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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의 삶을 이룬 소박한 세 가지 행복 

발자취 | 무소유마저 버리고 간 법정 

글 이임광 칼럼니스트 [llkhkb@yahoo.co.kr]
새벽 4시에 일어나 예불, 좌선하고 6시에 차를 마신다. 다기를 매만지며 하루 생각의 실마리를 푸는 시간이다. 오전에는 채소밭을 돌보고, 어정거리다 좌선하고 글을 쓴다. 12시에 점심공양 하고 2시까지 산길 여기저기를 대지팡이 짚고 산책한다. 오후에는 좌선하고 나뭇가지나 쌓인 낙엽을 치운다. 저녁이 되면 어둡기 전에 밥 먹고 7시부터 9시까지는 촛불이나 등잔 밑에서 책을 읽거나, 나가서 낙엽 지는 소리, 시냇물 흐르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 무엇엔가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홀로 있으면 내면의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법정의 하루 일과다. 법정은 일생을 이 하루처럼 살다 갔다. 산골 오두막에서 누구보다 간소하고 검소하게 살았지만, 법정은 불편하지도 외롭지도 않았다. 그에게는 날마다 경이로운 자연과 안타깝도록 사랑한 산밑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법정은 환절기마다 심해지는 기침으로 청중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근처에 인가 한 채 없는 눈고장에서 아궁이에 불을 지펴 홀로 끓여 먹으며 20년 가까이 지냈다.



이제 그만 편안한 곳으로 거처를 옮기시라는 제자들과 주위 사람들의 거듭된 권유에도 법정은 미소로만 답했다. 2007년 가을법회 이후 법문이 중단됐기 때문에 이듬해 봄법회에는 법정을 만나 말씀을 들으려는 5000여 명의 사람들로 법당과 설법전과 절 마당이 발 디딜 틈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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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호 (201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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