비스라는 점에는 확신이 있었다. 다만 그 시기가 언제 도래할지 모르기 때문에 도전하기에 쉽지 않았을 뿐이었다.

“신사업은 어느 정도의 의지와 신념을 갖고 가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고 봅니다. 아무리 시스템과 기술이 좋아도 결국은 추진하는 사람들이 의지를 갖고 끝까지 만들어가느냐가 전부라고 생각해요.”

도전적인 사업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다. 신사업이 일정 규모에 다다르기까지는 내수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목표로 설정했다. 그래서 SK텔레콤은 최근 아시아 최초로 홀로렌즈를 적용한 혼합현실(Mixed Reality) 제작소 ‘점프스튜디오’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혼합현실 콘텐트를 양산하고 실감미디어 제작 부문에서 아시아 허브로 자리 잡겠다는 전략이다.

“아직도 주변에서는 걱정이 있습니다. SK텔레콤의 해외시장 개척에 대해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갈 수 있겠냐는 말씀을 하시죠. 그러나 디지털 세상의 도래에 따라 우리 콘텐트를 즐길 수 있는 세계 누구나에게 다가가겠다는 마음으로 개발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신사업과 관련해 기존 방식과의 충돌도 있었다. 기존 사업에 익숙한 내부 조직원들에게 이해를 얻기 힘들었고 불신도 많았다고 전 본부장은 말한다. 전 본부장은 ‘안개 속을 처음 가는 사람은 그 안의 가시밭길이 두렵기도 하지만 실제 가보니 아무것도 없었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일단 해보고 험난한 길인지 아닌지를 용기 내어 가보자”며 내부 조직원들을 설득해왔다.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장벽들은 어떻게 해결할지 같이 고민하자”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졌다.

“과거 여러 시행착오를 거쳤을 때와 아닐 때의 결과물은 확연이 다르다는 것을 저는 체험적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실패를 경험했던 사람은 그 분야에서 근육을 단련했기 때문에 장애물이 있더라도 넘어서고 목표에 다다를 수 있죠. 그래서 저는 항상 실패를 두려워 말라고 독려하고 실패가 있다면 숨기지 말고 공유할 것을 권장합니다.”

대기업의 경직된 조직문화에서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전 본부장은 포스트모르템*을 도입하고 활성화했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비난하고 질책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추후 재발을 막고 개선, 보완해가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제3자는 간접 실패경험을 가짐으로써 비슷한 상황에서 극복할 수 있는 역량을 높일 수 있다. 이로써 조직 차원에서 전반적으로 탄탄한 기반을 마련해 새로운 일에 지속적으로 도전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끼리 신뢰가 형성되는 효과도 얻는다. 전 본부장은 “실패를 장려하고 소통을 많이 하는 조직문화로 가기 위해서는 리더와 구성원 간의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며 “신뢰, 믿음, 용기 등 이런 요소를 형성하며 조직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에 대한 심리적 장벽도 넘어야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잘 쓰지 않았던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전 본부장은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의 도입에 구성원들의 심리적 장벽은 있기 마련”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사용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심리적 장벽을 넘어 디지털 기술이 일반화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또 “그래서 적극적으로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이려는 의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그 결과로는 수동적, 반복적으로 하는 일을 자동화할 수 있고 그 시간에 좀 더 창의적인 일과 자신의 삶을 찾는 게 조직문화에서의 변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같이 기술의 일반화가 반복되면서 기술 수용도는 점점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새로운 방식을 조직에 도입하는 과정에서 기술의 효용을 실제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뭐가 좋은지 모를 수 있다. 그래서 전 본부장은 기술의 효과를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기존 방식과 비교하는 설득의 과정이 있었다고 말한다.

“과거 실패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확신이 있었고 이를 강조했어요.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내부 설득 과정에서 뜻을 같이하는 임원들이 ‘실패해도 괜찮으니 한 번 해보라’며 용기를 북돋아줬어요. 그것이 큰 힘이 됐고 조직문화가 리스크테이킹이 가능한 수준에 올랐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는 분명 긍정적 변화입니다.”

※포스트모르템 (Postmortem) - 라틴어로 ‘죽음 후’ 라는 뜻으로 시체를 부검하듯 사고 후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자세히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보편화된 실리콘밸리에서 ‘실패를 딛고 성공에 이르는 길’이라는 의미로 통하는 용어.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사진 신인섭 기자

202012호 (202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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