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Home>포브스>Management

나호열 카카오페이 CTO 

새로운 금융생활 꿈꾸는 카카오페이 

페이먼트 사업부를 처음 꾸렸을 때 3명, 카카오에서 독립 당시 60명이었다가 현재 카카오페이는 860여 명으로 조직된 테크핀 회사로 성장했다. 간편결제에서 송금, 투자, 보험, 선불카드, 청구서 등 금융에서 은행을 뺀 거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 제도와 엇박자로 가고 있던 서비스를 기술로 풀어낸 덕이다.

▎나호열 카카오페이 CTO는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차린 네오위즈, 첫눈 등을 거친 20여 년 경력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2015년 카카오 핀테크팀 기술 리더로 합류한 이후 줄곧 카카오페이팀과 함께하고 있다. 이커머스 파트너십 구축, 증권리테일 사업 확장, 디지털 손해보험사 출범까지 수많은 기술적 과제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카카오페이
지난 8월 카카오뱅크는 시가총액 40조원을 돌파하며 화려하게 증시에 데뷔했다. 20조원대 KB금융, 신한금융지주는 물론 30조원대 코스피 ‘거물’ 셀트리온마저 제쳤다. 하반기 상장을 앞둔 카카오페이에 거는 기대도 크다. 금융에서 카카오뱅크가 맡은 은행‘업’을 뺀 나머지 거의 모든 금융 사업을 도맡기 때문이다. 규제 면에서도 카카오페이에 더 유리하다. 어쨌든 카카오뱅크는 예금, 적금, 대출, 신용평가 등 여수신(與受信) 기능을 핵심으로 삼기에 은행업 규제를 피하기는 어렵다. 반면 카카오페이는 모바일 기술을 금융에 접목하는 플랫폼 사업을 아우르기에 진정한 테크핀(IT회사가 주도하는 금융서비스) 회사란 평가도 따른다.

“카카오페이는 ‘새로운 연결’을 맡은 곳입니다. 단순히 ‘더 편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증권업, 보험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금융의 본질은 ‘흐름’입니다. 우리 생활에 흐르는 자금을 좇아 데이터를 분석하고,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 삶을 더 이롭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을 연결하겠다는 지극히 카카오다운(?) 발상에서 시작해 고민한 결과죠. 더 나아가 초개인화 금융서비스도 ‘테크핀’이 주도할 겁니다.”

지난 8월 10일 경기도 판교 카카오페이 본사에서 만난 나호열(49)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카카오페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카카오페이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조달한 자금은 이커머스 파트너십 구축, 금융 사업 확장 투자, 오프라인 결제 인프라 확충, 소액 여신 사업 추진 등을 위해 쓰일 예정”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프라임 브로커리지 등 IB 사업 진출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초대형 투자은행(IB)은 현재 금융당국이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증권사에 허용하는 사업이다. 결국 은행업을 제외한 거의 모든 금융업을 하겠다는 뜻이다.

초개인화 금융서비스의 시작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역할은 여기서 확실히 갈린다. 카카오뱅크가 금융상품을 만드는 콘텐트 회사라면 카카오페이는 이를 유통하는 플랫폼 회사가 되겠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카카오페이는 몇 번의 터치만으로 결제·송금이 가능한 접근성과 편리성을 무기로 ‘무한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광폭 행보 뒤에는 ‘믿는 구석’이 있다. 인공지능(AI), 생체인식부터 클라우드 기술까지 아우르는 나 CTO가 그중 하나다. 그는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차린 네오위즈, 첫눈 등을 거친 20여 년 경력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2015년 카카오 핀테크팀 기술 리더로 합류한 이후 줄곧 카카오페이팀과 함께하고 있다. 이커머스 파트너십 구축, 증권 리테일 사업 확장, 디지털 손해보험사 출범까지 수많은 기술적 도전을 앞둔 그의 얘기를 더 들어봤다.

2015년 카카오에 합류했다.

내가 지원했다. 당시 카카오는 금융과 O2O(온오프라인 연계), 크게 두 가지 사업에 골몰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준비한 금융 사업은 지금의 카카오페이가 됐고, O2O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됐다. 사실 두 사업 모두를 제안받았으나 전통 금융업에 변화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커 핀테크팀을 선택했다. 카카오에서 완전히 분사한 2017년에도 이미 이용자만 2000만 명을 훌쩍 넘길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스타트업과 크게 다를 바 없었던 우리였지만,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갈망하는 수요에 힘입어 함께 커졌다.

2018년에 이미 거래액이 20조원을 넘어섰다.

