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 꼭 하고 싶은 일을 버킷 리스트라 부른다. 거창한 목표를 세우는 것도 멋있지만, 리스트 하나하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도전하는 과정 자체가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The Thinker)’은 로댕미술관 앞 정원에 예쁘게 정돈된 정원수들 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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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기토, 에르고 숨(Cogito, ergo sum). 라틴어로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는 뜻이다. 데카르트의 철학적 명제(命題)다. 따라서 나는 ‘생각하는’ 사람이고, 저술한 책 제목도 『사람 생각: Think People』이다. 지금까지 포브스코리아에 4년 가까이 기고하고 있는 에세이 제목 역시 ‘이강호의 생각여행’이다. 올여름 프랑스 파리를 방문하면서 ‘생각’의 의미를 음미하며 ‘생각하는 사람: The Thinker’ 조각으로 유명한 로댕미술관을 찾았다. 로댕미술관(Musée Rodin)은 파리를 대표하는 역사적 건축물 중 하나다. 황금색 돔 아래 지하 묘소 중앙에 나폴레옹 1세의 관이 놓인 앵발리드(Invalides)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다. 미술관 건물은 로댕이 1908년부터 사망할 때까지 10년 동안 아틀리에로 사용하고 살았던 비론 저택(Hotel Biron)이다. 1911년 프랑스 정부가 비론 저택을 매입했고, 로댕이 자신의 작품과 소장품을 국가에 기증하면서 미술관으로 남겨졌다.미술관 건물 뒤편에는 숲과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정원이 있고, 그 숲속에 로댕의 작품들이 여기저기 전시돼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조각상 ‘생각하는 사람’은 장미꽃이 아름답게 핀 미술관 앞쪽 정원에 자리 잡았다. 오른손에 턱을 괴고 왼쪽 다리에 오른 팔꿈치를 얹었다. 나체의 이 남자 조각상은 한껏 긴장감이 오른 근육질 몸매로 바위에 걸터앉아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조각상의 높이는 186cm이다. 예쁘게 정돈된 대형 촛불 모양 정원수들 가운데 자리잡고 있다.‘생각하는 사람’을 여러 방향에서 바라보며 감상하는데, 또 다른 방향으로는 담 넘어 멀리 앵발리드의 황금색 돔이 살짝 보인다. 로댕의 또 다른 걸작인 ‘지옥의 문’ 윗부분에서 아래 군상(群像)을 내려다보고 있는 작은 사이즈의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로댕은 1888년에 이를 독립된 작품으로 크게 제작해 발표했고, 1904년 살롱에 출품한 뒤 유명해졌다. 출품 직후에는 파리의 판테온에 놓아두었으나(1906∼1922), 그 후 로댕미술관의 정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가슴 뛰게 하는 버킷 리스트 만들기
▎로댕이 아틀리에로 사용하고 살았던 비론 저택(Hotel Biron)이 현재의 로댕미술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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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의 버킷 리스트(bucket list, 죽기 전 꼭 하고 싶은 것들)는 무엇일까 궁금하다. 최근 후배 두 명과 대화를 나누며 인생의 버킷 리스트에 대한 생각을 다시 정리해보았다. 첫 사례는 25만원짜리 평범한 출퇴근용 자전거로 미국 LA에서 뉴욕까지 대륙을 횡단한 모험이었다. 장장 약 5000㎞에 이르는 미국 대륙을 자전거로 51일 만에 횡단한다는 것이 보통 사람으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여정이다. 대장정의 주인공은 양금용 주나라 대표로, 항상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생각을 품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성격과 품성 덕에 남들은 생각지도 못하는 대단한 버킷 리스트의 한 대목을 실행해낸 것이리라.양 대표가 직접 사인해서 건넨 자전거 미국 대륙 횡단기 『곧 마흔, 자전거를 타고 시간 변경선에 서다』를 흥미진진하게 며칠 만에 읽었다. 그는 황량한 사막을 건너고, 가파르고 험준한 산을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까지 달리며 ‘나는 왜 달리는가’라고 자문했고, ‘새로운 도전의 성공을 위해, 나의 한계 극복을 위해’라 자답하며 달리고 또 달렸다. 마흔이라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에 선 서른여덟 회사원의 바이크 도전기를 보며 미국 내 수십 개 주를 이미 여행해본 필자도 가슴이 뛰었다. 비록 자전거로 대륙을 횡단하지는 못할지라도 자동차로 대륙 동부에서 서부까지 횡단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 지나갔다. 내 버킷 리스트 목록에도 올려놓았다.
