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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대 전시장‘피에라밀라노인천’이 뜬다 

트리엔날레·IED·베르디음악원 등 밀라노 대표기관도 함께 입주… 매년 6조 원 경제효과 및 3만 명 고용창출 기대
커버스토리 인천 ‘밀라노디자인시티’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하늘도시에 세워질 밀라노디자인시티 조감도.

밀라노가 인천 영종도에 들어온다. 피에라밀라노·트리엔날레·에우로페오디자인스쿨(IED)·파비아대학(IUSS PAVIA) 등 오늘날 밀라노 파워를 만든 밀라노의 대표적 기관으로 구성된 ‘밀라노디자인시티(Milano Design City)’가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하늘도시(인천시 중구 운서동)에 378만㎡ 규모로 건설된다.

오는 9월 완공 예정인 트리엔날레 전시관을 시작으로 인천아시안게임이 열리는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디자인 산업과 전시 산업의 메카인 밀라노를 그대로 옮겨 인천을 21세기 아시아의 디자인 및 전시산업의 메카로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인천시는 밀라노에서조차 흩어져 있는 디자인 인프라를 영종도밀라노디자인시티 한 곳에 모을 경우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해 인천이 아시아의 문화중심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사업을 위해 2007년 말 인천도시개발공사·인천교통공사·인천관광공사·신한은행 등이 참여해 40억 원의 자본금으로 만든 특수목적법인(SPC) 피에라인천전시복합단지가 설립됐다.

피에라인천전시복합단지 유재현 대표이사는“인천시가 2007년 산업연구원과 노무라연구소를 통해 실시한 타당성 조사에 따르면 피에라밀라노 한 개 시설이 내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연 6조5,000억 원, 고용효과는 3만6,000명인 것으로 분석됐다”며 “2012년 열리는 여수엑스포의 고용효과를 10조 원으로 보는데, 이는 피에라밀라노가 완공되면 매년 한국에서 엑스포가 열리는 것과 같은 고용효과를 창출하는 셈”이라고 말한다.

피에라인천전시복합단지 측은 밀라노디자인시티가 완성되면 초기에는 연간 300만 명, 5년 후에는 연간 500만 명의 관광객이 인천과 밀라노디자인시티를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500만 명 가운데 300만 명을 중국과 일본 비즈니스 관광객으로 채우는 것이 목표다.
 
인천, 경제자유구역·국제공항·항만 갖춘 유일한 도시

밀라노디자인시티에 대한 아이디어가 싹튼 것은 2004년. 김석철 명지대 석좌교수가 2004년 베니스비엔날레에 ‘I-city’라는 도시계획안을 출품해 특별상을 받은 것이 토대가 됐다. ‘I-city’는 인천에 인텔리젼스·인터내셔널·인포메이션의 개념을 갖춘 새로운 신도시를 건설하자는 것.

경제자유구역·국제공항·국제항만이라는 3박자를 갖춘 도시로는 인천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는 데 착안한 도시계획안이었다. 한 건축가의 아이디어 수준이던 계획에 날개를 달아준 사람이 바로 안상수 인천시장이다. 마침 인천경제자유구역 내에 들어설 물류단지를 찾던 그에게 인천공항 옆에 피에라밀라노라는 앵커시설을 입주시켜 신도시를 발전시키자는 김석철 교수의 아이디어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여기에 2007년 2월 모라티 밀라노 시장이 인천을 방문하며 밀라노디자인시티 계획안은 급물살을 탔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을 돌아본 모라티 시장이 피에라밀라노뿐 아니라 밀라노의 디자인산업을 함께 끌어들여 ‘밀라노디자인시티’를 건설하자는 안 시장의 제안에 흔쾌히 동의했던 것.

모라티 시장은 밀라노에 돌아간 후 직접 나서서 레오나르도다빈치박물관·파비아대학 등 밀라노의 핵심기관이 인천 영종도에 들어오도록 설득했다. 현재까지 입주가 확정된 기관은 피에라밀라노인천·트리엔날레·레오나르도다빈치박물관·베르디국립음악원·IED·폴리테크디자인학교(SPD)·라스칼라아카데미·시네마토그래피아스쿨(CSC)·피콜로극장학교·파비아대학 등 10개 기관. 모두 밀라노시가 지분을 갖고 있는 기관이다.

중앙에 실전시면적 24만㎡ 규모로 지을 전시·컨벤션센터인 피에라밀라노인천을 중심으로 나머지 기관이 부채꼴 형식으로 들어설 예정이다. 설계는 이탈리아 디자인계의 거장 알레산드르 멘디니와 김석철 명지대 석좌교수가 맡았다.


