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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인물 - “우리가 어려울 때 받은 도움 되갚는 겁니다”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단 돕는 다문화 활동가 무원 스님(부산 삼광사 주지) 

부산 삼광사는 신도수 36만여 명으로 국내 최대 사찰로 꼽힌다. 무원 주지스님은 외국인과 다문화 가정을 열성적으로 도우며 더불어 사는 삶을 앞장서 실천하고 있다. 국경을 넘고, 인종을 초월하는 나눔과 봉사는 “국격을 높이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8월 22일 동티모르 유소년축구단 선수들이 경주국제유소년축구대회에서 우승한 후 무원 스님(뒷줄 왼쪽에서 둘째), 김신환 감독(뒷줄 왼쪽에서 셋째)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백양산(白楊山) 삼광사(三光寺). 일주문에 내걸린 현판 그대로 삼광사는 분명 부산 백양산 자락에 있다. 산중에 절집이 있는 것이야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삼광사로 오르는 길에는 숲이 없다. 주택가 도로여서 요즘 같은 가을 날씨에도 사람들의 이마에 땀방울이 솟게 만든다.

산사이되 산사가 아닌 곳이 바로 삼광사다. 차라리 도심 속의 사찰이라는 설명이 더 옳아 보인다. 주소지도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초읍동이다. 법당 코앞까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살림집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삼광사 마당에서는 인근 부산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삼광사는 ‘애국불교’ ‘대중불교’ ‘생활불교’를 종지로 내세운 대한불교 천태종 소속이다. 삼광사는 중생이 ‘찾아오는 절’이 아니라, 중생을 ‘찾아가는 절’로 유명하다. 중생을 찾아 깊은 산속에서 도심 가까이로 내려온 덕인지 삼광사측이 밝힌 등록 불자만 무려 36만여 명이다. 5월 17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내걸린 연등 숫자만 4만여 개로, 그 자체가 장관이었고 뉴스거리였다.

10월초 낙성(落成)한 왕생극락전에서 내려다 본 삼광사의 외양은 웅장하다. 절에서 맨 처음 만나는 법화삼매당(法華三昧堂)이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전통 양식을 따랐지만 초현대식으로 지은 절집에서 좀체 보기 힘든 현대식 5층짜리 대형 법당이다.

버스 정류장 뒤켠으로 무려 1만 명이 한꺼번에 법회를 할 수 있는 지관전(止觀展)이 있다. 지관전 위쪽에 자리한 대웅보전(大雄寶殿)이 큰 법당들에 둘러싸여 있어 오히려 작아 보일 정도다. 주변 경관도 뛰어나 미국 CNN방송이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곳 50선’에 꼽히기도 했다.


▎삼광사에서는 10월 11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을 초청한 ‘글로벌 친구 맺기 템플스테이’가 열렸다.
템플스테이 나선 다문화가정 어린이들

10월 11일 오후 5시반을 전후해 삼광사에 아주 귀한 어린이 손님 39명이 찾아왔다. 21명은 삼광사 힐링어린이합창단원인 한국인이었고, 18명은 우리와 생김새도, 피부색도 다른 외국인과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이었다. 이날 외국인과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은 모두 삼광사 신도들이 승용차 등으로 한두 명씩 직접 데리고 오는 봉사를 했다.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은 국적이 미국·베트남·러시아·중국·필리핀 등 다양했다. 공통점이라면 모두 부산시 남구 문현동에 있는 아시아공동체학교 학생들이란 것이었다. 아시아 공동체학교는 2005년 3월 설립추진위가 구성된 뒤 2006년 15명의 학생으로 개교한 다문화교육 대안학교다. 초중고 과정 위탁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이 학교는 70여 명이 현재 재학 중이고, 교사는 11명이다. 모두 14개 국적의 다문화 학생 중엔 20명의 한국인도 포함돼 있다.

