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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정 KB국민카드 플랫폼사업그룹장 

클라우드로 날개 단 KB페이 

편한 게 좋다. 사람들이 ‘OO’ 페이로 대변되는 간편결제를 끼고 사는 이유다. 기존 금융권은 페이먼트 주도권을 뺏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고민이 많다. KB국민카드가 빅테크 페이를 쫓으려 클라우드를 전격 도입한 이유다. 실제 국내 빅테크, 금융권을 통틀어 최초로 페이먼트를 클라우드 시스템에 구현해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KB국민카드는 종합금융플랫폼을 꿈꾸고 있다.

▎한국 빅테크, 금융권 등을 통틀어 시장에서 페이먼트를 클라우드 시스템에 구축한 건 KB페이가 유일하다. KB국민카드는 마이데이터, KB페이, 안심결제클릭, 코드발급 내재화 서비스를 모두 클라우드에 담았다. 앞으로 고객의 거래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메인 서비스도 모두 클라우드에 태울 예정이다. 사진은 이해정 KB국민카드 플랫폼사업그룹장이다. / 사진:KB국민카드
“우물 안 개구리였습니다. 2019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아마존웹서비스(AWS) 리인벤트’ 행사에서 충격을 받았죠. 고백하자면 당시만 해도 클라우드를 잘 몰랐습니다. 기술 문외한이라고 생각한 탓에 등 떠밀어 행사에 보낸 직원들이 원망스러울 정도였죠. 하지만 NAB(내셔널호주은행), DBS(싱가포르개발은행), 호주 커먼웰스뱅크 관계자를 만나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AWS 측에 요청해 만날 수 있는 관계자는 모두 만나려고 했습니다. 거의 모든 세션을 듣고 싶어 직원들과 조를 나눠 다닐 정도로 열성적이었죠. 하나라도 놓칠세라 사진 찍고 메모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지난 9월 8일 서울 광화문 KB국민카드 본사에서 만난 이해정(56) 플랫폼사업 그룹장(이하 그룹장)이 이렇게 말문을 뗐다. 당시 그가 행사에서 느꼈던 충격과 공포(?)는 2년 후 국내 페이먼트 시장을 ‘OO페이’로 대변되는 간편결제가 주도하면서 현실화됐다. 실제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비대면 거래가 증가했고, 간편결제 이용금액이 하루 평균 55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 9월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간편결제서비스 이용 건수와 금액은 각각 일평균 1821만 건, 559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공인인증서 없이 비밀번호만으로 결제하는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베민페이, 토스페이 등이 포함된다.

간편결제 이용액 하루 평균 5590억


▎이해정 KB국민카드 플랫폼사업그룹장. / 사진:KB국민카드
금융업계에 인터넷뱅크 출현 이후 2차 충격파가 닥칠 판이다. 이제 페이먼트 시장까지 빅테크에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 탓이다. 다시금 2019년 행사장을 떠올린 이 그룹장은 “2019년 말 미국 행사장은 그간 금융사에서 했던 디지털 사업 방향이 사실상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란 걸 깨달은 곳”이라며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일요일임에도 대표 면담을 요청하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만큼 급했다”고 말했다. 이 그룹장은 대표 면담 이후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PPT 자료를 만들어 회사 임직원들과 공유했다.

그렇게 2년이 지난 후 KB국민카드는 클라우드 기업이 됐다. 2020년 5월 KB금융그룹이 국내 금융사 최초로 AWS와 계약을 맺고 ‘금융보안원’의 클라우드 서비스 안정성 평가를 통과하면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1년 넘게 공들여 클라우드에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과 KB페이의 토대를 얹었다. 130여 개 금융기관 정보를 연동한 마이데이터 플랫폼 ‘리브메이트’와 오픈형 지급결제 플랫폼 ‘KB페이’, 비대면 플랫폼 ‘KB국민카드 앱’ 등 서비스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구축했다.

변화는 곧 성과로 이어졌다. 우선 KB금융그룹의 디지털 채널 접근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KB금융의 디지털 채널 고객 수는 2017년 593만 명에서 지난해 1012만 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그룹 활동고객 대비 비중도 28%에서 44% 가까이 늘었다. 올해 상반기 KB국민카드 순이익도 2500억원을 넘어섰다. 내부에서도 KB국민카드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가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전통 금융사도 빅테크 페이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KB국민카드가 달려온 2년의 여정, 디지털과 데이터 부문을 진두지휘하는 이 그룹장의 얘기를 더 들어봤다.

