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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포스 2023’에 가다] (1) ‘Trusted AI’ 향한 세일즈포스의 도전 

 

노유선 기자
글로벌 CRM 기업 세일즈포스가 연례행사 드림포스에서 새로운 꿈을 강하게 피력했다.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는 ‘신뢰받는 인공지능(trusted AI)’을 수차례 강조하며 “AI의 열반에 도달하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좌)와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가 AI의 현주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이 끝난 지 2주도 안 된 시점에, 세일즈포스(Salesforce)는 과연 무엇을 새롭게 내놓을 수 있을까.

지난 8월 30일(현지시간) 글로벌 CRM(고객관계관리) 기업 세일즈포스는 호기롭게 올 2분기 매출이 직전 분기 대비 11% 증가한 86억 달러라고 발표했다. 월가 전망치 85억3000만 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날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 세일즈포스 최고경영자(CEO)는 “세일즈포스가 CRM 1위에서 인공지능(AI) CRM 1위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고객을 새로운 AI 시대로 이끌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로부터 13일 뒤, 마크 베니오프 CEO는 또다시 연단에 올랐다. 지난 9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세일즈포스의 연례행사 드림포스(Dreamforce)에서 그는 설립자로서 기조연설에 나섰다. AI 기업이 되겠다는 야망 외에 그가 준비한 특별한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는 이러한 의구심을 이미 꿰뚫고 있었다. 마크 베니오프 CEO는 AI를 다각도로 바라본 결과 세일즈포스만의 철학을 도출해냈고 이를 상당히 효과적인 방법으로 청중에게 전달했다.

3일간 열린 콘퍼런스는 기승전결을 갖춘 하나의 프레젠테이션이었다. AI가 인류에게 어떻게 기여하는지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했으며, AI의 명암을 명명백백하게 직시하기도 했다. 이후 AI의 문제점을 개선해나가겠다는 약속으로 드림포스를 끝맺었다.

AI 혁명으로 시작된 글로벌 IT 지각변동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가 ‘드림포스 2023’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듯, 마크 베니오프 CEO는 기조연설에 앞서 마이크 헤스(Mike Hess) 비영리단체 BIT(Blind Institute of Technology) 대표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BIT는 첨단기술을 활용해 시각장애인의 구직활동에 기여하는 단체로, 단순 취업을 뛰어넘어 개개인이 잠재력을 기반으로 커리어를 쌓아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마이크 헤스 대표는 “세일즈포스의 기술 습득 코스 덕분에 시각장애인 고용률이 증가하고 있다”며 “기술 발전이 새로운 삶을 살아갈 기회를 선사한다”고 주장했다. 곳곳에서 눈물을 보이는 좌중 앞에 선 마크 베니오프 CEO는 곧이어 “인공지능의 기회(AI opportunity)”를 설파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고도로 발전된 기술이라 할지라도 사람에게 선택받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AI가 바로 그 기로에 놓여 있다. 최근 AI는 환각 현상(Hallucination·허구를 사실처럼 제공)과 보안 이슈, 정보의 편향성·비윤리성·유해성 문제 등으로 대중의 질타를 받기 시작했다. 이 틈을 노려 글로벌 AI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이 세일즈포스의 전략이다.

오늘날 AI는 인간에게 애증의 산물이다. 지난해 11월 챗GPT의 등장으로 촉발된 AI 열풍은 수많은 IT(정보기술) 기업이 AI 산업에 뛰어들도록 이끌었다. 오픈 AI는 ‘AI의 아이콘’으로 떠올랐고 구글, 아마존,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패스트팔로워를 자처했다. 하지만 세상을 뒤흔들 정도로 놀라움을 선사했던 이 신기술은 점차 어두운 민낯을 드러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가장 따가운 눈총을 받는 대상은 다름 아닌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였다. 지난 8월 인도 IT 매체 애널리틱스인디아매거진(AIM)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대규모 투자금에 의존하는 오픈 AI가 마땅한 수익모델을 찾지 못한다면 2024년 말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운영비는 계속 늘어나는 반면 월간 이용자 수는 감소세에 놓인 탓이다. 트래픽 통계 사이트 시밀러웹에 따르면 챗GPT 웹사이트의 전 세계 데스크톱 및 모바일 트래픽은 지난 6월 이미 성장세가 꺾이고 말았다.

샘 올트먼(Sam Altman) 오픈AI CEO는 자구책으로 우선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을 택한 모양새다. 올 상반기 내놓은 유료 구독 서비스 ‘챗GPT 플러스’와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GPT-3.5 터보’, 서드파티 기업을 위한 ‘챗GPT 플러그인’ 등이 이를 암시한다. 지난 8월에는 GPT-3.5 터보의 ‘파인튜닝(미세조정) 서비스’와 기업용 ‘챗GPT 엔터프라이즈’까지 내놨다. 파인튜닝은 한 분야에 특화된 AI를 만드는 작업으로, 일련의 오픈AI 행보는 기업 맞춤형 AI 서비스로 매출을 올리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제 오픈AI에 필요한 것은 견고하고 막대한 용량의 클라우드(가상 서버) 시스템이다. 또 기업의 기밀 정보가 유출되지 않게 하려면 AI와 클라우드의 만남이 필연적이다. CRM 솔루션과 함께 탄탄한 클라우드 인프라를 갖춘 세일즈포스는 글로벌 IT 지각변동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시너지 리서치 그룹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에서 세일즈포스는 6위를 차지했다. 1위는 아마존웹서비스(AWS)이고, 2위 MS 애저(Azure), 3위 구글 클라우드, 4위 알리바바 클라우드, 5위 IBM 클라우드 순이다. 각 클라우드 기업은 자체 AI를 개발하는 동시에 타사와 협력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이 중 세일즈포스의 움직임이 유독 발 빠르다는 평이다. 세일즈포스는 이미 AWS, 구글, 알리바바, IBM 등과 손을 맞잡았으며 샘 올트먼 CEO는 드림포스 첫날 마크 베니오프 CEO와 AI의 현주소와 미래에 대해 40여 분간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AI의 네 가지 물결: 예측형, 생성형, 자율형, 범용형


