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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이슈 | 스마트폰 대체할 삼성전자의 차세대 병기는? - 스마트홈·모바일 헬스케어가 삼성의 미래다 

스마트홈 핵심기술인 ‘사물인터넷’ 업체 거액에 사들이는 등 시장 선점 나서… 다국적기업 버티는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도 스마트 기기로 정면돌파 

최재필 월간중앙 기자

삼성전자가 차세대 캐시카우로 스마트홈과 모바일 헬스케어를 선택했다. 삼성전자는 사물인터넷 업체 스마트싱스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 M&A를 성사시키며 신사업 분야 시장 선점에 발 빠른 행보를 보인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모델이 삼성 스마트홈의 온도조절 기능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작은 사진은 갤럭시 기어핏. / 사진·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실적 둔화로 고민에 빠졌던 삼성전자가 차세대 캐시카우를 찾았다.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홈’과 ‘모바일 헬스케어’가 그것이다. 미래 먹거리에 관련된 기업이라면 모두 사들일 기세다.

“삼성전자, 美 스마트싱스 인수”, “삼성, 스마트싱스 인수…스마트 홈 강화”

8월 15일 국내·외 언론들이 앞다퉈 보도한 기사 제목들이다. 삼성이 미국의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관련 기업인 스마트싱스(SmartThings)를 인수했다는 내용이다. 구체적 인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2억 달러(약 2043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사물인터넷이란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착용 가능한) 기기는 물론 냉장고·TV 등 가전제품, 자동차, 건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물에 인터넷 접속 기능을 집어넣어 원격으로 조정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흥미로운 것은 삼성이 이에 앞서 인수한 미국의 앱 서비스 개발업체 셀비(SELBY)나 공조전문 유통회사 콰이어트사이드(Quietside) 등 다른 기업의 M&A(인수·합병) 사실에 대한 보도는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유독 스마트싱스의 M&A가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끄는 이유는 뭘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시너지 효과’ 때문이다. 세계최대 IT기업(매출액 기준)인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가전 부문등의 하드웨어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기존 사업과 사물인터넷을 결합한 신사업 부문에서 어느 기업보다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구조다. 특히 초기 단계인 사물인터넷 산업 생태계를 선점해 주도할 경우 세계 IT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구축할 수도 있다.

세계 IT업계에서 트렌드 메이커 역할을 하는 삼성전자의 변화는 곧 전 세계의 가전제품과 스마트폰 시장의 변화를 의미한다. 업계 관계자도 “바로 그 삼성이 IT업계의 미래 먹거리인 사물인터넷 업체를 인수했다는 점이 전 세계의 관심을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TV·냉장고·에어컨 등 주요 가전제품 시장에서 세계 1위를 다투는 만큼 스마트싱스의 기술을 적용하면 예상보다 빨리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차세대 캐시카우 ‘사물인터넷’

