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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환이 만난 혁신 기업가(36) | 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 

현대인 라이프스타일의 혁신 

노유선 기자
가사노동이 외주화되고 있다. 의식주컴퍼니의 세탁 혁신은 한국의 바쁜 현대인에게 윤택한 일상을 선사했다. 다음 목표는 미국과 일본 진출이다.

▎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가 7월 19일 서울 강서구에 있는 세탁공장에서 세탁, 건조 후 포장이 끝난 세탁물 앞에 섰다. 조 대표는 “매일 약 3500가구가 세탁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모바일앱으로 ‘세탁물 수거’를 요청한 후 빨랫감을 집 밖에 내놓으면 다음 날 밤 문 앞에 깨끗하게 세탁된 옷이 배송돼 있다. 바로 ‘런드리고(laundrygo)’의 세탁 서비스다. 2018년 설립된 의식주컴퍼니는 이듬해 3월 비대면 모바일 세탁 서비스 런드리고를 내놨다. 1~2인 가구와 MZ세대의 주목을 받으며 이용자가 가파르게 늘었다. 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는 “2019년 이용자 수는 약 3000가구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매일 3500가구가 런드리고 서비스를 이용한다”며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3배가 넘는, 400억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름 그대로 의, 식, 주 모든 영역에서 현대인의 삶을 단순하고 윤택하게 만드는 것이 의식주컴퍼니의 목표다. 세탁 사업뿐 아니라 속옷, 칫솔, 샴푸, 로션 등 일상에서 주기적으로 사용하는 제품들도 판매한다. 회사 영문명은 ‘Life Goes On’. 조 대표는 “삶이 계속되는 한 스타트업으로서 혁신적인 시도를 지속해나가겠다는 의미”라며 “의식주 산업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하나씩 해결해나가겠다”고 밝혔다. 7월 14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의식주컴퍼니 사무실에서 조 대표의 혁신 스토리를 들어봤다.

빨래로부터의 해방


▎조 대표는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현대인의 삶이 윤택해지도록 혁신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런드리고는 어떤 서비스인가. 또 장점은 무엇인가.

모바일 비대면 세탁 서비스다. 밤 10시 전에 세탁물을 집 밖에 있는 ‘런드렛(1m 높이의 세탁물 수거함)’에 넣어두면 수거, 세탁, 다림질까지 마친 뒤 다음 날 밤 12시까지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런드리고의 가장 큰 장점은 빨래와 드라이클리닝을 모두 서비스한다는 것이다. 세탁은 빨래와 드라이클리닝을 모두 포함하는 단어지만 일반적으로 드라이클리닝과 동의어로 쓰였다. 세탁소에는 빨래보다 드라이클리닝을 맡긴다는 게 통상적이었다. 하지만 1~2인 가구와 MZ세대의 등장으로 일상생활에서 정기적으로 해야만 하는 빨래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세탁에서 빨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한 것이다.

퇴사 후 떠난 여행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들었다.

7, 8년 정도 스타트업 업계에 있었는데 많이 힘들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도 있었고 대인관계에서 갈등도 겪었기 때문에 두 번 다시 사업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퇴사 후 미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여행 중 지금의 런드리고 아이디어를 얻게 됐다. 차량털이를 당했던 사건이 계기였다. 차량털이범은 세탁물을 제외한 모든 소지품을 훔쳐갔다. ‘왜 세탁물은 가져가지 않았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세탁물은 집 밖에 내놔도 잃어버리지 않겠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세탁은 기계화, 자동화 가능성이 높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후 일본에 있는 세탁 자동화 회사를 찾았고 국내에 있는 세탁기 제조 공장도 방문했다.

오프라인에 국한된 세탁 산업을 모바일로 끌어와 성공했다. 비결은 무엇인가.