이들이 이날 함께 삼광사에 모인 것은 10월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 동안 삼광사에서 열린 제1차 ‘글로벌 친구 맺기 템플스테이’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행사는 삼광사의 신도들로 구성된 사회복지활동 단체인 ‘힐링광장’의 템플스테이단과 다문화지원단, 예술문화지원단이 공동으로 주관했다. 이 행사는 참가자들의 다른 종교에 대한 존중 차원에서 예불 의식을 제외하고 10여 가지의 다양한 체험과 참여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접수와 함께 유니폼 같은 노란색 티셔츠를 지급받고, 8명을 기준으로 5개조로 편성을 한 다음 방 배정을 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때만 해도 서먹서먹해하던 어린이들은 함께 명함 만들기를 하면서 서로 소개하며 금세 친해졌다. ‘재(齋)를 시작한다는 뜻’의 입재식(入齋式)을 마친 후 이들 어린이들은 삼광사 내 대중 공양간에서 저녁 공양을 했다. 어린이들을 감안해 평소의 사찰식과는 다른 떡볶이·잡채 등의 부식을 곁들인 푸짐한 저녁 밥상이었다.

어린이들이 이번 행사 중에 가장 즐거워한 시간은 밤 8시 30분부터 1시간가량 진행된 ‘한국의 장단과 몸짓’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북·장고·징 등 타악기를 채나 손바닥을 이용해 신명나게 두들기면서 화음을 맞추는 연습을 했다. 또 우리 전통 민요인 뱃노래를 부르며 서투나마 우리 전통 춤사위를 익혔다. 이에 앞서 30분 동안 어린이들은 대웅전 바로 옆에 있는 53존불 대보탑을 도는 ‘촛불발원 탑돌이’를 했다. 이 의식은 삼광사 주지 무원 스님이 맨 앞에서 직접 인도했다.

다른 종교신자 배려해 예불은 생략

어린이들은 극락전에 마련된 힐링생활관에서 묵은 후 새벽 6시에 일어났다. 6시30분부터 사찰 내 힐링산책로를 걸으며 아침 명상 시간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날씨가 좋지 않아 이 프로그램은 취소됐다. 대신 간단한 체조 후 강의실에서 찬불가와 율동을 배우고, 수건 돌리기와 숨바꼭질 같은 게임을 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아침 공양 후에는 재미 있는 이벤트도 벌어졌다. 1년 후 다시 만날 것을 상상하며 그때 자신이 어떻게 변했을까를 적은 기록을 모아 보관하는 ‘타임캡슐 20141011’이 그것이다. 이어 ‘친구들과 노래하자’는 프로그램에서 어린이들은 같이 화음을 맞추며 어우러져 사는 삶의 가치를 배우는 기회로 삼았다.

졸업식 격인 회향식(回向式)은 10월 12일 오전 11시에 열렸다. 무원 스님은 참가 어린이들에게 ‘글로벌 합장주(合掌珠)를 일일이 손목에 끼워주고 학용품 등의 선물을 나눠주며 “재미 있었느냐?”, “다음에 또 오라”며 덕담을 건넸다. 글로벌 합장주는 무지개를 닮은 여러 색깔의 구슬을 꿰어 만든 팔찌 염주로, ‘다양성 속의 조화’를 상징하는데 삼광사에서 독자 개발한 것이다.

