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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정복 게임체인저] 암 백신이 뜨는 이유 

 

장봄이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글로벌 빅파마가 주목한 시장은 치료용 암 백신이다. 암 백신 시장의 패러다임이 예방용에서 치료용으로 전환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아직 허가받은 치료용 항암 백신이 없기 때문에 ‘블루오션’이기도 하다. mRNA 기술을 활용해 시장 개척에 앞장서고 있는 모더나가 상용화 시점을 2030년으로 제시해 항암 치료에 게임체인저가 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3년간 계속된 코로나19 전쟁이 끝나고 바이오 업계는 다시 항암 치료제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그만큼 암은 인류에 치명적인 질병이다. 전 세계 사망원인 2위이자, 국내 첫 번째 사망원인이 바로 암이다.

최근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으로 미뤄뒀던 ‘암 정복 프로젝트’를 꺼내 들었다. 이른바 캔서문샷(Cancer Moonshot) 프로젝트다. 1969년 미국 아폴로 11호가 인류 최초로 달 착륙(Moonshot)에 성공한 것을 암에 빗대어 명명했다.

지난 4월 미국 보건복지부(HHS)는 캔서문샷 프로젝트의 세부 초안을 공개했다. 핵심은 앞으로 25년 안에 암 사망률을 기존 대비 50%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CI) 국립암연구소가 프로젝트를 주도한다. △암 예방 △암 조기 발견 △효과적인 치료법 개발 △불평등 해소 △최적의 관리 △모든 관계자 참여 △최대한의 데이터 활용 △인력 최적화 등 8가지 목표를 세웠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16년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부통령 자리에서 직접 지휘했던 프로젝트라서 캔서문샷 실현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의 암 정복 계획은 자연스럽게 거대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모더나의 ‘암 백신’ 개발이 대표적이다. 모더나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대중화에 성공한 mRNA 기술을 암 백신 개발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암 백신은 예방용과 치료용으로 나뉘는데, 모더나는 치료용 백신을 개발하면서 특히 개인 ‘맞춤형’ 치료 백신에 중점을 뒀다. 암환자 개개인의 고유 DNA 돌연변이를 가지고 맞춤형 mRNA 백신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일단 모더나는 암 백신의 시장 진입 시점을 2030년으로 제시했다. 모더나 최고의학책임자(CMO) 폴 버튼 박사는 지난 4월 “모든 종류의 질병 영역에 대한 백신을 5년 정도 안에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암 백신을 개발해 최소 수십만 명의 생명을 구하고, 전 세계 사람들에게 다양한 종류의 종양에 대한 맞춤형 백신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어 “10년 후에는 질병의 유전적 원인을 파악하고, 비교적 간단하게 mRNA 기술로 이를 편집 치료할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암뿐만 아니라 자가면역질환 등 광범위한 질병 치료제 개발에 있어 mRNA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셈이다.

모더나 외에도 미국 바이오기업인 화이자, 바이오엔테크, 그리스톤 등이 암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바이오엔테크는 mRNA 기술을 활용해 두경부암 환자를 대상으로 암 백신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아직까진 몇 가지 예방용 암 백신을 제외하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암 백신은 없다. 역사적으로 백신을 종양 치료에 처음 활용한 건 1910년이다. 미국 암 전문의였던 윌리엄 콜리가 죽은 세균 혼합물인 ‘콜리독소’를 개발해 암환자 치료에 활용한 것이 최초의 암 치료 백신이자 면역 항암요법이다. 박테리아를 몸 안에 주입해 신체 면역 반응을 자극함으로써 암세포 사멸 효과가 나타나는 원리였다. 이 치료제는 면역항암제 개발에 근간이 됐다.


치료용 암 백신이 실질적으로 보건 당국의 허가를 받은 건 2010년이다. 전립선암 치료 백신인 ‘프로벤지(Provenge, 시플루셀-T)’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최초의 암 백신으로 승인을 받았다. 프로벤지는 미국 바이오사 덴드리온이 개발했으며, 전립선암 환자에게서 획득한 면역세포로 만든 전립선암 치료 백신이다. 면역세포 치료제로 관심을 모았으나 시장 진입에는 실패했다. 미국에서 보험사의 급여 논의가 난항을 겪으면서 약가 경쟁력 등을 잃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암 백신 시장은 치료제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백신이라는 용어 자체가 질병에 대한 후천적인 면역을 제공한다는 의미인 만큼 기존에는 예방적 성격이 강했다. 자궁경부암 백신이 대표적인데, 원래는 질병에 걸리기 전에 접종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예방용 백신은 원인 바이러스가 명확해야 하다 보니 일부 암에 대해서만 개발이 가능하다는 한계점이 있다. 반면 치료용 암 백신은 mRNA, DNA, 펩타이드 기술 등 체내 작용 원리가 다양하고 여러 암종뿐만 아니라 자기면역질환 등 개발 범위가 무궁무진해 기대감을 더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암 사망자 수는 연간 960만 명을 넘어섰다. 국내 사망 원인 1위는 압도적으로 암이 차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인구 10만 명당 158.2명이 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2021년 10만 명당 161.1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사망원인 2위인 심장질환보다는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암 사망률은 1983년 집계 이후 1.5배 이상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전 세계 예방·치료용 암 백신 시장 규모는 오는 2027년 73억300만 달러(약 9조3400억원)로 예상된다. 지난 2020년에는 33억4500만 달러(약 4조2800억원)로 집계됐는데 시장이 2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건산업진흥원은 발표했다.

업계에서도 암 백신의 개발 기간부터 시판까지 10~15년, 약 2~5억 달러가 소요되는 등 위험부담이 큰 사업이지만 높은 성장세를 예상하고 있다. 암 치료용 백신 점유율도 전체 암 백신 시장에서 비중을 확대하며 12.3%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암 치료 백신 시장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 산하 암정복추진 기획단이 출범했다. 암정복추진기획단은 정부의 ‘암정복10개년계획’의 일환으로 1996년 보건복지부가 설치한 조직이다. 지난 27년 동안 암정복사업의 기획과 평가, 연구를 통해 정부 암관리 정책 수립을 지원했다. 암 전문위원회로서 역할을 수행하며 보건복지부 암정복 추진 연구개발 사업의 기획 관리 평가 등 임무를 맡게 된다. 암정복추진기획단의 주요 사업은 지난해 암 예방·관리·서비스 연구 1건, 연구자주도 다기관 암 임상 연구 15건, 암 공중보건 22건 등으로 집계됐다.

미국 정부가 암 정복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달 착륙 역사를 언급한 건 그만큼 암 치료가 인류에게 시급한 과제이자 생명 연장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과연 미래 바이오 기술을 활용해 암 백신 치료제 개발이 성공해서 암과 투쟁 중인 인류가 주도권을 쥘 수 있을까.

- 장봄이 기자 jang.bomyi@joongang.co.kr

202307호 (2023.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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