스마트싱스는 사물인터넷 구축을 위한 개방형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다. 2012년 설립됐다. 이 회사가 개발한 플랫폼은 하나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집의 여러 전자기기를 모니터하고 제어할 수 있게 해준다. 구글 안드로이드나 애플 iOS와 호환도 가능하다. 기존 사물인터넷 업체는 단순한 명령어 인식만 가능했고, 호환성도 없었다. 편리성에서 스마트싱스가 타 업체를 앞선 것이다. 이런 강점 때문인지 현재 전세계적으로 1천 개 이상의 전자제품과 8천 개 이상의 앱이 스마트싱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개방형’ 플랫폼이 삼성전자의 스‘ 마트 홈’ 구상과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다.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CES 2014’와 9월 독일 ‘IFA 2014’에서 선보인 ‘삼성 스마트홈’은 생활가전과 스마트TV·스마트폰·태블릿PC는 물론 웨어러블기기인 갤럭시기어까지 통합 플랫폼과 전용서버로 묶었다. 하나의 통합 앱으로 집안의 모든 기기를 제어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퇴근시간 집에 도착하기 전 스마트폰이나 갤럭시기어로 집안의 에어컨이나 조명을 미리 작동할 수 있고 해외 출장 중에서 인터넷을 이용해 집안의 가전기기도 손쉽게 제어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이번 스마트싱스 인수를 계기로 스마트폰을 통해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유비쿼터스 시대를 구축하는 데 한걸음 더 다가섰다고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싱스는 개발자와 파트너 회사의 커뮤니티 구성에 더 집중해왔는데 이 점이 삼성전자가 관심을 가진 이유”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타이젠을 통해 모바일 기기와 TV 등에서 새로운 범주의 제품을 개발해왔으나 그리 업계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럴수록 스마트싱스의 오픈 플랫폼 기반 제품과 서비스 생태계 구축 능력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측면을 고려하면 이번 인수가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매우 의미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캐시카우(Cash cow·수익창출원)로 사물인터넷 기반 ‘스마트홈’을 선정한 후 시장 선점을 위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공격적 M&A 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기업 M&A에 소극적이었다. 내부역량을 강화하는 ‘이건희식’ 경영철학 때문이었다. 그래서 구글· 애플·페이스북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적극적 M&A를 통해 몸집을 키우는 성장 전략을 추진할 때 삼성은 그런 흐름에서 뒤처진다는 평을 들어왔다.

실제 2007년부터 현재까지 삼성전자의 M&A 실적은 총 22건이다. 이는 구글·애플이 한 해 동안 단행한 M&A 건수에도 못 미치는 수다. 2007년과 2009년, 2010년에는 각각 1건씩이었고, 2008년엔 아예 없었다. 2011년 3건, 2012년과 2013년에도 각각 5건, 6건의 M&A를 진행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1월 M&A에 적극적 행보를 보이겠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7월까지 9개월간 진행된 건수는 단 1건이 고작이다. 셀비의 인적자산 인수가 그것이다. 같은 기간 페이스북은 190억 달러(약 19조4750억 원)에 세계 최대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을 인수하는 등 6건의 M&A를 성사시켰고, 구글은 무인기 업체 타이탄에어로스페이스 등 21건의 M&A에 성공했다. 애플도 30억 달러를 주고 프리미엄 헤드폰 업체인 비츠일렉트로닉스를 손에 넣었다.


삼성전자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4’ 개막에 앞서 전 세계 미디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삼성 언팩’ 행사를 갖고 갤럭시 노트4, 갤럭시 노트 엣지 등 신제품을 공개했다. 행사 참석자들이 신제품을 체험해보고 있다. / 사진·뉴시스