세탁 산업의 핵심은 원가경쟁력에 있다. 역사적으로 봐도 세탁 산업은 돈, 수익을 증명했던 분야다. 물, 세제, 전기 등은 원가가 낮은 편이고 기계는 한 번 사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 이렇듯 세탁에 대한 재료들은 사실상 원가가 낮다. 규모의 경제가 형성될수록 세탁 산업은 돈을 벌 수밖에 없는 구조인 이유다. 원가경쟁력이 높은 세탁 산업을 대량화, 광역화했다. 이것이 사업 성공 비결이다. 고객이 편리하게 주문할 수 있는 모바일앱, IT가 결합된 공장 순환 시스템, 물류 시스템까지 고난도 비즈니스를 시도했다. 이후에도 계속 여러 기술을 접목하며 고도화해온 것이 경쟁우위를 확보한 비결이다.

모바일 세탁 시장의 성장 전망은.

지난 10년 동안 (성장 가능성이) 증명됐다고 생각한다.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를 예로 들 수 있다. 신선식품을 새벽에 배송하는 ‘마켓컬리’가 서비스를 시작한 건 2015년부터다. 당시 모바일로 주문하는 비율이 0.1%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25% 정도까지 증가했다. 불과 6년 만에 거둔 성과다. 모바일 세탁은 이제 태동기다. 앞으로 20~30%까지 성장할 것으로 본다.

다른 업체와 구별되는 런드리고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미국의 ‘워시오(Washio)’라는 세탁업체는 배송 중심으로 운영하며 세탁은 외주업체에 맡겼다. 그런데 앞서 말했다시피 세탁 비즈니스의 핵심은 원가구조에 있다. 이를 간과하고 수수료 기반으로 운영하는 플랫폼 비즈니스에서는 사실상 수익이 나올 수 없다. 워시오는 2016년 폐업했다. 한국에도 워시오를 벤치마킹한 서비스가 많이 등장했지만 대부분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다.

또 다른 특징은 ‘비대면’이란 점이다. 모바일 서비스를 하려면, (고객과) 만나는 건 답이 없다고 생각했다. 모바일 서비스를 하기 위해선 비대면 방식이 필수적이라고 봤다. 어떻게 해야 비대면 방식으로도 세탁물을 배송할 수 있을지 생각하다가 런드렛을 만들게 됐다. (런드렛 외에 특별한 서비스가 있다면?) 이용고객 40%가량이 빨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런드리고를 찾는다. 특별한 서비스가 중요하다고 보지 않는다. 서비스의 본질은 빨래보다 더 가치 있는 활동을 하기 위해 돈을 지불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을 받았나.

코로나19 팬데믹은 비대면 서비스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알리는 데 주효했다. 우리는 코로나가 나타나기 1년 전부터 비‘ 대면’이란 단어를 썼다. 당시 이 단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좋지 않았다. 사내에서도 “개념이 난해하다”, “어감도 별로다. 이 단어를 굳이 사용할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 “직접 만나서 세탁물을 건네는 것이 더 낫지 않냐” 등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모바일 서비스를 하려면 비대면이 필수적이라는 내 생각은 확고했다. 사내 반대를 무릅쓰고 비대면을 밀어붙였다.

이후 코로나가 등장하면서 비대면이란 개념을 설명할 필요가 없어졌다. 어느 순간부터 비대면은 긍정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비대면을 선호하고 찾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늘었다. 코로나 시기에 특별히 마케팅을 하지 않았는데도 서비스 이용자 수가 증가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코로나 엔데믹의 영향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삶이 계속되는 한 혁신은 지속된다”


▎세탁물은 전용 수거함인 ‘런드렛’에 담겨 집 앞으로 배송된다.
최근 프리미엄 세탁 서비스를 도입했다.

일반 서비스에서도 시장가격보다 5배가량 비싼 세제를 사용한다. 세탁세제, 섬유유연제, 드라이클리닝 세제 모두 그렇다. 기존 세탁소 못지않은 퀄리티를 만들어내기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런드리고에 대한 고객들의 기대감은 그보다 훨씬 높은 것 같다. 이에 부응하고자 프리미엄 서비스를 출시했다. 검수만 세 번하는 등 세탁 상태를 더 꼼꼼하게 확인한다. 초기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지난해 말 출시한 자체 브랜드(PB) ‘라이프고즈온’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궁금하다.