또 한 사람은 경영자들의 모임인 ‘미래경영연구회’ 막내인 박호원(니콜라스) 변호사다. 그는 최근 세계적 로펌인 덴톤스의 글로벌 회장으로 선출됐다. 박 변호사는 며칠 전 프랑스에서 열린 자전거 경기에서 완주 기록을 세웠다.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거리 1250㎞를 달리며 312개에 이르는 작은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경기다. 83시간 18분 09초의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세부 구간의 기록이 표시된 ‘완주 증명서’와 자전거를 두 팔로 번쩍 들어 올려 찍은 사진을 모바일 메신저 단톡방에 올렸다. 당시 그가 입은 연두색 야광 조끼 왼쪽 가슴에는 태극기가 달려 있었다. 단톡방 멤버 모두가 그의 쾌거를 열렬히 응원하며 축하했다. “모두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50살 되는 해에 뭔가 큰 챌린지를 하나 하고 싶었는데 몇 년 동안 준비해서 잘 마무리했습니다. 산을 하나하나 넘어갈 때마다 인간이 마음만 먹으면 모든 걸 해낼 수 있다는 큰 만족감과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 그의 메시지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50세를 기념해 불가능할 것 같은 완주 기록을 써낸 그의 쾌거는 스스로의 인생에 남는 의미 있고 멋진 여정으로 기록될 것이다.
▎생동감 있는 근육질 몸매로 바위에 걸터앉아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생각하는 사람’ 조각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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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도전과 성공은 그야말로 버킷 리스트 목록 중 제일 위에 있던 목표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며 머릿속에 불현듯 생각이 번진다. 양 대표는 40세를 맞아 자전거로 미국 대륙을 횡단했고, 박 변호사는 50세를 맞아 프랑스에서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자전거 경기에서 완주했는데, 60이나 70세를 맞은 선배들은 어떨까. 비록 자전거는 아니더라도 자동차로 대륙을 횡단해본다든지, 그도 아니면 기차로 유럽 대륙을 넘어보는 것은 어떨까.가슴 뛰는 버킷 리스트 목록을 떠올리다가 주말을 맞아 집에서 여유롭게 영화 [버킷 리스트: The BUCKET LIST]를 감상했다. 마치 책을 정독하듯이 한 대목 한 대목 빠뜨리지 않고 집중했다. 감독은 로브 라이너(Rob Reiner), 잭 니콜슨(Jack Nicholson)과 모건 프리먼(Morgan Freeman)이 주연을 맡았다. 죽음을 앞둔 두 노인의 버킷 리스트에 관한 이야기이다.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 보고 싶은 것들의 목록이다. 자동차 정비사 카터와 재벌 사업가 에드워드가 우연히 같은 병실을 쓰게 된다. 두 노인은 얼마 남지 않은 인생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해보기로 작정하고 병원을 뛰쳐나가 버킷 리스트 여행길에 오른다.첫 버킷 리스트 목록은 재미있게도 스카이다이빙이다. 이어 구형 스포츠카로 자동차 경주에 나선다. 다음 목록인 ‘장엄한 광경 보기’를 위해 이집트 피라미드, 아프리카 세렝게티, 인도 타지마할과 거대한 산맥까지 구경한다. 그사이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허름한 타투숍까지 방문한다. 광대한 세상을 여행하며 두 사람은 버킷 리스트 목록을 지우기도 하고 더하기도 한다. 갖가지 인생사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다투기도 하며 진정한 우정을 쌓는다.
더 멋진 인생을 위하여
▎‘생각하는 사람’ 조각상은 아름답게 핀 장미꽃과 예쁘게 정돈된 정원수들에 둘러싸여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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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며 가슴에 와닿는 구절들을 메모했다. “시간은 손가락 사이로 모래 빠지듯이 흘러간다. 아무도 완벽한 사람은 없다(Nobody is perfect). 철없을 때나 폼잡는 거지. 결코 늦지 않았다(Never too late). 삶의 기쁨을 찾았나? 남에게도 기쁨을 주었나?” 같은 말들이다. 영화는 ‘나는 누구인가’를 돌아보고 정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또 일생 동안 꼭 하고 싶은 일들이 무엇이었는지 정리하게 해줬다. 통찰과 감동에 웃음까지 담은 코미디이자 드라마였다.지인들과 가끔 버킷 리스트에 대해서 이야기해본다. “내가 좋아하는 곳에 여행 가서 한두 달 살아보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이가 많다. 억만장자가 되고 싶다거나 대통령이 돼야겠다 등 어릴 적 소망 같은 건 거의 없다. 대신 어디론가 훌쩍 떠나는 여행이 의외로 버킷 리스트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다. 