무원 스님은 입재식과 회향식 법문을 통해 “좋은 친구를 만나서 항상 가까이에서 함께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행복은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상기시켰다. 또 “좋은 인연으로 자리가 만들어진 만큼 글로벌 시대에 서로 좋은 친구가 되어 세상을 위해 좋은 일 하는 사람이 되라”는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친구 맺기 행사에 참석한 어린이들은 천진한 어린이들답게 길지 않은 1박2일 사이에 어느덧 다정한 친구들이 되어 있었다. 친구 맺기 마지막 행사는 지관전 옆 팔각정 건물에 자리 잡은 찻집 다양원에서 있었던 다도 예절 익히기였다. 차를 마시고 나면 헤어진다는 생각에서인지 전체적으로 좀 무거워 보이는 분위기였다. 서로 아쉬운 표정을 짓던 아이들 중 일부는 포옹으로 섭섭한 마음을 달래고, “내년에도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 실무를 책임자였던 삼광사 힐링캠프 템플스테이단 김숙희(51) 교육팀장은 “처음 마련한 행사였지만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김 팀장은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청소년과 다문화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유사한 템플스테이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삼광사는 9월 13일 추석을 앞두고 힐링광장 주최로 결혼이주 여성 20명을 초청해 ‘한가위 전통예절문화 강좌’를 열기도 했다. 결혼 이주여성들에게 “우리의 전통문화를 알리고, 올바른 명절 예절을 익히게 하여 한국 정착을 돕는다”는 취지에서 마련한 행사였다.

힐링광장 다문화지원단이 주관하고 한국다문화센터·글로벌문화포럼 등이 후원한 이 행사 참가자들은 힐링명상·한복입기·절하기·다도 등의 한국의 문화와 예절을 체험했다. 태국·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몽골 등 다양한 국가 출신의 결혼 이주여성들은 모국과 한국의 불교문화를 비교해 보는 등의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

세간에서는 삼광사가 외국인은 물론이고 다문화가정을 위한 여러 가지 일에 왜 그렇게 열성인지 궁금해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무원 스님이 다문화가정에 대해 큰 관심과 애정 그리고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무원 스님은 “과거에는 다르면 죽는 줄 알았다. 지금은 다름이 아름다운 세상이 되었다. 앞으로는 우리도 다문화를 뛰어 넘어 글로벌 세계인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한다.

요즘 무원 스님은 ‘다문화 스님’이 별칭이 될 만큼 다문화가정과 관련된 일이라면 누구보다 먼저 발벗고 나선다. 무원 스님의 다문화 공덕 쌓기는 인천 황룡사 주지 시절인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됐다. 당시 인천에 사는 방글라데시 출신 여성들이 부처님에게 참배를 하겠다며 찾아온 것이 계기였다. 그 여성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다문화여성들이 겪는 고통과 어려움 등을 자연스럽게 듣게 되면서 그들 입장에서 돕겠다는 마음으로 지원에 나서게 된 것이다.

무원 스님의 다문화가정 지원 사업은 서울 관악구 청룡동에 있는 명락사 주지 시절 한 단계 도약한다. 도심 사찰인 명락사의 뿌리는 48년을 거슬러 올라가고, 현재의 사찰명을 얻은 지는 27년이 되는 역사를 자랑한다. 주지 시절인 2009년 무원 스님은 명락사를 아예 ‘다문화 사찰’로 선언한다.

그리고 이를 상징하는 사업으로 이주 여성들의 쉼터인 ‘다문화 빌리지’를 운영을 시작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파경을 맞은 결혼 이주 여성의 일시 거주를 위한 시설이다. 명락사의 다문화 빌리지는 오갈 데 없는 결혼 이주 여성들에게는 친정 같은 보금자리 역할을 지금도 톡톡히 하고 있다.


▎동티모르 유소년축구단 선수들이 8월 16일 삼광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해 탑돌이를 하고 있다.



삼광사를 힐링 사찰로 선포한 까닭

올 2월 1일 부산 삼광사 주지로 자리를 옮긴 무원 스님은 더 큰 일을 도모한다. 주지 취임을 하던 날 무원 스님은 삼광사를 ‘힐링 사찰’로 선포한 것이다.

이와 동시에 다문화가족 돕기, 세계종교평화운동, 무료급식 지원, 힐링색소폰합주단 공연, 시민들을 위한 문화특강 등 새로운 사회운동을 삼광사 이름으로 활발하게 펼친다.

그리고 주지 취임 6개월째인 7월 25일 마침내 삼광사 ‘힐링 광장’을 출범시킨다. 기존에 있던 것과 무원 스님이 시작한 삼광사의 각종 복지문화 단체 20여 개를 체계적으로 조직화한 것이다.

