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BRAVE NEW WORK | 국내 사례2] 김홍진 동화기업 대표 

시행착오 끝에 디지털 전환의 길을 찾다 

1948년 설립된 동화기업은 보드 및 건장재, 화학사업을 아우르는 글로벌 건축자재 제조사다. 동화기업은 2010년대 초부터 일찍이 승명호 회장이 지속성장을 위한 생존 과제로 디지털 혁신 기술을 준비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리고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동화기업의 디지털 전환은 최근 코로나19로 위축된 경영환경에서 더욱 빛을 발하며 매출, 비용절감, 근무방식에서 하나둘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김홍진 대표는 서울대 법학과 졸업, 한화그룹 상하이 법인장, 동화기업 보드영업본부장, 현 동화기업 대표, 현 대성목재 대표.
동화기업은 2016년부터 디지털 전환을 위한 준비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공장 설비부터 제품, 서비스, 업무 환경에 이르기까지 동화기업의 모든 경영환경에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꼼꼼하게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후 IT 부서와 생산, 영업 등 과제별 유관 부서 책임자의 주도로 ‘디지털 혁신 마스터플랜’을 설계했다.

그 배경에는 승명호 동화기업 회장의 과감한 결단이 있었다. 그는 2010년대 초부터 4차 산업혁명,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IT산업에서나 다룰 법한 주요 이슈와 기술들을 제조기업에서도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학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임직원들에게 이런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고 그의 위기의식은 최근 악화된 경영환경에서 기업을 지켜줄 갑옷이 됐다.

동화기업은 2011년부터 원가절감 활동을 통해 2015년까지는 큰 성과를 거둬왔다. 김홍진 동화기업 대표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원자재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제조 원가를 15% 정도 감축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한계점에 봉착했다.

“기존의 원가절감 활동은 직원들의 개인적 노하우의 숙련도를 높이고, 여러 아이디어를 생산현장에 접목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하지만 개인별로 업무 역량이나 기술적 노하우에 편차가 있었기 때문에 그 이상의 성과를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개인별 역량을 표준화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생산체계의 확립을 구상하게 됐습니다.”

동화기업 경영진은 기존의 생산과 업무 방식을 바꾸려는 의지는 강했지만 초기엔 실제 적용이 쉽지 않았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내부에서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확하게 방향을 못 잡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래서 김 대표는 매년 해외의 여러 공장을 방문하고 그곳 대표에게 자문하는 등 발로 뛰면서 정보를 수집했다.

“당시 유럽 공장 중심으로 견학을 해봐도 전면적으로 스마트 팩토리를 추진하는 사례가 없어 벤치마킹할 선례를 찾지 못했어요. 국내 다른 업계, 다른 업체에서는 아직 디지털 전환에 관심조차 두지 않았죠. 그래서 부분적이나마 운영 경험이 있는 회사의 사례나 적용 기술을 그대로 접목해보자는 식으로 접근했습니다.”

하지만 초기의 부분적 적용은 기대했던 바와는 차이가 있었다. 시행착오와 실망이 이어졌지만 동화기업은 중단하지 았다. 그리고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배경으로 자체적으로 다시 한번 스마트 팩토리 전환에 도전했다. 김 대표는 “선례가 없다 보니 방향을 못 잡고 어떤 것이 효과적일지 몰라 초기엔 혼선이 있었다”며 “특히 실제로 공정을 운영하는 직원들의 의견이 반영됐다면 스마트 팩토리 추진 과정이 좀 더 효율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시행착오를 겪은 동화기업은 더욱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디지털 전환에 나섰다. 동화기업은 크게 공장 운영 최적화를 위한 ‘스마트 팩토리’, SCM(공급망 관리) 등 일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추진하는 ‘스마트 비즈니스(Smart business)’, 임직원의 업무 환경 혁신을 위한 ‘스마트 워크플레이스(Smart workplace)’ 등 세 분야로 나눠 디지털 전환 전략을 수립했다.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들여다보면, 동화기업은 초기 ‘S&OP 시스템(Sales & Operation Planning, 수요와 공급의 균형관리로 수익성을 높이는 프로세스)’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지난 몇 년간의 판매, 생산, 재고관리의 추세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적절하게 품목별 생산계획을 정비했고 판매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분석하고 재고관리를 최적화해나갔다.