밀라노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디자인 학교인 SPD 건물.

“일산에 킨텍스(KINTEX)가 있는데 인천에 굳이 또 전시장을 세울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러나 5만m² 규모의 킨텍스가 국내용 전시장이라면 피에라밀라노인천은 국제박람회용 전시장입니다.

킨텍스와 피에라밀라노인천의 타깃 시장이 전혀 다르죠.” 유재현 대표이사의 말이다. 그는 “일본의 도쿄빅사이트가 성공하지 못한 것도 규모가 8만m²밖에 안 돼 국제박람회를 유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제박람회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전시장의 규모가 최소 10만~20만m²는 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박람회를 유치하기 위해 또 하나 필요한 것이 국제적 네트워크를 갖추는 것입니다. 아무리 크고 훌륭한 전시장을 지어놔도 국제 수준의 박람회를 유치하지 못하면 관람객을 끌 수 없죠. 우리가 피에라밀라노와 손잡은 것도 이 때문이죠.”

유재현 대표이사는 “피에라밀라노인천은 88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 최고의 전시·컨벤션 그룹인 피에라밀라노가 디자인뿐 아니라 완공 후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컨설팅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내년부터 유럽 전시회 중 어떤 것을 들여오고, 또 아시아시장을 겨냥해 어떤 전시회를 기획할지 등에 대한 컨설팅에 들어갈 예정이다. 피에라밀라노는 애초 아시아 진출의 전초기지로 중국 상하이(上海)를 검토했다. 상하이 역시 피에라밀라노 아시아본부 유치를 위해 상당히 공을 들이던 중이었다.

때문에 2006년 3월 안상수 인천시장이 피에라밀라노 아시아지역본부 유치를 위해 밀라노를 전격 방문해 페리니 회장 면담을 신청했을 때도 만나지도 못하고 돌아와야 했다. 하지만 안 시장은 포기하지 않고 카이올리 해외사업본부장을 만나 인천국제공항과 경제자유구역 등으로 동북아시아 중심도시로 뻗어가는 인천의 지정학적 이점을 들어 설득에 설득을 거듭했다.

이어 이환균 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이 직접 밀라노를 방문해 피에라밀라노 관계자들에게 집중적인 로비를 펼쳐 페리니 회장의 인천 방문 약속을 받아냈다. 마침내 2006년 9월 인천을 방문한 페리니 피에라밀라노 회장은 안상수 인천시장을 만난 뒤 피에라밀라노 아시아본부로 상하이가 아닌 인천을 낙점했다.

동북아의 관문도시이자 1,000만 명 인구의 대도시인 서울을 끼고 있는 인천 영종도의 입지가 상하이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판단한 것이다. 영종도의 최대 강점은 국제화물 부문 세계 2위, 국제여객 부문 세계 10위의 국제공항인 인천국제공항을 끼고 있다는 점이다. 인천국제공항과 밀라노디자인시티 간의 거리는 불과 4.5km. 차로 10분 거리다.

도쿄(東京)·상하이·베이징(北京)이 모두 비행기로 1시간 거리인 것도 영종도의 강점이다. 비행기로 2시간 거리 안에 10억 명의 인구가 사는 셈이다. 유 사장은 “입지만큼은 세계 최고”라고 말한다.
 
밀라노디자인 명가, 트리엔날레 최초의 해외 분관 입주

입주를 확정한 10개 기관 중 가장 앞서 오는 9월 개관하는 트리엔날레 역시 밀라노 디자인산업의 상징적 기관이다. 1923년 설립된 트리엔날레는 1960~70년대 밀라노 산업디자인 혁명의 중심에 섰다.


파비아 대학 기숙사 건물 내 강당.
트리엔날레 전시관을 통해 디자이너들이 작품을 선보이면 그 작품이 기업체에 의해 상품화되고는 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트리엔날레에 출품됐던 작품 컬렉션으로 구성된 트리엔날레 디자인뮤지엄 역시 전 세계 산업 디자인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유재현 대표이사는 “트리엔날레 전시는 아직 한국 출신 디자이너가 한 번도 선정되지 못했을 정도로 문턱이 높다”며 “이런 기관이 인천에 직접 들어온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한국의 디자인 수준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촉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리엔날레인천은 연면적 7,000여㎡ 규모로 지어지는 밀라노디자인시티인천홍보관에 들어서며, 밀라노트리엔날레와 마찬가지로 트리엔날레 디자인뮤지엄 및 보조전시를 할 수 있는 전시관으로 구성된다.

