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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포커스 >> ‘달러’의 직무유기에 세계가 골병든다 

수출 대기업은 잘되고, 중소기업·서민은 추락…
미국의 월가 점령 시위 남의 일 아니야 

남윤호 중앙일보 경제선임기자
환율이 춤춘다. 원화 환율만 그런 게 아니다. 기축통화로 군림해온 달러가 죽을 쑨다. 단일통화로 탄생한 유로도 출렁거린다. 대지진 피해와 장기불황으로 정체 상태에 빠진 일본에서는 기록적인 엔화 강세 행진이 이어진다. 어느 통화 가치가 얼마나 오르내릴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앞으로도 환율이 꽤 오랫동안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출렁대리라는 전망만 나온다.
불가에 일련탁생(一蓮托生)이란 말이 있다. 사람이 죽은 뒤 극락정토(極樂淨土)에서 같은 연꽃 위에 다시 태어난다는 뜻이다. 행동이나 운명을 함께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요즘 국제 경제 돌아가는 판이 꼭 그렇다. 그리스 재정위기로 촉발된 유럽 은행들의 부실화가 우리나라의 주가를 끌어내리고, 환율을 밀어올린다. 지난 8~9월 유럽계 자금은 우리 주식시장에서 4조4000억원, 채권시장에선 3조2000억원의 순유출을 각각 기록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때도 그랬다. 도대체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이런 의문엔 “세계 경제는 결국 하나”라는 답이 돌아온다. 즉 일련탁생이다.



이런 판도에선 환율을 한 나라 외환시장의 수급 문제로만 들여다보아선 곤란하다. 하루하루 촐싹거리는 잔물결만 보면 큰 흐름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국제 경제의 중심부에서 일어나는 흐름을 파악해야 주변부인 우리나라의 환율을 이해하기 쉽다. 그 중심부 현상으로 결정적인 게 기축통화 달러의 조락(凋落)이다. 과거에는 경제·정치·군사·외교 등 각 분야에서 세계적인 쇼크가 일어나면 달러 가치가 급등했다. 달러가 안전자산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혼기에 접어든 달러는 체면을 영 구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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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호 (2011.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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