▎인공지능을 주제로 한 ‘드림포스 2023’에는 전 세계에서 온 참관객 4만여 명이 자리했다.
AI 패권 경쟁에서 세일즈포스는 오픈AI에 이어 바통터치에 성공할 수 있을까.

“AI가 모든 것을 바꿀 것입니다. 세일즈포스 플랫폼은 자동화되고 결국 ‘범용 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인간 인지기능 수준의 AI)’이 될 겁니다.”

마크 베니오프 CEO는 이같이 말하며 마치 세일즈포스가 설립 초반부터 AI기업이었던 것처럼 AI의 A부터 Z까지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기업용 AI를 예측형(predictive)과 생성형(generative), 자율형(autonomous)·에이전트(agent), 범용 인공지능 등 네 가지 물결로 분류했다. 예측형과 생성형 AI는 이미 인류에게 첫선을 보인 바 있으며 세일즈포스는 자율형 AI와 범용 인공지능에 역점을 두고 있는 모양새다.

우선 마크 베니오프 CEO는 AI의 높은 생산성과 유용성을 강조하며 “2027년 무렵에는 전 세계의 기업 75%가량이 AI를 채택할 전망”이라며 “생성형 AI 덕분에 업무 숙련도가 한층 향상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율형 AI는 지능형 자동화 AI를 의미한다”며 “작업을 수행하고 정보를 전달하며 사안을 결정하고 새로운 지식을 학습하는 등 AI는 스스로 지능을 개발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범용 인공지능에 대해선 “전문가들이 만장일치로 개발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모스콘센터 곳곳에는 AI 기본지식을 알려주는 코너 ‘AI Basics’가 자리했으며 세일즈포스는 자사 홍보 문구로 ‘인공지능 선장(AI Captain)’, ‘AI와 함께라면 우리 모두는 아인슈타인이다’ 등을 채택하기도 했다. 세일즈포스는 올 상반기 ‘Salesforce AI’를 신설해 클라우드 서비스 전문가인 클라라 샤이(Clara Shih)를 대표로 선임했다. 하지만 약 10년 전부터 AI팀을 조직해 연구개발에 전념해왔다는 것이 세일즈포스 측의 설명이다.

마크 베니오프 CEO는 환각 현상, 비윤리성 등 AI를 둘러싼 이슈를 의식한 듯 ‘신뢰(trust)’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했다. 그는 AI에 대한 대중의 낮은 신뢰도를 인정하며 “세일즈포스는 AI를 안전하게 구축하기 위해 자체적인 정책과 절차를 마련했다”며 “6개가 넘는 AI 윤리위원회를 구성해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뢰받는 AI(trusted AI)’와 ‘책임 있는 AI(responsible AI)’를 향해 진일보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스기사]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바라보는 ‘환각 현상’과 ‘범용 인공지능’

지난 9월 1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드림포스에 참석한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와 나눈 대담에서 생성형 AI의 ‘환각 현상’을 기술적인 문제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샘 올트먼 CEO는 “AI 시스템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다는 사실은 엄청난 힘이다”라며 환각 현상을 ‘AI의 창의성’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를 두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마법”이라고도 표현했다.

샘 올트먼 CEO는 AI를 둘러싼 대중의 의구심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놨다. 그는 “오픈AI는 가장 유능하고 가장 맞춤화할 수 있는 AI 모델을 만들고자 한다”며 “여기서 인류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단점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람들이 AI로 심각한 해를 입을 만한 세상은 오지 않을 것”이라며 “인간과 AI가 만난다면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독창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길이 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오픈AI의 비전에 대해 “더 안정적이고 더 견고하며 더 나은 추론을 할 수 있는 멀티모달(multi-modal)을 만들고 이 기술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유용한지 확인하는 것”이라며 “현재 오픈AI는 기업 현장에 깊숙이 들어가 매우 안전하고 신뢰도가 높으며 데이터를 적절하게 처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멀티모달이란 문자, 음성, 이미지 등 여러 종류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그러면서 궁극적인 목표로 범용 인공지능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가 진정으로 범용 인공지능이라 부를 수 있는 기술에 이르기까지 연구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세일즈포스는 어떤 회사- 1999년 마크 베니오프 CEO가 설립한 세일즈포스는 지난해 글로벌 CRM 시장에서 점유율 23%(IDC 기준)를 기록하며 1위를 수성했다. 2위 기업과 격차는 약 17%에 달한다. 세일즈포스는 마케팅, 커머스, 개발, 영업,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군을 아우르며 디지털 시대에 기업이 고객 접점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첨단기술을 활용한 대표적 솔루션으로는 생성형 AI 아인슈타인GPT, 데이터분석 플랫폼 태블로(Tableau), 데이터 클라우드, 협업 플랫폼 슬랙(Slack) 등이 있다.

- 미국 샌프란시스코=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 _ 사진 제공 세일즈포스(Salesforce)

202310호 (2023.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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