피에라인천전시복합단지 측은 오는 9월 개관에 맞춰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 이탈리아 디자인의 변천사를 보여주는 ‘이탈리아 디자인이란 무엇인가(what is italian design)?’를 1년간 디자인뮤지엄에서 개최한다.


◀지난 2월19일 이헌석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왼쪽)과 로베르토 슈미드 파비아대학 IUSS고등교육원장(가운데), 유재현 피에라인천 전시복합단지 대표가 인천분교 설립을 위한 협약을 맺고 손을 맞잡고 있다.

개막행사에는 나폴리타노 이탈리아 대통령도 참석할 예정이다. 1953년 개관한 레오나르도다빈치박물관은 이탈리아 최대 과학·기술박물관. 유럽 전체에서는 두 번째 규모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천재적 미술가이자 과학자·조각가·사상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직접 그린 설계도를 141점 소장하고 있으며, 설계도를 바탕으로 만든 실제 모형을 전시한다. 또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발명한 과학기기들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실험실도 마련돼 있다. 인천에 들어설 레오나르도다빈치박물관 역시 밀라노박물관과 마찬가지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민다는 계획이다.

피에라인천전시복합단지는 박물관 건설에 앞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직접 그린 설계도면 55점을 비롯해 설계도를 바탕으로 만든 실제 모형을 밀라노 레오나르도다빈치박물관서 직접 들여와 오는 9월 트리엔날레 개관에 맞춰 전시할 예정이다.

IED은 이탈리아의 디자인사관학교로 불리는 학교. 학사과정과 석사과정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유명 디자이너들이 직접 학생들과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형식으로 수업이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스페인 마드리드, 브라질 상파울루 등에서 해외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영종도 캠퍼스가 완공되면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이 직접 영종도에 와서 수업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IED는 본격적인 개교에 앞서 내년 3월부터 석사과정 1개 클래스를 영종도에서 시범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시범 클래스는 IED 학생들 중 지원자들이 교환학생 형식으로 한국에 와서 한국 기업과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밀라노의 디자인 학교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SPD도 영종도에 들어온다. IED보다 작지만 존 폰테를 비롯해 이탈리아 디자인계의 거장을 다수 배출한 학교다.

이탈리아 본교 교수 인천에 직접 와서 수업


▼라 스칼라 아카데미 학생들이 무대제작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중 하나인 IUSS PAVIA의 인천분교도 지어진다. 825년 설립된 IUSS PAVIA는 우선 한국 대학과 연계해 조인트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생과 교수 교환 프로그램을 운영한 뒤 캠퍼스는 2~3년 후에 짓는다는 계획이다. IUSS PAVIA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이를 위한 협약을 지난 2월20일 맺었다.

라스칼라아카데미는 밀라노의 자랑인 라스칼라오페라극장이 운영하는 학교. 오페라 가수 양성 과정을 비롯해 무대디자인·의상·소품 제작과정이 유명하다. 학생들이 수업과정에서 제작한 무대장치와 의상 등은 그대로 라스칼라 극장 무대에 오른다. 라스칼라아카데미 역시 분교 설립에 앞서 예술의전당과 협력관계를 맺기로 결정했다.

베르디음악원은 1808년 나폴레옹이 설립한 국립음악원. 우리나라 대학의 학점을 인정해 주기 때문에 한국 유학생들이 많이 진출해 있다. 특히 성악과는 한국 유학생이 전체 학생의 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르디음악원 역시 분교 설립에 앞서 국내 국립대학과 교환학생 및 교환교수 프로그램 등을 시범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연극과 뮤지컬 분야의 종합예술학교인 피콜로극장학교, 실험영화학교인 시네마트그레피아스쿨도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영종도 다지인시티에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현재 진행 중인 학교들이 들어서기 위해서는 관계법령의 개정이 필수다. 우리나라는 외국 대학이 국내 대학과 연계해 공동 캠퍼스를 만들 수 있지만, 직접 분교를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재현 대표이사는 “우리가 목표로 하는 이탈리아 본교 교수진이 직접 인천에 와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형태의 학교로 가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며 “아직 밀라노디자인시티 완공까지 2~3년의 시간이 있는 만큼 차차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6조 원 가량 될 것으로 예상되는 재원 마련 역시 아직은 불투명한 상태다.

호텔 및 주거단지 개발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며 얻어지는 개발이익금으로 밀라노디자인시티를 건설한다는 것이 피에라인천전시복합단지의 계획이지만, 경기불황으로 투자자 모집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유재현 대표이사는 “미국·일본·중동의 투자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고, 또 상당부분 투자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200905호 (2009.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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