공격적 M&A로 신사업 분야 경쟁력 갖춰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M&A 전략에 변화가 생겼음이 감지된다. 불과 5개월 만에 4개 업체를 잇따라 인수하고 나선 것.삼성전자는 5월 셀비 인수를 시작으로 스마트싱스(8월 14일),콰이어트사이드(8월 18일), 캐나다 모바일 클라우드 솔루션 전문업체 프린터온(9월 2일)을 인수하는 등 숨가쁜 M&A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콰이어트사이드 인수를 통해 시스템 에어컨등 공조제품 북미 시장 공략은 물론 기업간 거래(B2B), 스마트홈 등 신사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라며 “프린터온은 모바일 생태계 구축과 모바일 프린팅 표준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M&A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사물인터넷등 신사업 분야에서 신속하게 경쟁력을 갖추고 시장을 선점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는 전 세계 사물인터넷 시장 규모가 2012년 4조8천억 달러에서 2020년 8조9천억 달러로, 연평균 7.9%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 때는 인력을 양성하고 제품을 개발하는 시스템보다 경쟁력 있는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 시장에 더욱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업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M&A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 더욱이 탄탄한 자금력을 갖춘 중국 업체들이 공격적 M&A를 통해 몸집을 불리며 글로벌 시장에서 바짝 추격하자 더 이상 내부 역량만으로는 대응하기 힘들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기존 캐시카우인 스마트폰 사업 실적 악화도 전략 수정의한 요인으로 작용한 듯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7조원 대를 기록하며 8분기 연속 8조원 대 영업이익 기록이 깨졌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 사업부는 올 1분기보다 영업이익이 31%나 떨어졌다. 이런 위기상황이 새로운 캐시카우 발굴과 맞물려 자연스레 적극적 M&A를 유도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삼성이 인수한 스마트싱스와 콰이어트사이드 등은 모두 신사업으로 각광받는 사물인터넷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곧 가전과 사물인터넷을 결합한 스마트홈을 새로운 캐시카우로 육성하겠다는 의미다. 스마트폰의 경우 미국·유럽 등 선진국 시장은 거의 포화상태이고, 중국·인도 등 후발주자의 성장세도 무서운 기세다. 게다가 스마트폰에 치중된 수익원을 다변화해 리스크를 줄이고자 하는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 역시 “스마트폰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웨어러블 기기, 의료 기기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 분야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은 것”이라며 “M&A는 그 원동력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런 삼성전자의 행보에 대해 이재용(45)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뤄낸 눈에 띄는 성과라고 분석한다. 재계 관계자는 “사물인터넷은 이재용 부회장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온 분야로 최근 일련의 M&A는 이 부회장의 적극적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A로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는 기존 제품과 사물인터넷을 결합한 ‘스마트홈’ 제품을 선보이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첫 출발은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14’였다. 이 전시회에서 삼성전자는 ‘삼성 스마트홈’을 처음 공개하며 스마트홈의 현실화를 앞당겼다. ‘CES 2014’가 삼성 스마트홈의 데뷔 무대였다면 ‘IFA 2014’는 진화된 스마트홈을 선보이면서 스마트홈에 대한 정의를 보여준 장이었다. 삼성이 ‘미래 가정(Future Home)을 제시한다’는 슬로건을 내세운 것은 그래서다.

이는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대표이사가 올해 IFA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밝힌 ‘인간을 배려하는 미래의 집(퓨처 홈)’이라는 주제와도 맥락을 같이한다. 윤 대표는 “미래의가정은 의미 있는 정보를 보여 주고(Show Me Home), 당신을 이해하고(Know Me Home), 스스로 최적의 제안을 제시하고 실행하는(Tell Me Home), 맞춤형 홈(Adaptive Home)이 돼야 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미래 기술 혁신의 중심은 ‘가정’이 될 것이며, 미래의 가정에 대해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가치를 파악해 개별 소비자의 니즈와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주는 인간 중심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이 시장을 주도하며 ‘스마트홈’을 확실한 캐시카우로 키우기 위해서는 전제조건도 필요하다. 바로 소프트웨어, 즉 플랫폼 구축을 통해 사물인터넷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삼성 스마트홈’, 스마트홈을 정의하다

이번에 공개된 스마트홈은 기존의 기능에서 ▷세이프티 ▷에너지 모니터 ▷위치 인식 ▷음성 제어 등의 기술이 더해졌다. 세이프티는 외출 중 현관문이 열리면 등록된 가족 스마트폰으로 알림을 전달하고 실내 카메라를 통해 집 안을 살필 수 있는 일종의 무인경비 서비스다. 에너지 모니터는 스마트홈에 연결된 모든 가전기기의 전기 소비량과 예상 비용을 집계해 한눈에 보기 쉽도록 알려준다.

특히 위치인식 기반 자동화를 통해 기존 스마트홈 서비스에서 나아가 자동으로 사용자의 위치를 인식하고 집에 가까이 왔을 때 알아서 가전기기가 작동하는 ‘커넥티드 홈’ 개념으로 확대됐다. 웨어러블 기기인 기어 시리즈와 갤럭시 스마트폰의 음성 인식 서비스를 통해 에어컨·로봇청소기·조명 등을 언제 어디서나 작동할 수 있다. 단순히 음성으로 켜고 끄는 것뿐만 아니라 에어컨 온도를 조절하고 각 방의 조명을 개별적으로 제어하는 것이 가능하다. 삼성전자 제품뿐만 아니라 현관 도어록, IP 카메라, 스마트 플러그 등 여타 제품까지도 스마트홈 연결 대상으로 확대했다.