그랬다. 생각지도 못한 결과였다. 2018년 KPI가 연간 거래액 20조 돌파였고 달성이 매우 아슬아슬했었다. 2018년 마지막 주까지도 달성 여부를 알 수 없어서 마지막 3일 동안 서비스를 기획하고 런칭하기도 했었다. 그 때문이었는지 12월 31일 마지막 날 저녁이 되어서야 20조를 넘었고, 모두들 축하하고 격려하면서 마지막 밤을 보냈던 기억이 있다. 가슴 벅찬 순간이었다.

지난해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개정도 큰 의미가 있었겠다.

정말 매해 변화의 연속이었다. 데이터 3법 개정은 마이데이터 사업(본인신용정보관리업)의 근간이다. 앞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고객 정보를 수집할 때 타 기관 정보를 ‘긁어오는’ 스크래핑 방식을 사용할 수 없고, 오픈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방식으로 고객의 모든 금융정보와 비금융정보를 받을 수 있다. 데이터를 통합했다는 사실보다 데이터분석을 고도화해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할 길이 열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 자산관리 서비스 분야에서 사실상 테크핀 간 무한 경쟁이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기술적 차별화가 필요하겠다.

고민이 많다. 기본적인 기능은 그대로 제공하면서 사용성(편의성)만 더 키우면 신뢰도(안정성)가 떨어질 수 있다. 특히나 금융 분야에서는 신뢰도가 생명이다. 그렇다고 신뢰도만 중요하게 생각하면 사용성이 떨어져 이용자가 불편해할 수 있다.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다행히 카카오가 그간 사용자와의 접점에서 거의 최전선에 있었고, 모든 제품을 만들 때 고객 관점을 바탕으로 기술적 고민을 해온 노하우가 있어 큰 힘이 됐다.

증권, 보험까지 넘나들 기세다. 그만큼 과제도 많을 텐데.

실제 그렇다. 앞서 말한 대로 금융 서비스의 신뢰도를 높이고,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게 기술적 목표다. 최근 비대면 금융 서비스가 일상화되면서 생체인증, 신분증의 문자를 인식하는 광학문자인식(OCR), 초개인화 추천, 이상거래 탐지 기술 등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데 노력한 이유다. 특히 인공지능(AI)이 이 모든 기술을 관통한다. 마치 전 세계 컴퓨터를 엮었던 인터넷의 출현에 버금가는 기술적 혁신같이 느껴진다. 실제 3600만 명이 넘는 가입자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행동 패턴과 자금 흐름을 실시간으로 읽어내려면 AI의 힘이 필요하다.

카카오페이가 자신하는 기술이 있나.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안면인식 기술에서는 카카오페이가 선도적인 위치에 있다. 안면인식 기술은 실제 기기를 쓰는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다음 단계로는 스마트폰 외의 인증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아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얼굴로 인증해 결제하거나 무인 매장처럼 고객의 움직임을 인식해 결제까지 끝내는 기술이다. 이런 기술도 1~2년 안에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다음은 이상거래 탐지 시스템(FDS)이다. 기존 금융권 시스템은 규칙 기반이라 한계가 있었다. 이상거래가 발생하는 패턴을 분석해 규칙에서 벗어난 거래를 탐지하는 식이어서 새로운 방식의 부정거래에는 대응하기 어렵다. AI 딥러닝의 힘을 빌려 금융거래 행동 패턴과 자금 흐름을 읽어내 포괄적으로 정보를 분석하고, 부정거래를 찾으며 리스크까지 진단하는 통합리스크관리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금융 분야이기에 좀 더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있나.

CTO로서 가장 진땀 나는 건 장애다. 사실 서비스 장애는 흔한 일이지만 금융 분야에서는 한 번 장애가 나거나 사고가 터지면 시장 신뢰도를 잃게 된다. 금융 감독기관도 최고 수준의 신뢰성을 요구한다. 장애 발생을 막으려고 2019년 구성한 SRE(서비스 신뢰성 엔지니어링) 팀은 특정 장애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원인을 분석하고, 재발하지 않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관련 기술의 연구개발(R&D)에도 계속해서 투자하고 있다.

개인정보는 늘 첨예한 이슈다.

테크핀 회사 입장에서 개인정보 유출은 치명적이다. 비난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아예 서비스를 접을 수도 있어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카카오페이는 모든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에 개인정보 관련 보호 정책을 염두에 둔다. 법률적 검토는 물론 개발팀에서의 보안 검수까지 꼼꼼히 따져본다. 보안 수준을 까다롭게 요구하는 외부 금융기관과 연동하는 서비스가 많은 덕에 보안 실사도 거의 매월 실시한다.

카카오페이는 AWS 클라우드를 어떻게 적용하고 있나.