여행이야말로 재미와 의미를 함께 느끼게 해주어 행복한 시간이기 때문이리라.버킷 리스트는 실행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버킷 리스트를 만들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도전하는 과정 자체가 멋진 인생이 아닐까? 나 역시 일(Work)과 삶(Life)에 관한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다. 목록을 추가했다가 삭제하기도 하며 완성해나가려 한다.코로나 팬데믹이 본격화되기 직전인 2020년 포브스코리아가 신년호에 ‘MY BUCKET LIST: 리더 52인의 신년 에세이’를 게재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곧 눈앞에 닥칠 거대한 팬데믹의 위협을 모르고 작성한 당시 에세이를 정리해보았다.“세월이 흐를수록 일과 삶을 나누어 꿈꾸고 계획하는 일이 중요함을 느낀다. 지난 연말 세계 일주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장거리 비행 동안 100세 시대에는 은퇴라는 말 대신 1단계와 2단계 인생이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60세까지 학습(Learning)하고 전력투구해 일(Workng)하면서 경륜을 저축(Saving)하는 시간이 바로 1단계다. 2단계는 60세 이후 약 30~40년간으로, 1단계에 이루어놓은 전문성을 살려 하고 싶은 일을 여유 있게 하는 삶을 말한다. 개인 생할(Life)을 즐기고, 주위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는 시간이다.평생을 글로벌 무대에서 일해왔다. 일에 관하여는 ‘글로벌 역량’이라는 전문성을 활용해서 글로벌 시장과 연계한 소기업을 여럿 창업해서 일자리를 만들고 싶다. 글로벌 네트워킹을 기반으로 시너지를 내는 사업을 하는 것이다. 소기업을 창업해서 소기업 그룹을 만드는 것이 일과 관련된 버킷 리스트다. 성공과 실패의 경계를 넘나들겠지만, 인생 2단계의 분수에 걸맞은 아주 작은 규모의 기업은 오히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생존 능력이 더 커질 것이라 기대한다. 최근에 미국 뉴욕, 프로비던스, 보스턴과 영국 맨체스터를 방문해 100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지닌 기업 최고경영진과 회의를 한 이유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도 찾아 스타트업 기업은 물론 리딩 기업과도 심도 있는 회의를 진행했다.
시선을 삶(Life)으로 돌리면 세 가지 콘셉트의 여행을 소망한다. 먼저 가장 좋아하는 취미인 스키 여행이다. 지난 10년간 미국 로키산맥과 유럽 알프스산맥에 있는 10대 스키장을 여행했는데 앞으로 10년 동안도 또 다른 10대 스키장을 여행하고 싶다. 눈 덮인 산맥의 웅대한 풍광을 보며 신선한 공기를 호흡하고 대자연의 품속에서 운동하면 정신적인 용기와 육체적인 건강을 얻을 수 있다. 더 없이 가슴 뛰는 여행이다.또 해외 출장 때는 각 도시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찾으려 한다. 일만 하는 출장에서 벗어나 인생 2단계인 지금은 출장지마다 있는 멋진 미술관이나 박물관들을 찾는다. 그곳에서 고전과 현대의 멋진 미술품을 감상하면서 그들의 예술 감각과 아름다움에 공감한다. 그다음에는 지금껏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와 도시들을 방문하려 한다. 가끔은 장기 투숙도 마다하지 않으리라. 우리와 다른 문화와 전통을 마음껏 경험하고 싶다. 모든 여행지에서 느낀 감회는 글과 사진으로 남길 예정이다. 궁금증과 호기심을 잃는 순간부터 젊음은 퇴화하기 시작한다. 지금 당장 한 걸음을 떼는 실행이 영원한 젊음을 선물하길 바란다.”세계가 팬데믹에서 벗어난 올해에는 출장과 여행 중 덴마크 코펜하겐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과 디자인 뮤지엄(Designmuseum Danmark), 파리 루이비통 재단(The Louis Vuitton Foundation)의 미술 전시회와 로댕미술관(Musée Rodin) 등을 찾았다.‘지옥의 문’ 위에 앉아 불구덩이 속으로 떨어지는 군상을 보며 생각에 잠긴 이(생각하는 사람)가 꿈꾸는 버킷 리스트는 과연 무엇일까? 인생 여정의 어느 시점에서 죽기 전 꼭 하고 싶은 일들을 생각하고 정리해서 버킷 리스트를 만들고 그 목록을 하나씩 실천해보자. 그렇게 하면 우리 인생도 훨씬 멋진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사업이든 개인의 삶 자체든, 이제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실행하고 성공해보자. 우리의 멋진 삶을 위하여!
※ 이강호 - PMG, 프런티어 코리아 회장. 덴마크에서 창립한 세계 최대 펌프제조기업 그런포스의 한국법인 CEO 등 37년간 글로벌기업의 CEO로 활동해왔다. 2014년 PI 인성경영 및 HR 컨설팅 회사인 PMG를 창립했다. 연세대학교와 동국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다수 기업체, 2세 경영자 및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영과 리더십 코칭을 하고 있다. 은탑산업훈장과 덴마크왕실훈장을 수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