삼광사 측 설명에 따르면 힐링광장의 성격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을 찾아 도움을 주는 순수한 사회복지활동을 전개하는 단체”다. 명칭에 광장이 붙어있다고 해서 따로 물리적 공간이 있는 것이 아니다. 무원 스님의 말에 따르면 “함께 어울려서 좋은 일 하는 정신적 마당”을 가리킨다.

힐링광장은 ‘지혜롭게 비움, 행복하게 채움, 자비롭게 나눔, 아름답게 동행, 다름이 아름다운 세상’이 모토다. 그리고 슬로건으로 ‘중생이 부처를 찾아가다’를 내걸었다. 삼광사 측은 힐링광장의 이름으로 “문화, 예술, 법률, 다문화, 실버, 국제, 긴급구호 활동 등의 다양한 분야 전문가 집단과 일반회원이 재능 기부와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언급한 ‘글로벌 친구맺기 템플스테이’나 ‘다문화 가정 초청 한가위 전통예절문화 강좌’는 모두 힐링광장 활동의 일환이었다. 힐링광장 출범 이래 첫 ‘글로벌 힐링사회공헌활동’으로 열렸던 것이 8월 16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열린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단의 템플스테이 행사였다.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단(팀명 티모르-레스테)은 8월 17일부터 22일까지 경북 경주에서 열린 ‘2013 경주 국제 유소년(U-12) 축구대회에 참석차 방한 중이었다. 경주시, 한국유소년축구연맹, 경주시 축구협회가 공동 주최하고, 국제축구연맹(FIFA)의 승인을 받은 권위 있는 국제 유소년 축구 대회다. 이 축구단을 삼광사에서 초청해 사찰 체험을 시킨 것이다.

이 축구단은 한국과 이래저래 인연이 깊다. 창단도 2003년 한국인 축구선수 출신 김신환(56) 감독이 했다. 그때부터 10년 넘게 이 축구단의 감독을 맡고 있는 김 감독은 1981년부터 1988년까지 현대자동차 축구팀 선수로 뛰었다. 축구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아 2001년 인구 120만 명의 신생 독립국 동티모르에 건너갔다가 축구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끝내 감추지 못하고 결국 축구감독을 맡게 된 것이다. 당시 김 감독은 맨발로 축구를 하는 아이들을 보고 축구 황무지 같은 동티모르에 씨앗을 심는 마음으로 유소년 축구단을 창단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4년 이 축구단은 기적 같은 일을 만들어낸다.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제30회 리베리노컵 국제유소년축구대회’에서 6전 전승으로 우승을 일궈낸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김태균 감독에 의해 2010년 <맨발의 꿈>으로 영화화됐고, 김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으로 덩달아 유명세를 탔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중장기 자문위원이기도 한 김 감독은 KOICA의 지원을 받아 동티모르에 5개의 축구 클럽을 결성했다. 현지에서 김 감독의 인기는 대단하다. 한번은 다리를 다쳤는데 동티모르 신문 1면 기사로 언급될 정도로 축구 붐을 일으킨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이 축구단의 한국과 인연의 끈은 2006년 무원 스님과도 이어진다. 이 축구단의 창단 초기 사재를 털어 축구화와 축구공을 사야 했던 열악한 여건에서 김신환 감독이 국내에서 후원자를 찾다가 무원 스님을 만나게 된 것이다. 당시 인천 황룡사 주지였던 무원 스님은 이때부터 이 축구단을 해마다 한국에 초청하고, 지속적으로 기금과 물품을 지원해오고 있다.

