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해봐서 아는데”라고 말하는 순간 ‘꼰대’가 된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선조의 지혜’를 중시하던 인류 입장에서 볼 때 경험의 가치를 폄훼하는 것은 특이한 일이다.최근 이런 이야기가 자주 회자되는 데는 이유가 있을 테다. 바로, 기술의 기하급수적 발전과 그에 영향을 받은 사회경제 구조의 빠른 변화가 경험의 유효기간을 단축한 까닭이다.법인 설립을 예로 들어보자. 2000년 12월 29일 ‘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공포되기 전에는, 상법에 따라 주식회사를 설립하려면 3인 이상의 발기인과 5000만원 이상의 자본금이 있어야 했다. 이 때문에 2000년 이전에는 법인 설립 단계에서 실제 경영에 참여하지 않지만 이름을 함께 등록할 사람을 어떻게 구할 것이며, 회사가 성장했을 때를 대비해 어떤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가 유용한 조언이었다. 특별조치법이 시행되면서 법인 설립 조건이 발기인 1명 이상, 자본금 5000만원 이하가 된 후에는 이런 조언이 무의미해졌다. 유효기간이 지난 거다.다른 예로 인재 영입을 생각해보자. 훌륭한 동료는 용병(mercenary)이 아니라 선교사(missionary)라는 관점과 이 두 부류를 구분하는 방법은 2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단기적 보상과 중장기적 보상에 부여하는 의미의 비중이 어떠한가, 경쟁과 고객 중 무엇에 더 신경쓰는가, 권리 의식과 공헌 의식 사이에서 어느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가 등을 판단한다.이런 질문은 앞으로 시간이 더 지나도 비슷할 것임이 틀림없다. 유효기간이 없는 배움인 셈이다.즉, 누군가의 고민을 들었을 때 우선 ‘시간이 흐르면 변하는 것’과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 중에 어떤 쪽인지 구분해보고, 유효기간이 있었다면 배운(learn) 적이 있어도, 잊고(un-learn) 다시 배워야(re-learn)겠다. 그게 ‘꼰대’ 소리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겠다.한편 우리가 ‘백 년을 살아보니 똑같은 행복이 없다’던 노교수의 가르침과 ‘내 것인 줄 알았으나 받은 모든 것이 선물이었다’는 지성인의 회고를 존경하는 이유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잘 판단한 다음, 변하지 않는 영역에서 이야기를 풀어냈기 때문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