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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인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16) 

디테일이 디자인 완성도를 결정한다 

디자인에 정답은 없다. 세계적인 테크 기업들의 디자인 원칙도 저마다 다르다. 다만 일관된 기준을 적용해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애플 OiS‘ …’ 기호의 가로 방향
세계 최고 선수들이 경쟁하는 올림픽을 보면 결국 승패는 아주 작은 차이로 결정난다. 양궁 경기를 예로 들어보자. 출전하는 선수 대부분이 10점 만점과 9점 위주로 과녁을 맞힌다. 낮은 점수대라야 대개 8점이다. 애초에 고수들이 모여 경쟁하는 곳인 만큼 4점, 5점을 맞히는 선수들은 보기 어렵다.

실제 사용자가 이용하는 프로덕트도 마찬가지다. 결국 경쟁에서 살아남아 사람들이 실생활에 사용하게 되는 프로덕트에서 기능의 하자를 찾아보는 것은 쉽지 않다. 기본이 잘 갖춰진 프로덕트 간의 경쟁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는 것은 결국 디테일 싸움일 수밖에 없다.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건 디테일


▎도쿄 올림픽 양궁 경기에 나선 안산 선수. 세계 최고수들의 경쟁인 만큼 올림픽에서 4~5점을 맞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용자 경험은 단편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프로덕트의 구조와 기능이 연속성과 반복성을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애플리케이션 안의 메뉴 같은 기본 내비게이션 구조는 여러 가지 기능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막힘없는 연결과 흐름을 사용자에게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 좋은 쪽이든 안 좋은 쪽이든 작은 차이가 쌓이게 되는 구조다.

내비게이션의 경험 디자인이 불필요한 과정 혹은 구조를 지니고 있거나, 알맞지 않은 서체 혹은 컬러를 사용했을 때, 사용자는 이를 사용할 때마다 단점으로 상기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결국엔 사용자 입장에서 동일 퀄리티의 더 좋은 디자인을 지닌 프로덕트가 나타났을 때, 기존에 사용하던 프로덕트를 떠나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프로덕트를 사용할 때마다 사용자가 감탄할 수 있는 경험 디자인을 선사했을 때, 사용자는 비슷한 경쟁 프로덕트가 등장해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구글 머테리얼 디자인의 프라이머리 버튼 순서
사실 프로덕트의 완성도는 거의 모든 영역에 적용된다. 디지털 프로덕트의 경우 로고의 적용, 컬러의 일관성, 서체의 종류와 사이즈, 버튼의 위치 등 많은 부분에 신경 써야 한다. 그리고 어떤 때는 정답이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예를 들어 프라이머리 버튼(중요 기능을 수행하는 버튼)과 세컨더리 버튼(중요 기능을 서포트하는 버튼)이 한 페이지 안에 있을 때 이를 어떤 순서로 배치하느냐와 같은 질문이 있을 수 있다. 개인 SNS에 무언가를 포스팅하기 위해 작성 후 최종 확인 버튼을 누른다고 가정해보자. 이럴 때 업로드를 진행하게 하는 ‘확인’ 버튼이 왼쪽에 오게 할 것인가? 아니면 이를 취소하는 ‘취소’ 버튼이 왼쪽에 오게 할 것인가? 이 질문의 정답은 ‘알 수 없음’이다.

우리가 흔히 업계 기준으로 삼는 구글이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의 디자인 가이드라인도 이에 대해 자사 버튼은 무엇이 왼쪽에 위치하는지를 밝히고 있지만, 이들 사이에서도 일관된 답은 없다. 무엇이 옳은지 확실하게 대답할 근거가 되는 사용자 리서치도 존재하지 않는다. 상황과 메시지에 따라 버튼의 위치와 모양이 달라야 한다.

디자인의 완성은 결국 일관성


▎마이크로소프트의 Fluent 디자인 시스템
또 다른 예시로는 ‘…’ 기호(생략 부호)의 축을 들 수 있다. … 기호는 정해진 공간에서 여러 아이템을 그 안에 담거나 중요 아이템을 부각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다른 아이템을 기호 안에 숨길 때 사용하는 일종의 주머니 같은 역할을 한다. 인터페이스가 차지할 수 있는 공간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더 자주 볼 수 있다. 이 기호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디자인에서는 세로축으로 서 있고, 아이폰의 iOS에서는 가로축으로 누워 있다. 이 또한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아무도 명확한 답을 내놓을 수 없다. 그렇다고 … 기호를 일관성 없이 가로와 세로로 섞어서 쓰는 순간 효과적인 정리를 위해 사용해야 할 인터페이스가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는 주체가 되어버린다.

이를 보면 결국 디자인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것은 하나의 브랜드 혹은 프로덕트 안에서 어떤 기준을 세우고 이를 일관성 있게 적용 및 유지할 것이냐에 달려 있다. 구글의 머테리얼 디자인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플루언트 디자인처럼 앞서 있는 기업들의 디자인 시스템들조차 정답지라기보다 결국에는 자신과 이를 둘러싼 에코시스템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기준으로 바라보는 것이 옳다. 디자인 컴포넌트의 규격, 위치, 순서, 컬러 등의 적용과 확장이 일관된다면, 그렇지 못한 경쟁 프로덕트에 비해 사용자들의 만족도는 크게 높아질 것이다.

“물컵을 1분 동안 들고 있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1시간 동안 들고 있으면 팔이 저리고 아플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사용자 경험도 마찬가지다. 룰과 그것의 일관성 있는 적용이 결여된 프로덕트는 사용자 입장에서 물컵을 며칠 동안 들고 있는 불편한 경험과 다를 바 없다.


※ 이상인 MS 디렉터는… 이상인 마이크로소프트(MS)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현재 미국의 디지털 디자인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국인 디자이너로 꼽힌다. 딜로이트컨설팅 뉴욕스튜디오에서 디자인 디렉터로 일한 그는 현재 MS 클라우드+인공지능 부서에서 디자인 컨버전스 그룹을 이끌고 있다. MS 클라우드+인공지능 부서에 속해 있는 55개 서비스 프로덕트에 들어가는 모든 디자인 시스템을 만들고 관리하는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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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호 (2021.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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