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Home>월간중앙>사람과 사람

“나는 가짜가 아니다” 

18년 만에 외출한 KAL기 폭파범 김현희  


“나는 가짜가 아니다. 항공기 폭파는 북한의 테러다.”

지난 3월11일 부산 벡스코(BEXCO) 기자회견장. 김현희 씨는‘대한항공(KAL) 858기 폭파 조작설’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일부에서 아직까지 ‘김현희는 가짜’라는 의혹을 제기하는데, 20년이 지난 사건을 아직도 누가 했는지 모른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항변했다.

기자회견은 일본 외무성 주관으로 김씨가 일본인 납북 피해자 다구치 야에코 가족과 만나는 것을 계기로 성사됐다. 다구치는 1978년 북한으로 납치된 뒤 2년 가량 김씨와 함께 살면서 일본어를 가르친 인물.

북한은 1978년 실종된 다구치(당시 22세)의 납북 사실을 인정하면서도“다구치는 1986년 교통사고로 사망했으며, 유골은 호우로 유실됐다”고 주장하지만 김씨는“다구치는 1987년에도 나에게 일본어를 가르쳤다”며 북한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말해왔다.

이날 이즈카 고이치로는“김씨를 통해 어머니가 살아 있다는 확신을 받게 돼 앞으로 피랍자 구출활동에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며 “피랍자 문제에 대해 한·일 공조가 구체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987년 11월29일 승객과 승무원 115명을 태우고 서울로 오다 공중분해된 KAL 858기 폭파범으로 지목된 김씨(일본명 하치야 마유미·당시 24세)는 그해 13대 대통령선거를 하루 앞둔 12월15일 서울로 압송됐다. 김씨는 체포된 후“내 이름은 김현희이고, 항공기 폭파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방해하기 위해 북한의 지시로 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대선 국면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당시 안기부(현 국정원)의 자작극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2007년 국정원 과거사위는“조작설은 근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가 공개석상에 나타난 것은 이번이 약 18년 만이다. 1990년 사형선고 직후 특별사면을 받은 뒤 간간이 언론에 등장했지만 공개석상에는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은둔의 삶을 살아왔다. 김씨는 1991년 수기 <이제 여자가 되고 싶어요>를 발간하고, 1997년 자신의 보디가드였던 전직 안기부 직원과 결혼식을 올렸다.

200904호 (2009.04.01)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