삼성전자는 ‘IFA 2014’에서 기존 제품과 사물인터넷을 결합한 진일보된 스마트홈을 선보였다. 삼성전자 관계자가 ‘삼성 스마트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캡처·유투브
삼성전자는 “올해 독일 IFA에서 삼성전자는 스마트홈 서비스의 미래를 보여줬다”고 자평하면서 “퓨처 홈은 경제적 효과와 함께 인간의 삶을 변화시켜 사회 전체에 큰 파급 효과를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 투자회사 골드먼삭스는 앞으로 사물인터넷 시장을 주도할 기업으로 구글과 애플, 그리고 삼성을 꼽았다. 삼성이 시장을 주도하며 ‘스마트홈’을 확실한 캐시카우로 키우기 위해서는 전제조건도 필요하다. 바로 소프트웨어, 즉 플랫폼 구축을 통해 사물인터넷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미국의 네트워크회사 시스코에 따르면 사물인터넷 플랫폼 시장은 10년 후 14조4천억 달러 시장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사물인터넷 플랫폼에서 경쟁사에 밀렸던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 인수로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스마트폰을 이을 차세대 비즈니스로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삼성의 또 다른 10년을 책임질 ‘미래 사업’을 구체적으로 거명했다.

소프트웨어 잡아야 사물인터넷 시장 선도

전문가들 역시 “사물인터넷 시대에 플랫폼을 가지고 있느냐 여부가 IT기업의 생존을 좌우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결국 소프트웨어 승부라는 이야기다. 각기 다른 사물 간 소통이 사물인터넷의 중심이기 때문에 그 소통을 가능하게 할 플랫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모바일의 승자는 결국 운영체제를 만든 애플과 구글이었다. 다른 제조사들은 이들 회사에 종속됐다. 사물인터넷 역시 운영체제

가 만들어지면 다른 제조사들이 이를 바탕으로 제품을 만들게 된다. 사물인터넷 시대는 제조사들이 소프트웨어 회사에 더욱 종속되는 구조다. 애플과 구글이 많은 인수합병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물인터넷 시장에 대처하고 있는 것도 이런 흐름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결국 이들의 목적은 사물인터넷의 중심이 되는 플랫폼을 확보하는 데 있다. 그리고 더 많은 제조사가 그 플랫폼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도록 경쟁력 있는 플랫폼 개발에 온 힘을 쏟는다.

운영체제의 변화는 곧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가 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자리에는 웨어러블 기기와 스마트카 등 새로운 제품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시장이 등장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구글이 자동차뿐만 아니라 웨어러블 기기·스마트TV 등에서 사물인터넷 플랫폼 시장 선점에 나서고, 애플도 ‘홈킷’을 통해 각종 가전을 원격 제어하는 스마트홈 사업에 진출하는 것도 그래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왼쪽 첫째)은 2014년 4월 중국 하이난성 보아오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에서 모바일 헬스케어를 삼성전자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 사진·중앙포토

하지만 삼성이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웨어러블 기기인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삼성이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삼성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미국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78%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해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구글과 애플이 주도하고 있는 플랫폼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다양한 전자기기를 직접 만드는 제조사라는 강점에도 불구하고 소프트웨어가 항상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다.

삼성전자가 타이젠을 통해 이 아킬레스건을 해결하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타이젠 운영체제를 적용한 스마트폰 공개가 수차례 연기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업계에서는 “스마트싱스가 삼성의 아킬레스건을 해결하는 데 선봉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삼성전자는 사물인터넷 시장에서 투트랙 전략을 선택했다.

