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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후유증 ‘저출산폭탄’ 

올해 마이너스 성장… 출산율 1.0 아래
통계의 창 

글■양재찬 월간중앙 편집위원 [jayang@joongang.co.kr]

아기 울음소리가 다시 잦아든다. 2006년 쌍춘년과 2007년 황금돼지해에 반짝 증가했던 신생아가 다시 줄어들고 출산율도 낮아졌다. 다급해진 보건복지부 장관이 “준(準) 비상사태”라면서 “출산보다 더 큰 애국은 없다”고 강조할 정도다.

지난해 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자녀 수)은 1.19명이었는데, 올해는 더 내려갈 것이 확실하다. 이미 지난해 결혼 건수(33만 건)가 2007년보다 1만6,000건(4.6%) 줄었고, 글로벌 경제위기가 덮쳤다.

불황 속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2%에 머무를 경우 출산율은 1.08명, 1%일 경우 0.85명으로 예측했다. 올해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므로 이래저래 출산율 1.0명 지키기는 어렵게 생겼다.

결혼 건수는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부터 급감했고, 출산율도 이듬해부터 뚝 떨어졌다. 입춘이 두 차례 낀 쌍춘년에 결혼하면 길하다는 소문이 퍼지고, 이듬해 600년 만에 온다는 황금돼지해에 결혼과 출산이 조금 늘어나나 싶었지만 2년 만에 다시 줄어들고 말았다. 게다가 외환위기보다 더 혹독한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쳤으니 20, 30대 젊은이들 사이에 아예 결혼하지 않거나 결혼은 해도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생각이 굳어질 수 있다.

저출산은 고령화와 맞물려 국가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일손이 달리고 노동생산성이 떨어진다. 소비·저축·투자가 위축되는 반면 국민연금·건강보험 등 재정부담은 가중된다. 그 결과 경제성장이 정체되고 사회 활력이 떨어지는 국가적 재앙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러니 각국이 저출산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쓴다.

우리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5년 출산율이 1.08명으로 사상 최저로 떨어지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설치했다. ‘새로마지 플랜’이라는 이름으로 출산 전 검사 비용과 보육료를 지원하고 육아휴직제도를 활성화하는 등 갖가지 출산 장려 대책을 쏟아냈지만 효과는 별로였다.

그나마 이 기구마저 MB정부 들어 보건복지부 장관 직속으로 격하됐다. 위원장이 대통령에서 복지부 장관으로, 위원들도 각 부처 장관에서 차관급으로 바뀌었다. 저출산 문제가 사실상 국가 차원 의제에서 탈락한 것이다. 이런 판에 복지부가 구상 중인 막대한 지원금을 쏟아 붓는 프랑스식 출산 장려 방안이나 다자녀 대학특례입학·병역특례 같은 아이디어가 정책으로 진전될까?

정부 정책도 필요하지만 출산율을 높이려면 가족·결혼·양육·출산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확 바뀌어야 한다. 아이 키우는 여성을 차별하는 관습과 관행도 기업에서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외환위기 때도 그랬지만 기업들이 구조조정하면서 임신·출산 등을 이유로 여성을 우선적으로 해고하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지난 1월 중 줄어든 취업자 10만3,000명의 81.5%인 8만4,000명이 여성이었다. 이러면서 여성에게 아이를 더 낳으라는 이야기는 어불성설이다. 인구학적 계산으로 현재 인구를 유지하려면 한 해 83만 명을 낳아야 한다. 그런데 지난해 태어난 아이는 46만6,000명으로 그 절반밖에 안 된다.

방법은 두 가지다. 신생아를 늘리든지, 아니면 2050년까지 250만 명의 이민을 받아들여야 한다. 관습·의식·제도를 확 바꿔 아이를 더 낳든지, 사회·문화적 충격을 감수하면서 이민을 받아들이든지 이제 결정할 때다.

200904호 (2009.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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