무엇이 그렇게 급했나.

당장 퍼블릭 클라우드로 가야만 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SaaS(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였다. 클라우드 플랫폼 내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검증해보고 피드백을 바로 줄 수 있었다. 리인벤트 행사에서 북미권 금융업계에서 검증된 SaaS 업체가 무척 많은 걸 보고 놀랐다. 당장 탐나는 SaaS 업체 몇 곳이 눈에 띄었지만, 당시 우리 전산시스템으로는 도입 자체가 불가능했다. ‘연결(성)’도 문제였다. 내부에서 플랫폼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외부망에 연결하려면 수일이 걸린다. 문제가 생기면 시간이 더 걸리는 건 다반사다. 하지만 클라우드 기반이라면 새로 구축한 플랫폼을 외부와 연결하는 데 2시간이면 족하다.

리브메이트와 KB페이의 시장 반응이 좋다.

오픈형이라 그렇다. 기존 카드사 앱에서는 자사 카드만 등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네이버나 카카오 페이는 오픈형으로 모든 카드사의 카드를 등록해 쓸 수 있다. 전통 카드사들이 전략상 놓쳤던 부분이다. KB그룹도 하마터면 놓칠 뻔했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전통 금융업이 가야 할 미래상을 수없이 고민하고 있었고, 2017년 6개 대륙의 CEO 설문조사에서 해외 CEO들이 오픈형을 강조한다는 걸 포착했다. 당시 유럽에서는 오픈형 API(앱 인터페이스)가 핫 이슈였고, 은행권 안팎의 API를 통합하면서 AISP(계좌정보사업자, 마이데이터 사업)와 PISP(지급경제사업자)를 포함한 ‘제3자지급결제대행업’ 관련 논의가 한창이었다. 당시 한국은 오픈형 API가 가져올 변화를 두려워했던 것 같다. 일단 KB금융은 폐쇄형 플랫폼은 고객의 선택을 받지 못할 거라 보고 오픈형으로 가닥을 잡았다.

KB페이를 개발하는 게 힘들었다고 들었다.

이유가 있다. 일단 토큰화 서비스 개발이 어렵다. 토큰화란 280만여 개 카드가 단말기에서 읽히면 결제하는 로직을 일컫는 말로, 단말기-밴사-카드시스템승인-결제완료로 이어진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가맹점에서 결제하면 16자리 카드 핀번호가 생성되고 암호화를 거쳐 정산 프로세스를 거치는 식이다. 원타임(일회용) 카드 핀번호를 발행하는 과정이 토큰서비스플랫폼(TSP)이다. 개발 자체가 어렵고 클라우드에 올리는 건 훨씬 힘들다. TSP 담당 직원들도 숱하게 포기 선언을 할 정도였다. TSP 개발 담당 팀장이 필드 테스트 중 점포에서 정상 승인이 났다는 화면을 개발자 단체방에 공유하니 다들 울고 난리였다. 그만큼 힘들었다. 지금은 KB페이 안에서 모든 카드, 은행, 상품권, 지역화폐 등으로 결제할 수 있게 구축했다.

클라우드에 올릴 때 힘든 점은 뭐였나.

몇 가지가 있었다. 먼저 취소 처리다. 정상적으로 승인이 나 결제완료까지 이어지는 과정도 쉽지 않은데, 취소 처리는 이를 반대로 돌리는 과정이다. 카드, 상품권, 지역화폐 등 결제수단마다 방식이 달라 따로 설계해야 했다. 무엇보다 클라우드 자체가 낯설어 힘들었다. 한국 결제업계에서 퍼블릭 클라우드 개발 경험이 있는 개발자도 거의 없었다. 주말 근무가 일상이었던 개발팀 직원의 말이 아직도 생각난다. ‘(클라우드로) 가는 방향이 맞잖아요. 가야 하는 길이라면 해야죠. 그리고 재미있습니다.’ 확실히 젊은 직원들은 클라우드를 기회라고 봤다.

조직도 변했겠다.