“지난 2017년부터 적용한 S&OP시스템은 현재 완전히 정착됐고 이를 기반으로 2017년부터 전면적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을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2018년에 한 개 공장에 시범적으로 적용했고, 올해는 아산 공장, 내년에는 해외 공장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사무직의 스마트 비즈니스 역시 비슷한 시기에 추진됐다. 이는 고객들의 판매 성향을 분석해 그 결과로 수요를 예측하고 제품별 수익성을 극대화하도록 전략 수립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동화기업은 주요 제품인 PB(파티클보드)와 MDF(중밀도 섬유판) 120개 품목의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영업에서는 판매계획을 정밀화했다.

구체적 성과는 이렇다. 베스트 프랙티스를 표준화해 공유하고 학습한 결과, 모든 직원의 역량이 상향 평준화했다. 특히 1차적으로 스마트 팩토리를 적용한 공장은 전체 제조원가의 7~8% 수준으로 원가절감을 달성했다.

“현재 스마트 팩토리를 적용 공장과 그렇지 않은 공장을 비교해가며 성과를 측정하고 있는데, 똑같은 제품·공정이지만 스마트 팩토리 적용 공장에서 프로젝트 하나만으로 30억원가량 원가절감을 성취했습니다. 만일 비적용 공장에도 스마트화를 적용했다면 원가절감 폭은 두 배를 기대할 수 있겠죠. 현재 여러 공장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므로 2022년경에는 추가로 원가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경쟁사들이 침체를 겪은 반면, 동화기업은 스마트 비즈니스를 통해 생산, 수요 예측을 기반으로 전년 매출 규모를 유지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기존에는 수익성 분석 없이 영업 직원들이 물량을 소화하는 데 바빴지만, 현재는 고객사를 지역별, 구매 품목별, 수익성별로 분석하고 분류한 결과를 영업전략에 투영해 판매를 최적화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화가 일자리 빼앗는다’는 두려움도


새로운 디지털 기반의 업무 방식을 도입하자 초기에는 일부에서 저항도 있었다. 20~30년 경력의 현장직 숙련공들 사이에서는 ‘우리 조직이 그동안의 원가절감으로 수익성도 좋고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는데 왜 표준화, 디지털화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도 상당히 있었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그들에게는 디지털화가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다. 동화기업 경영진은 직원들에게 내부적으로 디지털 전환의 방향과 목적을 제대로 전하기 위해 깊고도 빈번하게 커뮤니케이션에 나섰다.

“우선 우리가 지향하는 바가 결코 인력을 축소하려는 게 아니라는 취지를 설명했어요. 개인별 노하우 표준화를 통해 자동화하고 직원들은 좀 더 고도화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디지털 전환의 목적이라는 점을 설명했죠. 더불어 디지털 전환으로 달라지는 점과 회사 경쟁력에 어떤 도움이 될지를 아주 여러 차례 설명한 결과, 지금은 전 사원의 이해도가 매우 높습니다.”

동화기업은 과거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며 겪은 시행착오를 기반으로 최근에는 공장별로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하기 전에 기존 현장직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한다.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현장직과 충분히 커뮤니케이션을 한 결과, 오히려 더욱 효과적인 방법뿐 아니라 조직원의 기대를 높이는 성과가 있었다.

김 대표는 재학습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시스템이 설치되면 직원들이 일하는 방식에 변화가 있으므로 운영·작동을 어떻게 하고 데이터는 어떻게 보는지, 분석 결과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등을 정기적으로 교육했다. 구체적으로 학습 이해도에 따라 레벨을 나누고 이해가 좀 느린 직원에게는 추가로 밀도 있는 교육을 지원했다. 김 대표는 “직원 수가 아무리 많더라도 지금은 재학습을 통해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균등한 레벨에 올라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동화기업이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점은 현장직이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가장 간명한 활용법 설계다. 즉, 현장직 특성상 즉각적인 반응, 분석이 가능해야 활용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스템 작동 방법을 최대한 단순화한 것이 디지털 전환의 성공 비결 중 하나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동화기업이 그동안 추진해온 일하는 방식의 전환도 효과가 컸다는 게 김 대표의 평가다. 위기 상황에서 겪을 수 있는 생산성 차질을 미연에 방지했다는 것이다. 동화기업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부터 원격지 동시 커뮤니케이션과 자료 공유, 실시간 수정보완 등 다양한 운영체계를 도입해 활용해왔다. 김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상당수 인력이 재택근무를 했지만 업무 차질이나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디지털 전환을 주저하고 있는 제조기업들에 김 대표가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했다. 디지털 전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임직원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이 우리 회사의 생존과 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변수라는 점에 모두 뜻을 같이해야 합니다. 이런 꾸준한 커뮤니케이션 노력이 쌓인다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도 실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사진 신인섭 기자

202012호 (2020.11.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