규제가 일부 풀리면서 활용 폭이 넓어지는 추세다. 2019년 이전에는 법적으로 비중요 정보시스템만 클라우드로 서비스할 수 있었다. 2016년 사용자 트래픽의 변동성이 큰 프로모션 서비스부터 클라우드로 마이그레이션(이전)했다. 이후 카카오페이의 2차 인증 검증용 시스템과 내부 법무 시스템도 클라우드에 올렸다. 앞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화되고 주식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도입, 디지털손해보험사 설립이 진행되면 클라우드 활용이 훨씬 늘어날 것 같다.

AWS 클라우드와 온프레미스(자체 데이터센터)를 모두 활용한다고 들었다.

기존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플랫폼을 연동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와 퍼블릭 클라우드 둘 다 활용한다. 카카오페이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무척 많고, 서비스마다 특징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도입을 고려할 때 고객의 이익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부터 따져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를 ‘실용성’을 따진다고 표현한다.

퍼블릭 클라우드로 완전히 전환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최근에야 화두가 된 기업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 카카오페이는 태생이 IT·모바일 회사라서 클라우드 활용을 좀 더 다각도로 따져볼 수 있다. 안정성을 갖추고 예측 가능한 성장 모델을 갖춘 서비스는 온프레미스에 두고, 새로 개발하거나 시장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서비스는 클라우드를 얹는 식이다. 유연성과 스피드 면에서 AWS 클라우드가 압도적인 것은 맞다. 최근 만났던 몇몇 스타트업이 AWS 클라우드를 활용해 단기간에 훌륭한 성과를 내는 걸 보고 놀라기도 했다. 우리도 퍼블릭 클라우드 활용을 점차 늘려갈 방법을 찾고 있다.

금융 진출 앞당긴 클라우드

마이데이터와 증권 거래 시스템은 어떤가.

두 사업에도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채택할 예정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스피드가 생명이다. 고객의 반응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밀접하게 소통하면서 서비스를 변경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종 소비자용 소프트웨어를 만들 때 가설을 세우고 학습하며, 학습한 내용을 어떻게 실행하면 최적인지를 따지는 사이클을 반복한다. 더군다나 금융을 비롯해 개인정보를 다루는 분야는 무턱대고 가설 검증을 할 수도 없어 클라우드는 최적의 테스트 환경으로 제공한다. 시장에 특정 이슈나 사건이 있을 때마다 트래픽이 폭증하는 증권 거래 시스템도 클라우드 활용이 필수다.

조직관리에 특별한 방법이 있나.

2018년까지만 해도 일대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힘들다. 조직이 커지니 소통 채널이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고심 끝에 올해 오피스 아워 제도를 도입했다. 한 달에 한 번, 반나절 동안 일정을 비워두고, 어떤 크루(카카오 직원)와도 자유로운 주제로 얘기를 나누는 자리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더니 이제는 주저 없이 고민을 털어놓는 크루가 많아졌다. 커리어, 꿈, 일, 인간관계까지 주제도 다양해졌다. 애초에 답을 주고자 마련한 자리가 아니었기에 자유롭게 대화를 나눈다. 어떤 크루는 CTO가 되는 법을 묻기도 했다.(웃음)

CTO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CTO가 되는 건 쉬운 일이다. 스타트업 초기에는 직접 서비스를 개발해야 하니 개발을 잘하면 CTO가 된다. 하지만 조직이 커지고 서비스가 늘면 기술과 비즈니스를 조화시키는 방법이 더 중요해진다. 이 밸런스를 유지하는 동시에 사내 엔지니어와의 소통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카카오페이뿐 아니라 성장 중인 플랫폼 회사에서 모든 개발자가 겪는 일이다. 타이틀을 목표로 둘 게 아니라 현재 처한 상황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그에 필요한 역량을 갖춰가야 한다는 말을 한참 돌려 말했다.(웃음)

그래도 어려운 자리다.

예전 어느 콘퍼런스에서 글로벌 IT 회사의 CTO가 한 말이 떠오른다. ‘CTO는 마치 빠르게 달리는 열차의 바퀴를 바꾸는 것 같다.’ 회사가 빨리 크면 기술과 운영 측면에서 난도가 올라가고 100%에 가까운 안정성을 갖추라는 압박도 받는다. 하지만 이걸 갖추자고 비즈니스 속도를 늦출 수는 없다. 지금도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말이 내 머릿속을 맴돈다.

앞으로 목표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글로벌 IT 회사를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링팀을 구성하고 기술적 혁신을 꾀하면서 오픈소스화한다. 이 오픈소스를 활용한 기업 생태계가 또 다른 혁신을 만든다. 우리도 최고 수준의 팀을 꾸려 글로벌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패러다임을 바꿀만한 화두를 던지고 싶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images/sph164x220.jpg
202109호 (2021.08.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