라이프고즈온은 5성급 호텔 수준의 고품질 어메니티(객실용품)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는 콘셉트를 반영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샴푸, 린스, 보디워시, 로션, 치약, 칫솔 등 일상에서 주기적으로 사용하는 제품군과 타월, 침구류, 티셔츠, 속옷, 양말 등 런드리고에서 관리 가능한 제품군으로 구성돼 있다. 전체 런드리고 서비스 이용고객의 3%가 라이프고즈온 제품을 쓰고 있고 이 비율은 계속 올라가는 중이다. 재구매율도 높은 편이다. 특히 세탁과 연관된 제품군이 잘 팔린다.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은 수건이고 양말도 판매량이 높은 편이다.

지난해 미국 소재 세탁업체를 인수했다. 해외 진출 계획이 궁금하다.

세탁 스마트팩토리 설계·조달·건설(EPC) 전문기업을 인수했다. 사업 모델을 구상할 때부터 글로벌화를 염두에 두었다. 글로벌로 나간다는 계획은 변함이 없다. 특히 미국은 한국보다 세탁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사업 성공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에 진출하고자 시장분석을 이미 끝낸 상황이다. 구체적인 진출 계획을 준비 중이다. 내년이면 가시적 사례가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단기적 목표는 무엇인가.

입고, 검수, 출고로 이어지는 세탁 시스템의 기계화와 자동화를 완성하는 것이 단기적 목표다. 더 나아가 고객 의류 데이터를 축적해 이를 기반으로 한 ‘패션 제안 비즈니스’도 구상 중이다.

오프라인 세탁 소상공인과의 상생 방안은.

2013년에 이미 세탁소 약 1700개가 없어졌고 지난해에는 1600개가량이 폐업했다. 모바일 세탁이 등장하기 전부터 세탁소는 연도별로 천몇백 개씩 없어졌다. 지난 4월 무인 세탁소 ‘펭귄하우스(현 런드리24)’를 인수한 것은 소상공인들과 상생하기 위해서다. 런드리24는 동전을 넣고 세탁하는 코인 세탁 시스템으로, 24시간 영업이 가능하다. 대개 세탁소를 운영하면 휴가를 내거나 주말에 쉬기가 어렵다. 그런데 무인 세탁소는 영업이 불가능한 야간이나 휴일에도 고객을 받을 수 있다. 또 세탁소 사장들의 평균연령은 65세로, 고령자가 대부분인데, 무인 세탁소는 세탁작업을 직접 수행하기 어려운 고령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런 장점을 가진 무인 세탁 시스템을 소상공인들에게 원가에 제공하고자 한다. 한 점포당 초기 투자비용으로 1억원가량이 든다. 월수익은 300만~500만원 정도다. 무인 시스템이다 보니 투잡도 가능하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페이팔 공동 창업자 피터 틸이 자신의 저서 『제로 투 원』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른 사람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 해결할 엄두도 내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대체 불가능한 사명을 찾는 것이 미래 삶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즉, 자신이 왜 이 일을 하는지, 어떤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지 명확하지 않으면 창업은 매우 힘들다.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10번 정도 해야 한다.

의식주컴퍼니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는 ‘의식주컴퍼니’라는 사명에 담겨 있다. 우리가 아무런 고민 없이, 당연히 정답이라고 생각해온 분야가 많다. 예를 들어 세탁은 주거공간과 매우 밀접하다. 특히 1인가구일수록, 전용면적이 좁은 가구일수록 세탁기, 건조기 등 세탁설비와 옷장이 공간을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이것들이 집 안에서 빠지기만 해도 주거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 세탁의 혁신은 주거공간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이처럼 현대인의 삶이 더욱 윤택해지도록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의식주컴퍼니의 비전이다.

※ 김익환은…노동력 위주의 제조업인 한세실업에 IT를 접목해 성과를 내고 있는 혁신 CEO다. 한세드림, 한세엠케이, FRJ 등 패션 자회사들의 경영에 직접 참여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며 지난해 1조9224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갖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정리=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사진 정준희 기자

202208호 (2022.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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