명락사 주지 시절인 2012년에는 ‘글로벌 문화교류 포럼’ 행사에 맞춰 이 축구단을 초청, 기금과 축구공 200개 등 물품을 지원했다. 무원 스님의 이런 지원에 당시 사나나 구스마오 동티모르 대통령은 감사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8월 16일 30여 명으로 구성된 이 축구단이 템플스테이를 위해 삼광사에 도착하자 직접 맞이할 만큼 반가움을 표시했다. 동티모르 축구 선수들도 어색한 말투이지만 또렷한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이어 열린 공식 환영식에는 무원 스님과 김신환 감독 외에도 동티모르 체육청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는 힐링 색소폰합주단의 환영공연이 펼쳐졌고, 축구복·축구화·축구공 등의 후원품을 전달했다.

이날 환영식에서 무원 스님은 글로벌 합장주를 모든 선수들의 손목에 끼워주고 “힘들고 어렵더라도 항상 끈기 있게 노력하고 실력을 갈고 닦아 세계적인 축구 선수가 되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아울러 “자그마한 도움이지만 대한민국과의 소중한 인연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도 덧붙였다. 김 감독은 “항상 아낌 없는 지원을 해준 무원 스님에 대한 고마움을 선수들이 마음 깊이 간직하고 있으며, 이런 인연으로 삼광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통해 한국문화를 경험하고 더 큰 희망과 꿈을 키우게 되어 감사하다”고 답례했다.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단과 오랜 인연

이 축구단의 삼광사 사찰 체험은 모두에서 언급한 ‘글로벌 친구 맺기 템플스테이’와 비교해 간략하게 진행됐다. 다음 날인 8월 17일이 ‘2013 경주 국제 유소년(U-12) 축구대회’ 개막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53존불 대보탑 탐돌이 의식에는 무원 스님을 비롯해 힐링광장 회원들이 동참해 진지하게 진행됐다. 이 축구단의 대회 우승을 기원하는 마음을 모으는 의식이었다. 탑돌이를 하는 내내 이 축구단 선수들은 가톨릭 국가인 동티모르 출신임에도 스님들의 뒤를 따르면서 합장한 손을 풀지않아 보는 이들에게 또 다른 감동을 안겼다.

이 축구단 선수들은 사찰 체험 중에도 잠시 짬을 내 삼광사 자매학교인 인근 연화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자체 훈련을 실시하는 열성을 보였다. 이런 노력의 결과였을까. 이 축구단은 이 대회에서 8월 22일 포르투갈의 유소년 축구 명문팀인 스포르팅 리스본 팀을 1대 0으로 꺾고 우승이란 낭보를 전했다. 이 축구단은 이 대회에서 예선 리그, 본선 토너먼트 7경기 전승에 무실점이란 대기록도 함께 세웠다.

올해 4회째인 이 대회엔 한국 대표 3팀을 포함해 브라질, 미국, 슬로바키아, 포르투갈, 스페인(2팀), 호주(2팀), 베트남, 동티모르, 태국(2팀), 중국(2팀), 일본(3팀) 등 12개국 20개팀 4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해 모두 48경기를 펼쳤었다. 이 축구단은 이 대회에 처음 출전했던 지난해 8강에 오르는데 그쳤으나 2년째에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이 축구단의 결승전 진출 소식을 듣고 무원 스님은 힐링광장 단원 50여 명과 함께 8월 22일 오전 11시 경기 시간에 맞춰 경기장인 경주시민운동장을 직접 찾아 뜨거운 응원을 펼치기도 했다. 경기 결과 동티모르의 우승이 확정되자 무원 스님은 경기장 안에서 선수들과 기쁨을 함께했다.

무원 스님이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단을 이처럼 지극정성으로 돕는 이유는 이들의 템플스테이 환영사에서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어려운 시기에 외국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런 나눔을 통해 우리가 받았던 고마움을 저소득 국가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으로 되돌려주어야 한다.” 무원 스님의 나눔과 봉사 정신은 국경을 넘고, 인종을 초월해 자신과 우리만을 앞세우는 우리 사회에 울리는 경종이자 또 하나의 귀감이 되고 있다.

201311호 (201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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