지난 7월 구글이 주도하는 사물인터넷 컨소시엄인 ‘스레드(thread)’ 그룹에 참여해 무선 통신망 표준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고, 타이젠을 공동 개발한 인텔과 아트멜·델 등 해외IT기업들과 함께 ‘오픈 인터커넥트’ 컨소시엄에도 참여한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홈과 함께 차세대 캐시카우로 선정한 것은 모바일 헬스케어 사업이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의 발언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이 부회장은 “스마트폰을 이을 차세대 비즈니스로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삼성의 또 다른 10년을 책임질 ‘미래 사업’을 구체적으로 거명했다. 4월 9일 중국 하이난(海南)성 보아오(博鰲)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에서다. 이 부회장이 공개석상에서 차세대 주력 사업을 언급한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이 헬스케어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언급한 것은 엄청난 ‘시장 잠재성’ 때문이다. 글로벌 의약전문 조사기관인 IMS에 따르면 글로벌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은 2017년 기준 260억 달러(약 28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문제는 글로벌 헬스케어 메이저들이 버티고 있는 기존 시장을 공략할 삼성만의 무기가 있는가다. 현재 글로벌 헬스케어·의료기기 시장은 미국의 GE, 유럽계인 필립스·지멘스 등 몇몇 다국적 기업이 좌지우지하고 있다. 특히 GE는 지난해 헬스케어 사업 부문에서 181억 달러(약 18조7697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GE 전체 매출의 13% 수준이다.


헬스케어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삼성전자는 스마트 기기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헬스케어로 시장 장악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5월 2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SF재즈센터에서 램 피시 삼성전자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 산하 삼성전략혁신센터(SSIC) 부사장이 웨어러블 기기의 혁신을 통한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모바일 헬스케어, 삼성의 또 다른 10년 책임지다

삼성이 내놓은 해답이 바로 휴대전화 등 스마트 기기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헬스케어’다. 그중에서도 피트니스와 질병예방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갤럭시S5의 S헬스로 수집한 데이터는 피트니스 관리뿐만 아니라 그날의 컨디션 확인이나 질병예방에도 활용 가능하다. 시장 선점에 아주 유리한 조건을 갖춘 셈이다. 삼성전자는 “운동과 질병예방에서 의료 목적으로까지 확대된다”면서 “병원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구체적인 몸의 데이터를 수집,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IMS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심박수나 칼로리 소모량 등을 측정하는 피트니스 모니터링 시장은 2017년 4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고, 1억7천만 대의 기기가 보급될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 연구 결과도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 전망을 밝게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모바일 헬스케어가 정착되면 국내 의료기관의 진료시간이 20.8% 줄어들고, 연간 4조3550억 원의 교통비와 기회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예상했다.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 선점을 향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 계열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만 해도 IT와 의료 기술이 융합된 헬스케어 분야에서 국내 가장 많은 특허를 출원했다. 특허청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출원한 관련 특허는 106건에 이른다.

SK텔레콤(93건)·한국전자통신연구원(81건)·경북대(44건)·KT(43건) 등을 앞서는 수다. 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2010년 초음파 검사기기업체 메디슨 지분 인수를 시작으로 2011년 넥서스와 2012년 뉴로로지카 등 국내외 의료기기 제조업체도 잇따라 사들였다. 삼성은 자체 기술개발과 기업 인수를 통해 2020년까지 헬스케어 분야에 1조2천억 원을 투자한다. 연매출 10조 원 규모로 키워 전 세계 의료기기 분야의 선두기업으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온라인 진료나 모바일 기기를 통한 자가진단 등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다면 급격한 의료 비용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삼성전자는 “혈당과 심박수 체크 등 비교적 간단한 진단은 물론, 이전엔 병원을 찾아야 했던 복잡한 건강 이상 징후 확인까지 휴대용 스마트 기기로 언제, 어디서나 가능토록 한다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201410호 (2014.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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