조직문화가 애자일(Agile) 체제로 변했다. 애자일 조직은 부서 간 경계를 허물고 필요에 따라 소규모 팀(cell) 단위로 움직이며 업무를 수행한다. 서비스별 애자일 조직은 그 자체로 PO(프로젝트 오너)가 되면서 효율성이 좋아졌다. 서버가 다운될 걱정이 사라지면서 별도 대응팀을 꾸리지 않아도 됐다. 기존 리브메이트 서비스는 동시 접속자가 몰려 다운되지 않도록 접속을 제한하는 유량제어 시스템을 썼다. 접속자를 늘리려고 마케팅을 했는데, 몰린 고객을 줄을 세웠으니…. 클라우드를 도입하고 나서는 평소보다 10배 이상 접속자가 늘어도 시스템이 다운될까 걱정하는 일은 사라졌다. 보안 측면도 한층 강화했다. 클라우드 기반의 MSA(마이크로서비스아키텍처)를 도입해 서비스를 한데 묶어놓는 기존의 모놀리틱 구조보다 안정성, 보안성도 훨씬 우수하다.

보안에는 문제없나.

클라우드가 보안에 취약했다면 벌써 금융 당국이 막았을 거다.(웃음) 사실 다른 인터뷰에서도 기존 레거시 인프라가 더 안전하지 않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 금융분야에서 개인정보는 생명이다. 마이데이터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 고객 데이터는 지금보다 훨씬 많아질 것이다. 퍼블릭 클라우드가 아니라면 수없이 쌓일 이 데이터를 보호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해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보안 문제는 데이터를 퍼블릭 클라우드에 두느냐, 레거시에 두느냐가 아니라 보안 정책을 얼마나 촘촘히 짜느냐에 달려 있다.

고객들 반응도 달라졌겠다.

속도에 민감한 고객들 반응이 특히 좋다. 고객들은 플랫폼 내에서 정보 제공이나 화면 전환이 1~2초 내에 이뤄지지 않으면 바로 이탈한다. 1초도 길다고 생각한다. 더 빨라야 한다. 그만큼 시장은 냉혹하다. 기존의 자체 서버 방식으로는 구현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서비스가 다양해졌다는 의견이 많다. 클라우드 덕분에 다양한 SaaS를 얹어보고 테스트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우리 플랫폼 내에 구동 중인 10만여 개 SaaS가 서로 어떻게 영향을 미치며 작동하는지 하나하나 다시 파악하고 있다.

KB금융그룹 내 KB국민카드의 위상이 높아졌겠다.

KB금융그룹 전체가 퍼블릭 클라우드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카드사가 낫냐 은행이 낫냐는 사용자 측면에서 보면 의미 없는 얘기인지도 모른다. 사용자는 편하게 결제하고 지불하며 내 예금을 쉽게 확인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 우리가 카드의 페이, 은행의 뱅킹, 증권의 트레이딩 기능 등을 모두 담은 종합금융플랫폼을 추구하는 이유다. 결국 마이데이터, 페이먼트, 오픈뱅킹, 개인종합자산관리(PFM) 등이 결합할 수밖에 없다. 특히 KB페이는 마이데이터 기반으로 계좌 발생 권한이 생기는 종합지급결제업으로까지 연결되면 진정한 종합금융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본다.

종합금융플랫폼 꿈꾸는 KB페이

결국 KB페이가 중심인가.

그렇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KB금융그룹은 페이먼트, 뱅킹, 트레이딩 기능이 모두 결합한 KB페이를 종합금융플랫폼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매일 이뤄지는 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얼마나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 이게 우리가 매일 고민하는 바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목표이자 바람이 있다. KB페이가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꼭 설치하는 10개 앱 중 하나가 되면 좋겠다. 아니 적어도 20개 중 하나여도 좋다. 철저하게 고객 입장에서 편리한 앱이어야 한다. 항상 새로운 임무를 맡을 때마다 떠올리는 말이 있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했던 말을 되새긴다. ‘영화를 볼 때 주인공뿐만 아니라 다른 배역도 봐라’, ‘나무를 하나 심을 때이 나무가 이룰 숲과 환경을 생각해봐라.’ 입체적인 사고를 주문한 것이다. 우리가 서비스를 마련할 때 얼마나 고된 일이고, 대단한 일을 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고객 입장에서 이게 왜 필요한지 생각해야 한다. 우리 ‘업’의 입체적 사고는 여기서 출발한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202110호 (2021.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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